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나무를 자르는 건 주민 삶을 자르는 것"

홍천양수발전소 건설에 8년째 반대해 온 강원 홍천군 풍천리 주민들이 공연을 통해 잣나무 숲과 마을 공동체가 처한 현실을 알린다.

"나무를 자르는 건 주민 삶을 자르는 것"

‘木자르기(목자르기)’ 공연 안내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 대책위원회

[환경일보] 홍천양수발전소 건설에 8년째 반대해 온 강원 홍천군 풍천리 주민들이 공연을 통해 잣나무 숲과 마을 공동체가 처한 현실을 알린다.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 대책위원회는 오는 10월 1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마을회관 앞에서 양수발전소 백지화를 촉구하는 공연 ‘木자르기(목자르기)’를 개최한다.

공연 제목은 나무를 뜻하는 ‘목(木)’과 목숨의 ‘목’이 같은 소리라는 데서 착안했다. “우리의 나무를 자르는 건 우리의 목을 자르는 거야”라는 부제에는 잣나무 숲의 훼손을 주민 생존권과 공동체의 문제로 바라보는 풍천리 주민들의 절박함이 담겼다.

무대에는 양차애, DJ스탑원×DJ괄, 사바하, 달 위의 콜린스, 박지휘, 최양다음 NEXT, VAN KIDEN 등 7개 팀이 오른다. 관람료는 없으며 별도의 예매나 사전 신청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기존 집회나 마을 행사와 달리 풍천리와 양수발전소 문제를 처음 접하는 시민에게 현장의 상황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DJ와 일렉트로닉 음악을 포함한 출연진을 구성해 기존 환경·시민사회 중심의 연대를 새로운 관객층으로 넓힌다는 취지다.

주민들은 앞서 지난 8월 1일 청와대 앞에서 공연을 열고, 9월 5일에는 풍천리 마을잔치를 개최했다. 당시 행사가 주민과 연대단체가 결속을 다지는 자리였다면, 이번 공연은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산림 훼손과 주민 생존권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

대책위에 따르면 풍천리 주민들은 2019년 3월 첫 집회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700회가 넘는 반대 집회를 이어왔다. 주민 평균 연령은 약 70세이며, 주민 7명은 2024년 홍천군청에서 벌어진 퇴거불응 사건으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7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사업의 인허가와 공사 과정에서 제기된 위법 사항을 점검하는 동안 공사를 한 달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시계획 인가 취소와 인허가 서류 공개, 국도 56호선 이설공사 중단과 원상복구도 촉구하고 있다.

홍천 가리산 잣나무 숲 /사진제공=산림청

600MW 양수발전소 추진··· 산림·생계 훼손 우려

홍천양수발전소는 한국수력원자력이 풍천리 일대에 300MW급 발전기 2기를 건설하는 총 600MW 규모의 사업이다. 산 위와 아래에 상·하부 저수지를 조성한 뒤 전력이 남을 때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리고, 전력 수요가 많을 때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 신청서에 제시된 총사업비는 1조7429억원이며, 사업 면적은 153만279㎡다. 공사 기간은 2026년 1월부터 2032년 12월까지 84개월로 계획됐다. 시공은 대우건설·DL건설·효성으로 구성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맡았다.

한수원은 양수발전소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저수지 주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고용과 주민지원금, 지방세수 확대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산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 지역 공동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책위는 발전소 건설로 잣나무 11만1999그루가 벌채되고 51가구가 수몰·이주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설도로 공사 과정에서는 잣나무 2256그루가 이미 제거됐다고 밝혔다.

풍천리는 산림청이 ‘100대 명품숲’으로 지정한 1800㏊ 규모의 잣나무 숲이 자리한 지역이다. 산양과 까막딱다구리, 수달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약 70%가 잣 생산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산림 훼손이 주민 소득 감소와 공동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홍천양수발전소 실시계획 인가 취소와 공사 중단, 잣나무 숲과 생태계 보전, 주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홍천을 비롯해 구례·산청·하동·진안 등에서 추진되는 신규 양수발전소의 필요성과 환경성, 인허가 절차를 재검토하는 공개 토론회도 제안했다.

풍천리 주민들은 “잣나무 숲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주민들이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라며 “숲과 마을, 주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양수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