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물어보면 무엇이든 답한다. 그런데 왜, 모두가 같은 AI를 쓰는데 결과는 천차만별일까?
/사진=김성욱 경영학 박사
지난주 구글이 ‘풀스택 바이브 코딩’을 발표했다. 자연어로 말만 하면 AI가 데이터베이스부터 로그인 기능까지 통째로 만들어주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개발자의 84%가 이미 AI 코딩 도구를 쓰고 있고, 아이디어에서 프로토타입까지 걸리는 시간이 수 주에서 수 시간으로 줄었다. 세상이 이토록 빨라지면, 모든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 서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다. 세상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오히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시간을 견디는 힘’이다.
바이브 코딩을 직접 가르쳐본 개발자의 경험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의대생과 인사팀 직원, 코드 한 줄 써본 적 없는 두 사람에게 AI 코딩을 알려줬더니 VS Code 설치에서 막히고, JSON 파일을 보고 당황하고, 배포 단계에서 멈춰 섰다. AI가 코드를 다 만들어줘도 그 앞에서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그 벽을 넘은 사람은 놀라운 속도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갈린 것은 코딩 실력이 아니다. 끈기다.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이것을 ‘그릿(Grit)’이라 불렀다. 열정을 가지고 장기적 목표에 매달리는 힘.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재능보다 끈기가 성취를 더 잘 예측한다. 흥미로운 것은,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뒤집히는 지금, 이 오래된 진리가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이것을 ‘그릿(Grit)’이라 불렀다. 열정을 가지고 장기적 목표에 매달리는 힘.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재능보다 끈기가 성취를 더 잘 예측한다. 흥미로운 것은,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뒤집히는 지금, 이 오래된 진리가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과학자 송길영님은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AI와 잘 협업하기 위해서는 AI에 어려운 일을 시킬 만큼의 끈기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딥마인드가 50년간 풀지 못한 단백질 구조를 몇 년 만에 밝혀낸 것도, AI가 혼자 한 것이 아니다.
반세기라는 시간을 관통하며 그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 연구자들이 AI에게 정확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것은 AI의 연산 능력이었지만, 그 AI를 움직인 것은 인간이 축적한 시간의 깊이였다.
필자도 30년간 자본시장과 부동산, 중소기업 컨설팅 현장을 걸어오면서 같은 원리를 수없이 목격했다. 같은 정보, 같은 시장, 같은 도구를 쓰는데 결과가 다른 이유. 그것은 언제나 ‘얼마나 오래 버텼느냐’에 달려 있었다. 세상은 매번 새로운 도구를 내밀었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그 도구에 자기 시간을 얼마나 쏟았느냐였다. 지금 필자가 바이브 코딩으로 AI 플랫폼을 직접 만들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AI가 코드를 써주지만,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안 되면 다시 시도하고, 밤새 방향을 수정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AI는 지치지 않지만, 방향을 정하지도 않는다. AI는 포기하지 않지만, 목표를 세우지도 않는다.
가트너는 2026년까지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40%가 AI 에이전트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했고, PwC 조사에 따르면 이미 79%의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이미 예측을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도입한 기업 중 상당수가 파일럿 이후 실제 운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AI 에이전트는 시키면 하지만, 시킬 줄 아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시킬지, 왜 시켜야 하는지, 결과가 틀렸을 때 어떻게 다시 시킬지. 이 모든 것은 도메인 지식과 끈기의 영역이다. 다시 말해, 시간을 들여 쌓아온 경험만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박학다식한 존재다. 하지만 그에게는 열정이 없다. 목표를 향해 이를 악물고 버티는 집념이 없다. 새벽 세 시에 “이번엔 되겠지” 하며 다시 시도하는 그 미련함이 없다. 역설적이게도, 세상이 똑똑해질수록 인간의 끈기가 더 큰 차이를 만든다. 똑같이 똑똑한 도구를 쥐었을 때,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그 도구를 내려놓지 않는 손이다.
이번 주, 한 가지만 해보자. AI에게 질문을 던지되, 첫 번째 답에 만족하지 말자. “왜?”라고 다시 묻고, “다른 방법은?”이라고 또 묻자. 세 번째, 네 번째 질문에서 비로소 나만의 답이 나온다. 세상이 주는 도구는 누구에게나 같지만, 그 도구에 쏟는 시간의 밀도는 각자 다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AI의 지식이 아니라, 끝까지 쥐어짜는 당신만의 끈기다.
그리고 끈기의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속된 끈기는 복리와 같은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느 순간 시간이 시간을 끌어당기며 나만의 영역이 만들어진다. AI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이자를 주지만, 원금을 쌓는 것은 당신의 끈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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