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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김보형의 뷰파인더]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산'만 HMM 발전 전략 안 보...

재계 17위로 두산(18위), DL(18위), 네이버(22위)보다 자산이 많다. 하지만 해운업 특성상 고용 효과는 크지 않은 편이다. HMM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정규직원은 1850명이다. 선박 운항을 맡는 해상직...

[김보형의 뷰파인더]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산'만 HMM 발전 전략 안 보...

산업은행 HMM '선 부산 이전, 후 민영화'로 돌아서

주요 글로벌 선사 본사는 경제 수도에 있는데

호르무즈발 위기에도 근원적 경쟁력 개선 논의는 빠져

서울 여의도 HMM 본사. HMM 제공.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전에 부산 이전을 선언하지 않을까요.”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이 본사 부산 이전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HMM은 3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박희진 부산대 경영대학 부교수와 안양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부산 지역 학계 인사인 박 부교수가 이사진에 포함되면서 HMM의 부산 이전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 부행장을 지낸 안 고문도 HMM 최대주주인 산은과의 가교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HMM은 이번 주총에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HMM이 본사를 이전하려면 정관에 명시된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HMM이 이사진 개편과 함께 4월 이사회를 거쳐 늦어도 5월 임시주총을 열고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상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다. 주총 특별결의는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 참석하고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35.4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08%) 지분이 70%가 넘는 만큼 안건만 상정되면 통과는 무난하다. 여야 정치권도 HMM 부산 이전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산은

산은도 HMM 민영화보다 부산 이전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박상진 산은 회장은 올해 2월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MM 매각은 지금 당장 검토하진 않고 부산 이전을 완료한 다음에 추진하겠다”며 “부산 이전이 가장 선결 과제”라고 못박았다. 산은과 해진공이 최대주주로 있어야 HMM 본사 이전에 유리한 만큼 민영화를 미루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산은의 행보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에서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반영된다. HMM 주가가 오르면 산은의 지분 평가액이 불어나면서 RWA가 증가해 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다. 반대로 HMM 주가가 떨어지면 지분 평가손실이 발생해 산은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다. BIS 자기자본비율이 내려가면 국내외 조달금리가 오르고 기존 자기자본을 활용한 대출 여력까지 줄어든다. 낮은 금리로 기업에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산은이 제역할을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강석훈 전 산업은행 회장은 2023년 기자간담회에서 “HMM 주가가 1000원 움직일 때마다 산은의 BIS 비율이 약 7bp(1bp는 0.01%포인트) 변동한다”며 “산은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려면 HMM의 매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전 회장은 2024년 HMM 매각 실패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HMM 주식이 산은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쳐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민영화 필요성을 재차 제기했다.

산은을 짓누르던 BIS 자기자본비율 문제는 지난해 6월 HMM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급한 불을 껐다. 금융감독원이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의 RWA 적용을 3년간 유예해주기로 하면서다. 덕분에 산은은 2028년 6월 30일까지 HMM 지분에 따른 BIS 자기자본비율 변동 부담에서 벗어났다. 금융 당국은 “산은이 정부 결정으로 HMM 주식을 취득했고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도 없다”는 이유를 댔지만 결과적으로 HMM의 ‘선 부산 이전, 후 매각’라는 판을 깔아줬다.

고객과 돈은 여전히 서울에

정부는 해양수산부에 이어 HMM 이전을 완료해 부산을 글로벌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정작 세계 주요 해운사들은 대부분 부산처럼 항만이 아닌 금융·경제 중심지에 본사를 두고 있다. 글로벌 1, 2위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 본사는 각각 스위스 제네바와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다. 일본의 세계 6위 해운사 ONE도 본사는 도쿄다. 해운사 본사 역할은 선박 운항보다는 영업과 재무, 투자 업무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해운사에 화물 운송을 위탁하는 기업들이나 선박을 지을 자금을 빌려줄 은행들은 모두 서울에 있다.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국 상하이 등 항만도시 성공 사례를 꼽지만 이들 도시는 물류 거점 이전에 돈이 몰리는 금융 중심지들이다.

HMM 부산 이전의 또 다른 논리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역시 물음표가 던져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HMM의 자산 총액은 33조4530억원에 달한다. 재계 17위로 두산(18위), DL(18위), 네이버(22위)보다 자산이 많다. 하지만 해운업 특성상 고용 효과는 크지 않은 편이다. HMM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정규직원은 1850명이다. 선박 운항을 맡는 해상직(807명)을 제외한 육상직은 1043명에 그친다. 부산항 전용 터미널과 선박종합상황실 등 이미 부산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빼면 실제 부산으로 이전이 가능한 인원은 900여 명에도 못 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 중견 해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HMM에 중요한 고객(화주)과 돈(금융사)은 서울에 있는데 본사를 부산으로 옮긴다고 고용이 늘어날 수 없다”며 “기껏해야 부산 건설사들이 HMM 신사옥 건설 공사를 맡는 제한적인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에 발목 잡힐 판

HMM 본사 부산 이전이 3월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노란봉투법’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근로 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판단’을 노사 의무 교섭 사항으로 명시했다. 임금, 복지와 같은 근로 조건뿐만 아니라 사업장 이전과 구조조정 등도 포함된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선 HMM 본사 이전에 따라 직원들의 근로 조건이 바뀌는 만큼 파업 대응이 가능하다고 본다. HMM 육상노조도 “부산 이전은 지방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한 정치적 결정”이라며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HMM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최대 국적 선사에 오른 HMM에 국민이 낸 세금이 원천인 공적자금 7조4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산은과 해진공이 70%를 웃도는 지분을 손에 쥔 이유다. HMM 부산 이전을 추진할 수 있는 원천이 혈세라는 얘기다. HMM은 코로나19 특수와 자체 선단 확장 효과 등이 맞물리며 2020년부터 2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우량기업으로 우뚝섰다. 1년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자산만 11조원에 달한다. 우량기업은 하루라도 빨리 민영화해 공적자금 회수에 나서는 게 순서다. 산은의 HMM 지분의 위험가중치 적용 유예 기간도 2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HMM 인수금액이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매머드급 매물 특성상 매각이 결정되더라도 입찰 등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중동전쟁에 따른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해운업계는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HMM 선박 5척이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였고 선박 연료인 벙커C유 가격은 치솟고 있다. HMM의 전체 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웃돈다. 해운 운임이 오른다지만 항로가 막히면 ‘그림의 떡’이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의 파고 속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HMM의 본원적 경쟁력과 관계없는 본사 이전 문제에 몰입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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