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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깔봐도 될 국민은 없다

초복 날, 닭 껍질을 채 벗기지 않은 삼계탕으로 보양했다. 탕 집에 발 디딜 틈조차 없을 거란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펄펄 끓는 뚝배기가 바깥 더위까지 고아버린 듯, 종업원들은 땀 훔칠 겨를 없이 "예, 잠깐만요. "를 주문처럼 되뇌었다.

깔봐도 될 국민은 없다

[오병익 칼럼]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동시인

초복 날, 닭 껍질을 채 벗기지 않은 삼계탕으로 보양했다. 탕 집에 발 디딜 틈조차 없을 거란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펄펄 끓는 뚝배기가 바깥 더위까지 고아버린 듯, 종업원들은 땀 훔칠 겨를 없이 "예, 잠깐만요."를 주문처럼 되뇌었다.

기다림이 억울하다 싶을수록 "줄 겨, 말 겨" 복달임 왔다 짐짓 엄살을 떨어 모양 빠진 손님도 더러 보였다. 세상에는 ‘역지사지(易地思之)’보다 말이 먼저 달리는 경우가 많다.

◇ 법 앞의 평등

'깔보다'란 '만만하고 다루기 쉽게 여겨 얕잡아보다' 뜻이다. 완전히 깔아뭉개는 말 '개무시'도 자주 들린다. 최근 국회의장의 개헌 관련 기자 간담회 후폭풍이 거세다. 헌법 제128조 제2항엔 대통령 임기 연장‧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보수는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본의와 달리 전달됐다'며 섣부른 나 홀로 연주에 어렵사리 분위기 탄 개헌 근력이 미심쩍다.

헌법 또한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욱 엄격하게 지켜야 할 약속일 테다.

당혹스러운 것은 원칙 제쳐두고 계산기 먼저 두드리니 살짝 김부터 샌다. ‘진·찐·친’으로 갈라치기 및 꿰차기에 술수가 판치는 정치문화, 국민 목소리에 관심은커녕 수십 길 낭떠러지행이다. 정권이 바뀌면 미운털 박힐까봐 권력의 맞춤법을 서툴게 써 온 지난 역사처럼.

정치는 국민 편에 설 때 빛난다. 그러나 여전히 내 편 네 편 ‘후려치고 돌려막기’ 외엔 인정하고 고치려는 자세보다 눈 부라리며 ‘어쩔 건데?’ 육탄전을 편다.

채찍 하나로 정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고, 당근만으로도 권력은 긴장과 멀다. 문제는 여전히 칼자루를 쥔 사람들 주객전도다. 인간사는 미필적 고의든 실수든 있게 마련이나 애먼 개헌을 붙들어 정치권은 연실 장군 멍군이니 그야말로 멘붕 지경이다. 정치 권위를 허물고 있다는 반증 아닌가. 헌법에서 배척될 국민은 없다.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도, 국민을 얕보는 정치도 결국 국민 손에 달렸다. 존중받지 않아도 될 국민도 없다.

여론의 본질을 감싸거나 속내를 감추려는 완곡어법이 아니라면 국회의장 입은 무거워야 했다.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 도대체 왜 그랬을까. 진보 진영 원로 역시 ‘말 같지 않은 소리’라며 찌뿌둥하게 일갈한 바,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딨겠나. 개헌 백신보다 얼마나 국민 편에서 답을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 염장을 지르는 야바위 수에도 못 들은 척 삼계탕으로 인내를 달구는 사람들, 정말 깔봐도 될 국민은 더더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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