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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성희의 역사갈피] 동남아 살육에 가담한 '일본인 용병'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김성희의 역사갈피] 동남아 살육에 가담한 '일본인 용병'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반다 학살 등을 저질렀는데 이 때 가해자로 관여

학살주도한 쿤 총독은 한 때 조선정벌 꾀했으나 明의 거센저항으로 불발

네덜란드 상관(商館)이 있던 히라도 섬을 통해 일본인들이 네덜란드의 용병으로 기용되었다.

[김성희 이코노텔링 편집고문] 『일본인 이야기』(김시덕 지음, 메디치미디어)란 책이 있다. 16세기 이후 일본사를, 동아시아와 유라시아를 아우르트 국제 관계의 맥락에서 살핀 색다른 책이다.

여기엔 눈길을 끄는 내용이 그득한데, 일본인 용병이 일찌감치 동남아에서 활동했다는 사실도 그중 하나다.일본이 서양 문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전인데, 그중 네덜란드의 영향이 커서 에도시대엔 난학(蘭學)이라 해서 제법 학풍이라 하기에 이를 정도였다.

한데 기술문명만 일방적으로 주고받은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네덜란드 상관(商館)이 있던 히라도 섬을 통해 일본인들이 네덜란드의 용병으로 기용됐단다.

향신료 무역을 위해 동남아에 진출했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반다 학살(1621)과 암보이나 학살 사건(1623)을 저지른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이때 일본인 용병들이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관여했다고 한다.

네덜란드 총독 얀 피터르스존 쿤은 1621년 19척의 함선에 1천여 명의 병사와 수백 명의 죄수 그리고 백여 명의 일본인 용병을 태우고 인도네시아의 반다섬을 침공해 주민들을 학살했다. 당시 1만 5천 명에 달했던 섬 주민 중 살아남은 이가 1천 명도 채 되지 않았다니 그 참상을 짐작할 만하다.

암보이나 학살은 1623년 역시 인도네시아의 암본 섬에 주재하던 네덜란드 병사들이 영국 상관을 습격해 영국인 10명, 일본인 9명, 포르투갈인 1명을 고문하고 처형한 사건을 가리킨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은 동남의 향료 무역에서 손을 떼고 인도 경영에 전념하기로 함으로써 동남에서 유럽 제국주의 열강의 판도가 그려졌을 만큼 파장이 컸던 사건이다.

일본인 용병은 마치 유럽의 스위스 용병처럼 주인과 명분을 가리지 않고 전쟁을 직업 삼아 이런 국제 분규 와중에 뛰어들었으니 호전적이랄까 진취적이랄까 평가하기 쉽지 않다.

다만 주목할 것은 17세기 초에 이미 동남아에서 용병들이 설쳐댔을 만큼 일본이 국제적으로 놀고 있을 때 조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점이다. 1623년이면 인조반정이 일어났던 해다. 이듬해엔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은 '2등 공신' 이괄이 난을 일으켰다. 공신들끼리 밥그릇 싸움에 한창이었으니 바다 너머로 눈 돌릴 여유도 안목도 없었다. 조선의 쇠락은 일찌감치 시작되었던 것이다.

웃기는 것은, '반다의 학살자'로 불린 쿤 총독이 조선 정벌을 꾀했다는 사실이다. 1622년 네덜란드는 명나라와의 무역로를 개척하기 위해 마카오를 공격하는데, 쿤 총독이 원정대에 보낸 명령서에는 (코레아를 포함한) 중국 해안에 연계된 모든 지역을 점령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하지만 명의 거센 저항에 부딪친 네덜란드는 타이완 점령에 그쳤으니 조선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의문의 1승'을 거둔 셈이라 할까.

이코노텔링 김성희 편집고문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김성희 이코노텔링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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