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예정 부지인 광주 군 공항 일원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800조원 규모의 전남광주 반도체 팹 조성 계획이 발표된 지 열흘 만인 지난 9일 국토교통부가 전남광주 군 공항 일대 364.19㎢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지정했다.
토허제 검토부터 지정까지 역대급 속도전으로 치러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서울·수도권 지역 토허제 지정과 달리 땅 투기 차단에만 주력한 점이 호남권 토허제 지정의 핵심으로 꼽힌다. 토허제 지정에 따른 부동산 시장 영향과 달라지는 점, 수도권과의 규제 차이 등을 살펴 봤다.
◆군 공항 일대 364.19㎢ …구역 설정 ‘광범위’
국토교통부가 지난 9일 지정한 토허제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인 광주 군 공항 부지와 인근 지역을 총망라했다. 군공항을 중심으로 반경 10㎞ 이내 행정구역이 대상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서구·남구 전역과 동구·북구·나주시·장성군·화순군 일부 지역 등 8개 시·군·구와 224개 동·리가 포함된 총 364.19㎢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9년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원삼면·백암면 등 일대의 토허제 지정을 고려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도 클러스터 예정지 반경 10km 이내를 토허제로 지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2019년 당시 정부는 대상지가 선정된 뒤 약 한 달 후 토지거래허가구역 효력이 발생한 데 비해 호남권 토허제 지정 조치는 눈 깜짝할 새 이뤄졌다.
이는 대규모 개발 기대감으로 지가 상승과 투기 등으로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자체 사전허가 범위·절차 ‘주목’
이번 토허제 지정으로, 해당 구역 내에서는 용도지역별로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토지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거래할 수 있다. 도시지역 가운데 주거지역은 60㎡, 상업지역·공업지역은 150㎡ 초과하는 경우가 대상이다. 녹지지역은 200㎡ 초과 토지가 허가 대상이다. 용도지역 지정이 없는 구역은 60㎡를 초과하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주거지역 아파트의 경우에는 공급면적이나 전용면적이 아니라, 대지 지분면적이 60㎡를 초과하면 대상이다.
도시지역 이외는 농지 500㎡ 초과, 임야 1천㎡ 초과, 농지·임야 외 토지는 250㎡를 초과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청약 시장의 경우 분양 등 최초공급은 허가 대상이 아니지만, 분양권 전매는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 대상 부동산에는 강력한 실이용 의무가 부가되며 주택의 경우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세 세입자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금지된다. 상가도 4년의 실이용 의무가 부과돼 일부라도 본인이 직접 이용해야만 상가를 매입할 수 있다.
사전허가를 받으려면 대상 토지에 대한 허가 조건부 계약을 한 뒤, 자금조달계획서와 토지이용계획서 등 서류를 갖춰 관할 기초자치단체에 신청하면 된다. 허가 여부는 15일 이내에 통보된다.
◆‘아파트’ 규제 완화…"지역 부동산 현실 고려"
호남권 토허제 지정에서 주목할 점은 수도권과 달리, 중점 규제 대상에 ‘아파트’가 포함되지 않은 데 있다.
정부는 전남광주 토허제 지정 시 주거 지역의 경우 대지 지분이 60㎡를 초과하는 경우만 허가를 받도록 했다. 용적률 200~220% 수준인 광주 일반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공급 면적 120~130㎡(옛 40평형) 안팎의 대형 평형 정도만 이 기준을 넘는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의 대지 지분은 대부분 40~55㎡ 수준이어서 사실상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에서 발효된 토허제는 대지지분 6㎡를 초과하면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아파트 거래를 규제한 것이다.
이는 수도권과 전남광주의 아파트 경기 ‘온도차’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도권 아파트 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지만 전남광주는 아파트 거래가 침체돼 있는 등 어려운 경기를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즉, 전남광주 토허제는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토지 투기와 ‘알박기’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전남광주특별시 관계자는 "지역 아파트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다수 아파트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무리일 듯 하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며 "투기 세력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전남광주 토허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초 지정을 검토한 행정구역 범위는 최종 확정된 구역보다 적었지만, 클러스터 사업 규모에 비해 포함되는 구역이 적다는 의견이 나와 광범위하게 설정된 것"이라며 "도심 내 대규모 개발사업은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가 전국 첫 사례라 더욱 고심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엇갈린 부동산 시장 전망…"침체" vs "장기적 호재"
토허제 지정에 따른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규제로 인해 투기 수요를 조기에 차단하고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가뜩이나 침체한 지역 부동산 시장이 더욱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토허제 시행 이후에는 거래가 주춤하고 가격 조정이 제한적으로 나타나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며 "부동산 침체가 오래돼 이렇게 광범위한 토허제는 처음 겪어보는 만큼 중개업소와 거래자 간 초창기 혼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은 토지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도 많다. 정부 계획대로 반도체 팹 4기가 군공항 부지에 들어설 경우 대규모 고용 창출과 인구 유입 등 효과로, 평택 고덕 신도시·화성 동탄처럼 고소득 전문 인력의 배후 주거 수요가 늘 것이라는 분석이다./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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