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김창섭 위원장 인터뷰
“발전사업 허가 무게감 높이고 시장 공정성 제고 위해 노력할 것”
“규제역량 핵심인 전문성 확보가 절실…전력감독원 신설돼야”
“한국에서 문제 없는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규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전기위원회의 임무다.”
지난해 12월 김창섭 전기위원회 위원장이 새롭게 임명된 이후 올해 처음으로 열린 위원회에서 허수 발전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취소가 결정되며 눈길을 끌었다. 독립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던 전기위원회의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지난 1월 20일 진행된 ‘제319차 전기위원회’에서 풍력・연료전지 등 22건에 대한 발전사업 허가가 취소됐다. 319차 위원회는 김창섭 가천대 교수가 신임 위원장으로 위촉된 것을 비롯해 송승호 광운대 전기공학과 교수,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김춘희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 및 홍종영 법무법인 파랑 변호사 등이 신임 위원으로 임명되고 처음으로 열린 위원회였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인공지능(AI) 대전환이든 제조강국이든 지산지소이든 간에 현재 한국은 안정적 전기 인프라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새로운 전력체계 구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대규모의 투자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기위원회의 전력산업 규제에 대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전력산업 규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국내 투자를 확대 시키는 것이 전기위원회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취임한 지 100여일이 된 김 위원장을 만나 전기위원회가 추구하는 앞으로의 역할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전기위원장으로 온 지 3개월여가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취임 후 몇 주는 여러 가지로 상당히 힘든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에너지분야에서 오래 일은 했지만 전력시장이나 계통분야는 생소한 분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기존 위원님들을 포함해 12월 저와 함께 새롭게 위촉된 전기위원회 위원님들과도 합이 잘 맞는 데다 사무국과도 원만히 지내면서 안정감을 갖게된 것이 가장 주요한 첫 3개월의 성과라고 생각된다.
그 과정 중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체계개편, 재생에너지 준중앙제도 도입과 같은 굵직한 안건을 처리한 것도 보람있는 일이었고 특히 다수의 부실사업자 정리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비교적 잡음 없이 처리한 것도 크게 기억에 남는다. 우리 위원회는 향후에도 전력시장의 공정성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난제에 대해 절차대로 투명하게 처리해야겠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신임위원장으로 온 뒤 처음 열린 전기위원회에서 의지 없는 사업들과 관련, 무더기 허가 취소를 내렸다. 의미하는 바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존 공기업·기저전원 중심의 우리 전력시장 생태계를 완전히 새롭게 재편하는 과정이다. 시장 참여자가 급증하고 자율성이 증가하는 만큼, 시장에서 이뤄지는 부당 행위들을 규율하는 공정한 잣대도 필요하다.
발전사업 허가만 취득한 채 국·공유지나 한정된 전력망 자원을 선점하는 이른바 알박기 행위는 후발 유망 사업자들의 진입 기회를 박탈하는 심각한 시장 저해 요인이다. 물론 사업자의 정당한 사유로 지연되는 경우 면밀히 검토해 억울한 사례가 없도록 신중을 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대규모 허가 취소가 단행된 것은 그간 시장에 누적된 허수가 상당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발전사업 허가의 무게감을 바로 세우고, 시장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견지해 나갈 것이다.”
