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구역·시한’ 정부 의지… 인천시·지자체, 정무적 역할 주문
전국 2번째 넓은 면적 728㎢ 규모
강화군 중심으로 어민 반대 심해
박찬대 시장 공약에는 포함 안돼
영종 등 지역별로 설득 재도전을
여수, 고흥, 무안, 서산 등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2단계 등재가 마무리된 가운데 아직 3단계 등재 추진 여부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3단계 등재 추진을 위해 중요한 건 갯벌을 보유한 지역사회의 의지라는 의견이 많다. 첨예한 찬반 갈등을 풀어낼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정치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국제자연보전연맹, 3단계 추진 권고
인천 강화·영종·송도와 섬 지역을 아우르는 갯벌의 면적은 약 728㎢다.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넓으며 국내 전체 갯벌 면적의 29.3%를 차지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지난 25일 ‘한국의 갯벌’ 2단계 등재를 통해 유산의 경계를 대폭 확대·수정한 것은 한국 15개 세계유산 중 처음이다. 황해 생태계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서식지로서 갯벌이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 보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standing Universal Value)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세계유산위원회의 설명이다.
중국과 북한, 한국을 잇는 황해 생태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인천 갯벌이 세계유산에 포함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애초 2021년 ‘한국의 갯벌’ 등재 당시 세계유산위원회가 추후 인천 갯벌을 유산 구역으로 포함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9년 ‘중국 황해 연안 및 발해만 철새 보호구역’을 세계유산에 등재했으며, 북한은 올해 초 신도·문덕 지역을 중심으로 ‘서해안 연안습지’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잠정 목록(예비 목록)에 올렸다.
세계유산위원회의 자연유산 분야 자문기구이자 등재 심사를 진행하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6월 ‘한국의 갯벌’ 2단계 심사를 마치고, 세계유산 등재를 권고했다. 심사 보고서 ‘권고사항’에는 “새롭게 추가될 OUV 가능 지역(2단계 확대 지역)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현지 주민의 찬성을 이끌어 낸 당사국의 노력을 치하한다”며 “향후 추가 단계(3단계 등) 등재 신청을 추진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지난 25일 세계유산위원회가 2단계 등재를 결정하면서 3단계 확대 추진 여부나 관련 지역·시한 등은 명확히 명시하지는 않았다.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세계유산위원회 제48차 총회는 오는 29일 폐막하는데, 3단계 추진 관련 정부 방침도 폐막 이후에 정해질 전망이다.
■ 지자체장 정무적 역할 나서야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의 갯벌’ 1단계 등재 당시 2단계 확대에 대해 인천·경기 갯벌 등 ‘구역’과 제48차 총회까지라는 ‘시한’을 권고한 것과는 달리, 3단계 확대는 구역·시한은 물론 추진 여부까지도 한국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인천 갯벌의 경우, 강화군을 중심으로 어민 등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 오히려 ‘등재 신청 시한’이 사라지면서 체계적으로 접근할 시간을 벌었다는 시각도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이누리 사무국장은 “1단계 등재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행정 절차상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은 2년 반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다”며 “3단계 등재가 추진된다면 시한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세계유산 제도를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갯벌’ 등재 신청 과정은 기초자치단체가 광역자치단체에 참여 의향을 신청하고, 이후 광역단체가 국가유산청에 참여 의향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장의 정무적 역할이 중요한데, 지자체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갈등 상황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화군 관계자는 “2단계 등재 추진 과정에서 인천시에 주민들 의견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한 바 있다”며 “이후 관련 현안에 대한 업무는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인천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박찬대 인천시장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다만 박 시장은 국회의원 재임 중인 지난 3월11일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강화 고인돌·갯벌의) 유네스코 등재와 남북평화도로 국도 지정은 평화 이니셔티브를 완성하기 위한 선결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 윤미경 공동집행위원장은 “2단계 등재 추진 과정에서는 행정의 역할이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결국 지자체장의 정무적 역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박 시장이 강화뿐 아니라 영종 등 지역별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설득하면서 점진적으로 재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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