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전쟁에는 금' 공식 깨지고 달러만 지속적 강세
인플레-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국채 가격 하락
중동 큰손 금 매수 여력 줄고 은 수요 감소 전망
지난 2월 말 주말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급전을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토요일이라 암호화폐 시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금융시장이 임시 휴장한 상태였다. 뉴욕시간으로 금요일 오후 다섯 시에 한 주일을 마감한 상품시장에는 깊은 긴장감이 흘렀다. 일요일 오후 여섯 시까지의 침묵은 더 길게 느껴졌다.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태국 화물선 ‘마유리 나리’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화염에 휩싸여 있다. /EPA=연합뉴스
원유 매장량 세계 3위의 이란이 직접 공격을 당한 데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터로 변한 터라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란 공습 전 배럴당 67 달러선을 오가던 미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는 개전 후 75 달러로 치솟았고 시간이 갈수록 저점을 높여갔다.
전황이 불투명해지자 결국 3월 2일에는 배럴당 120 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CBS와의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 발언하는 바람에 85 달러로 급락하긴 했지만 상승 동력을 상실하진 않았다. 이란이 생각보다 강하게 버티면서 이란과 바로 인접한 아랍에미리트(UAE) 가스전과 중동지역 석유시설이 피해를 입자 유가는 다시 슬금슬금 상승세를 탔다.
전주 말에도 WTI 원유가는 배럴당 100 달러를 목전에 둔 상태에서 한 주일을 마감했다. 이렇게 유가가 초강세를 보이자 다른 자산시장에는 강한 적신호가 켜졌다. 우선 지정학적 국제정세가 불안정해질 때마다 안전자산으로 떠오르는 미 국채도 된 서리를 맞았다. 이란 공급 전 3.95% 아래로 하락했던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개전 직후 4%를 돌파했다.
국채 수익률의 상승은 국채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전선이 중동전체로 번지면서 채권 가격의 낙폭은 커졌고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강화했다. 전주 말 미 10년물 국채 장기금리는 4.38%로 상승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올라야 하지만 미 국채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우려보다 국제유가 상승이 초래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지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반영해 국채 금리에 대한 하락 압력이 커져 채권 가격이 오르고 시장은 활황을 보인다.
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물가를 잡아야 하는 연준은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금리 인하는커녕 금리 인상의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실제 올해 하반기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물가에 대한 유가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자동차 연료비가 바로 오른다.
생활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교통비가 상승한다. 이는 동시에 항공, 해상, 육로를 통한 운송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더불어 원유는 각종 화학제품의 필수 원자재다. 생산 단가와 운송 비용이 갑자기 상승하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 마진은 떨어진다. 기업은 결국 비용 인상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게 되고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가 상승한다.
물가가 오르면 가계는 소비를 줄인다. 수요 감소는 기업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져 투자가 줄어든다. 기업 실적 감소로 주가가 하락한다. 이는 다시 주식에 투자한 가계의 부를 감소시켜 소비하락을 심화시킨다. 과거 국제유가의 급등 후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진 이유다.
설상가상,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물가 상승까지 동반한다. 경기는 위축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된다. 유가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는 직통로가 되는 이유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혀온 미 국채 가격도 유가 상승이라는 거대한 악재를 피해 가기 어려운 이유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물가 상승까지 동반한다. /AP=연합뉴스
유가상승 후폭풍은 미 국채가격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법정화폐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안전자산으로서 과거의 영광을 다시 구가하던 금값도 유가 급등의 직격탄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란 공습 직전 트로이온스당 5270 달러로 한 주를 마감했던 금값은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자 안전자산으로서의 저력을 보이며 3월 2일 한 때 5400 달러를 회복했다.
하지만 금값은 사상 최고가인 5600 달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날 5100 달러가 붕괴되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후 잠시 횡보세를 보이다 하락세가 가팔라지며 전주 말에는 4500 달러 아래로 밀리기까지 했다. 금의 아류로서 더욱 큰 변동성을 보이는 은값의 동향은 더욱 극적이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데이터센터 등에 필수적인 소재로 등장하면서 산업적 수요가 폭증한 은 가격은 1월 말 트로이온스당 120 달러 위로 급등했었다. 하지만 변동성 급등을 우려한 선물거래소의 연이은 거래 증거금 인상과 차익실현 매물 및 알고리즘 매도세가 맞물리면서 은값은 한 때 온스당 64 달러까지 폭락했다.
이후 탄탄한 기술적 반등을 보이며 은가격은 3월 2일 96 달러를 회복했으나 국제유가 상승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전주 말 68 달러까지 주저앉았다. 그렇다면 금은 가격의 폭락을 부른 원인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금은은 화폐의 역할을 해왔다. 최근 수년간의 가격 상승도 화폐 발행이 급격히 증가해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법정 화폐에 대한 헤지 수요에 힘입은 바가 컸다.
이런 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금은 가격은 상승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만큼 법정화폐, 즉 달러가 가치를 잃기 때문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을 퇴치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더 빠른 속도로 올리면 실질금리가 상승해 통화가치가 오히려 상승한다. 1980년대 초 연준이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 위로 올리자 달러가 급등했던 것이 좋은 예다.
최근에도 달러의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상대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지수(DXY)는 이란 공습 전 97 포인트에서 100 포인트 안팎으로 상승했다. 외환시장은 인플레이션보다 미 금리 상승이 빠를 것이라 전망한다는 얘기다. 금은 가격도 이런 달러 지수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해 최근 급락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경기침체와 실물경제 후퇴에 대한 우려도 한몫했다. 경기가 둔화되면 실물 은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고, 유가 상승으로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금 매수 여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원유를 수출해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인 중동의 국부펀드와 큰손이 최근 적극적 금 매수의 주역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산가격 급락의 가장 큰 이유는 국제유가 자체의 급등이다. 원유 선물과 관련 ETF의 거래량이 기록적으로 늘어나면서 자산시장의 관심과 수요를 강하게 빨아들이고 있다. 이란의 위협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인근 가스 및 정유 시설이 피해를 입으면서 유가 상승의 실물적 근거는 충분하다.
관건은 유가 상승이 가져올 역효과를 너무나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상승 저지 노력이다. 그 의지를 잘 아는 원유 시장은 알아서 WTI 현물가가 100 달러에 근접할 때마다 조정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정책 의지가 시장에 먹혀 들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향후에도 시장이 정치권의 레토릭을 수용해 박스권 횡보를 지속할지 여부다.
물론 향후 전황의 전개 방향이 유가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종전이 빨라지면 유가는 안정될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확전의 가능성이 커지면 유가에는 빨간 불이 커지고 다른 자산 가격에도 찬물이 튀길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교전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진 뒤에는 석유 생산시절의 피해와 복구 우려로 종전을 해도 유가가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francis.kim@furman.edu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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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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