▶시장질서 확립이라는 성과 이면에 업계 불만도 일부 있는 것 같다. 업계의 발전사업 허가 기준 완화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규제는 시장 상황과 기술 발전에 발맞춰 진화해야 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규제는 결국 갈라파고스 규제로 도태될 뿐이다. 전력 산업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자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혈맥과도 같다. 따라서 발전사업 허가 기준의 개선 방향을 검토할 때에도 미시적 관점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발전사업 허가 기준의 조정이 우리 전력 산업의 구조, 나아가 국가 경제 전반에 어떠한 파급효과를 미치는지 넓고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최근 전력산업은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상풍력특별법 통과를 통해 과거 민간 사업자가 입지를 개발하던 방식에서 정부가 직접 입지를 발굴하고 수용성을 확보하는 계획입지 방식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와 함께 전력 산업 내 공공부문의 역할 재조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허가권의 지방 이양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 전력 시스템의 미래를 결정하는 본질적인 고민들이다. 전기위원회는 이러한 거시적 관점의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한민국 전력산업에 가장 도움이 되는 최적의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몇몇 기업 또는 특정 이해집단의 민원만으로 임시방편으로 허가 기준을 손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규제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전력망 부족이 발전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력망 확충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대안 마련도 절실해 보이는데, 전기위원회가 정부 정책의 조력자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인공지능(AI) 산업과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그리고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전력망이다. 전기위원회는 직접 송전탑을 세우지는 않지만 이 망을 누가, 언제, 어떠한 기준에 따라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규칙의 설계자 역할을 수행한다. 전력망 확충을 위한 조력자로서 전기위원회는 한전이 전력망을 적기에, 적절한 위치에 구축하고 있는지 엄밀히 평가하고 구축된 망이 공정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아울러 물리적인 확충 외에 비송전 대안(NWAs)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리드 포밍 인버터나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혁신 기술은 전력망 확충 없이도 전력망 부족 문제를 경감할 수 있는 창의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이 낡은 전력 시스템에 막히지 않도록,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하는 시장 시스템·그리드코드 등 고도화에 일조하는 것이 전기위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전력감독원 신설 등 전기위원회 권한과 기능강화에 대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전기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과거의 전력망이 수직적이고 단순했다면, 현재는 분산 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등 수백, 수천 개의 변수가 얽힌 복잡계로 진입했다. 전력 행정도 데이터와 전문성에 기반한 고도의 규제 설계가 필수적이다.
전력감독원 신설은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첫걸음이다. 전력감독원을 통해 실질적인 조사권과 전문 인력을 확보해 전력 규제기관이 선제적으로 그리드코드의 고도화하고,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과 전력시장의 공정성을 촉진하는 전문가 그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전력분야 규제의 기본방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AI와 첨단 제조업 경쟁력, 그리고 기후 위기 대응의 공통 분모는 강력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혁신적 투자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결국 전기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규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민간과 공공의 투자의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시장 질서를 확립해야만 민간과 공공의 자본이 안심하고 전력망 확충에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일관성 있는 규제체계의 정립은 결과적으로 전력 산업 구조 고도화를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공정한 규칙이 작동하는 시장이 전제될 때, 발전공기업 통합, 한전 지주사 전환 같은 해묵은 난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도 비로소 확보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막 첫 단추를 꿰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현재는 AI와 제조강국을 위한 전기에너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 있다. 이는 전력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고 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공공에 공히 규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력분야 규제역량의 강화에 의해 실천되는 것이다. 규역역량의 강화는 제도적 개편뿐 아니라 정책부서와의 독자적 관계정립, 자체적인 투명성과 전문성 제고, 그리고 시장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규제역량의 가장 핵심인 전문성 확보가 절실하다. 그래서 전기위원회는 함께 규제를 이끌어갈 전력감독원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국회 및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을 해나가겠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것은 신뢰도기준, 공급약관 등 각종 규정의 개정과 관련한 장기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정책부서와 사업부서들은 당장의 현안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규제부서가 장기적인 안정성을 요구하는 것이 시장과 기술의 과도한 단기대응으로 부적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시장과의 다이어로그를 어떻게 강화하고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이 점은 사실 가장 어려운 과제이고 동시에 필요한 숙제다. 차분히 고민해서 다이어로그의 제도화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셨으면 한다. 전기위원회는 최선을 다해 현 변화와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겠다.”
He is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과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과 박사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기술센터·기후변화대책반 팀장 ▲한국산업기술대 전기과 교수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총괄기획분과 분과장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現 전기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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