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경제사령탑 'IMF 나랏빚 경고' 일제히 반박
靑은 '수준' IMF는 '흐름' 초점
非기축통화국 비교도 견해차
재정관리 우선순위는 다르지만
'성장 잠재력 확충'이란 목표 같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 등 경제 사령탑이 일제히 ‘한국 재정 실체를 반영하지 못하고 국가채무 위험성만 강조하고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을 비판한 계기는 지난 15일 공개된 ‘재정 모니터’ 보고서다.
보고서에서 IMF는 한국을 독일, 벨기에와 함께 5년간 나랏빚이 빠르게 증가할 나라로 꼽았다. IMF는 한국을 네덜란드와 함께 회원국의 전체적인 재정 개선 효과를 상쇄한 나라로도 지목했다.
“역사적으로 탄탄한 재정 건전성을 갖춘 한국과 네덜란드가 재정 여력을 일부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듯한 IMF의 진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우리 경제 사령탑과 IMF 모두 현재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있을 뿐 ‘현명한 지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국가 재정 운영’이라는 지향점은 동일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 부채비율은 낮아 vs 증가 속도가 문제
김 실장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D1)이 49% 수준으로 109%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밑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현재 부채비율이 다른 선진국보다 양호하다는 점은 IMF 등 국제기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국제기구가 우려하는 건 한국의 부채비율 상승 속도다. IMF는 한국 부채비율이 30%이던 2006년부터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기축통화국 가운데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11개국 중 한국은 부채비율이 가장 빨리 늘어나는 국가로 분류된다. 비기축통화국 11개국의 평균 일반정부 부채비율(D2)은 2026년 54.7%에서 2031년 54.4%로 소폭 하락한다. 같은 기간 한국은 54.4%에서 63.1%로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다.
국제기구는 우리나라 정부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흐름’을 우려하는 데 한국 당국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부채 ‘수준’을 내세우는 것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 정부와 중앙은행도 부채 수준과 흐름은 분리해서 보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영국 등 기축통화국 역시 재정 불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들어 비기축통화국 간 부채비율 비교는 중요하지 않다는 김 실장 주장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축통화국은 필요에 따라 통화를 발행해 소위 부채 부문을 물타기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나라”라며 “(그런 수단을 갖추지 못한) 비기축통화국은 불안이 큰 게 사실”이라고 했다.
김 실장 진단대로 국제기구와 한국 정부가 모두 국가부채비율을 주목하는 것은 “미래 걱정 때문”이다. 다만 미래를 보는 시각에도 국제기구와 한국 당국자 사이에는 견해차가 존재한다. 그는 “2025년 국민연금 모수개혁으로 보험료율이 인상됐고,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까지 개선돼 소진 시점과 재정 전망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반면 재정 전문가들은 민간 금융권의 스트레스테스트처럼 보수적인 가정 아래 위험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재정 관리라고 주장한다. 국제기구가 반복적으로 재정준칙, 연금개혁, 세입 기반 확충을 주문하는 이유다. 박 교수는 “올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우 예외적인 반도체 호황을 빼면 세수 결손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출은 늘어나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부채비율 증가 속도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성장 마중물’·지속성 동시 달성해야”
성장 잠재력을 키우자는 것은 우리나라 정책 당국자와 국제기구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김 실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아지면 세입 기반이 커지고 국가채무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경쟁력 강화, 자본시장 성장 등을 통해 분모인 GDP를 키우면 부채비율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IMF도 20년 전부터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을 주장했다. 다만 세수 기반 확충, 조세지출 축소같이 재정 효율성을 우선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낙관론 대 위기론’처럼 대결로 보기보다 재정을 경기의 마중물로 활용하는 동시에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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