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논단] 중동전쟁이 던진 '해외건설 전략의 재검토' 숙제

우리 나름대로 해외건설 시장정보의 수집에 AI를 적극 활용해야 하고, 제대로 된 분석과 전망을 위해 전문가도 대거 양성해야 한다. 또한 미래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시나리오 경영 내지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논단] 중동전쟁이 던진 '해외건설 전략의 재검토' 숙제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우리 건설업체들도 해외진출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우리는 해외건설시장이라고 하면 중동시장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해외건설 수주실적에 차지하는 중동시장 비중이 90%에 달했고, 이후 줄었다고 해도 2010년대까지 50%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중동시장 비중은 30%대로 줄었다가 2024년에 49.8%로 늘긴 했지만, 작년에는 25.1%로 급감했다.

중동 건설시장의 호황과 불황은 한국경제와 건설산업 전반에 심대한 파급효과를 초래했다. 1970~80년대 초반의 중동 건설붐은 큰 호재였다. 1980년대 중후반과 2010년대에는 중동 건설시장의 위축과 플랜트사업의 어닝 쇼크로  경제와 건설산업 모두에 큰 고통을 초래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 수십 년간 해외건설산업의 화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동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지역다변화였다. 비록 중동시장의 비중이 작년에 25%대로 줄긴 했지만, 지금도 현대, 삼성, 대우, 한화 등 한국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사우디, 이라크, 카타르, UAE 등에서 건설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중요한 해외시장임은 변함없다. 종전이 되면 다시 전후 복구사업을 두고 중동시장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다.

종전 이후 해외건설사업을 추진할 때는 복합적인 전략의 고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국가리스크를 인식해야 한다. 한국의 해외건설 역사를 보면 오랫동안 중동이나 중앙아시아 등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가 핵심시장이었다.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고, 신흥국 업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긴 하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경제나 건설산업 여건은 과거와 판이하게 다르다. 경제는 이미 선진국 문턱에 도달해 있고, 국민소득도 높은 상황인지라, 과거처럼 생명을 내걸고 위험한 지역에 가서 일할 의지를 가진 건설인은 별로 없다. 이미 작년 해외건설 수주실적에서 중동‧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38.7%였지만, 유럽‧북미지역의 비중은 56.9%였다. 이같은 결과는 우리 건설업체들이 지역다변화를 추진해 온 이유도 있지만 지정학적 문제와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미국과 유럽의 산업구조 및 정책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 이후 다시 중동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할 때는 진출국가별 리스크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중동의 해외건설사업은 대부분 대규모 장기사업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정치, 경제 및 금융시장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다면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다시 진출을 확대하더라도 기존의 시공 중심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건설업체들이 해왔듯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설계나 엔지니어링 중심으로 재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특히 우리 해외건설산업에서 가장 취약한 부문 중 하나는 시장정보다. 해외건설시장의 동향이나 전망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기관들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기관들의 분석과 전망이 항상 정확한 것도 아니다. 유가 전망부터가 그렇다. 작년 말에 대표적인 미국의 에너지전망기관인 EIA는 2026년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수준으로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미국-이란 전쟁 때문에 이미 100달러를 넘어섰고, 향후 150달러, 200달러로 상승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유가든 환율이든 외국기관의 전망에 대한 과도한 맹신은 금물이다. 우리 나름대로 해외건설 시장정보의 수집에 AI를 적극 활용해야 하고, 제대로 된 분석과 전망을 위해 전문가도 대거 양성해야 한다. 또한 미래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시나리오 경영 내지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더라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지속적으로 해외건설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해외건설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쟁력이다. 우리 건설업체들이 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국 시장에서 수주를 크게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원자력발전소나 SMR, 반도체나 자동차 및 배터리 공장건설 등의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우리 해외건설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삼성이나 SK 같은 국내 제조업체들과의 협력도 중요하고, 공종별 전문건설업체들과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공종별 전문건설업체들 중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을 비롯한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해서 성공적으로 현지에 정착한 사례가 많다.

앞으로의 해외건설 전략은 국가리스크가 낮은 지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중심으로, 한국의 제조업체와 대형 및 전문건설업체, 그리고 현지업체 간의 적절한 네트워킹과 협력에 기반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호 유창E&C 부회장

이상호 유창E&C 부회장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