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편집국장
지난 토요일 밤. 월급쟁이 생활을 시작한지 채 3년 남짓한 사회 초년병 3명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모두 서울의 한 고교 동기다. A는 삼성전자, B는 현대자동차 계열사. 그리고 C는 남성 간호사다.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잠시 화두가 되는 듯 싶더니 이내 주식 투자로 화제가 돌아갔다. 특히 필자가 경제전문 언론사에 근무한다는 말에 귀를 더 쫑긋 세웠다.
투자 성적표를 들어봤다. 미국 종목인 엔비디아부터 팔란티어, 그리고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그리고 코스닥까지. 미장과 국장을 넘나들며 돈이 된다면 과감히 투자한다. 박스권에 갇힌 비트코인은 일찌감치 정리했다.
분석과 전망도 준전문가급이었다. 한 명당 3000만~5000만원씩 ‘빚투’ (빚내서 투자)를 하고 있다. 여기에 부모님의 간접 지원에, 월급은 고스란히 투자금으로 쏟아붓고 있다. 다행히 모두 수익율이 배를 넘었다. 개별 종목 전망까지 상세히 꿰고 있었다. 필자는 “그래” “글쎄”만 연발했고, 줄곧 대화의 주변인으로 머물렀다.
“그래서 주식으로 대박치면 뭐할 건데”라고 화두를 바꿨다. “내 집 마련”이라고 입을 모았다. 순간의 망설임도 없었다. 강남은 아니더라도 ‘인서울권’ 아파트가 꿈이란다. 그리고 월급을 알토란 같이 모으고 장이 나아지면 빚을 더 내 계속 주식에 넣겠다고 했다. 이미 사고 싶은 아파트도 정했다.
A는 “적어도 6·3 지방선거 때까지는 정부 차원의 증시 부양책이 이어질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결코 주식 시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는 “중동전 와중에도 오천피가 꿋꿋이 버티고 있다. 전쟁이 끝나며 다시 튀어 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C는 “주식으로 최대한 돈을 불려 아파트 종잣돈으로 쓰겠다”고 했다.
자신감일까, 만용일까. 이들의 거침없는 투자 구상에 덜컥 겁이 났다. 요즘 곳곳에서 목격되는 ‘주식 올인 열풍’을 현장 확인한 것 같았다. 신림동 고시촌에서도 국가고시 대신 밤샘 주식투자를 한다고 한다. 젊은 엄마들도 카페에서 학원 정보 대신 종목 정보를 교환한다. 남편 친구의 친구가 삼성전자 다니는데, 000라고 하더라. 그리고 기타 등등.
안도도 했다. A는 어쩌면 아직은 행운아다. ‘빚투’·‘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도 아직은 수익을 내고 있으니. 그것도 수익율이 배다. 이해도 간다. 어렵게 노동시장에 진입해도, 뛰는 집값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게 2026년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 살고 있다. 행운아만 있는 게 아니다. 행운아도 일순간 지옥행 열차를 탈 수 있다. 투자 실패는 벌써 개인투자자, 특히 2030 젊은 개미를 옥죄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신용융자를 이용한 개인은 계좌별로 평균 19.0%의 손실을 냈다. 대형증권사 2곳의 개인 종합계좌 약 460만개를 분석한 결과다. 손실은 신용융자를 이용하지 않는 투자자(-8.2%)의 2.3배다. 20대는 -17.8%이고, 30대는 -18.2%다. 빚을 내 일부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몰빵 투자’, ‘불나방 투자’ 탓이다. 지난 2022년 강세장 때도, 그 위험성이 경험칙으로 입증됐다.
향후 투자 여건도 녹록지 않다. 1년 가까운 ‘불장 행진’에 뒷심이 달리는 것일까. 한국 증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외국계 기관은 대놓고 ‘전형적 버블’이라 외친다. 국내 기관 역시 조심조심 경고 볼륨을 올리고 있다. 당국마저도 “투자는 자기 책임”, “급격한 변동성 주의”라며 주황색 신호등을 깜박이고 있다. 물론 코스피는 여전히 저평가 시장이라는 의견도 많다. 전문가들조차 향후 주가 경로에 전망이 엇갈리는 것이다.
필자와 같은 세대, 5060은 행운아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손쉽게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내 집을 살 수 있었다. 폭풍 성장의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자녀 세대에겐 과실을 남겨주지 못했다. 행운의 여신이 그들을 계속 응원할까. 그래서 그들도 서울 집을 살 수 있을까. 믿을 것은 사실상 주식 밖에 없는 ‘외통수’에 걸린 2030. 그들을 보면 이 구절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세상 물려줘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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