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이란 전쟁 2주 휴전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주식 시장은 중동 불확실성을 뒤로하고 안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증시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6일 종가로 6226.05포인트를 기록하며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기 직전 고점인 6347.41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직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장기화 우려가 완화될 가능성을 선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 얼마 전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주도한 1차 종전 협상은 결렬됐지만, 양국 간 2차 추가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을 주식 시장이 미리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다음달 31일까지 미국과 이란이 영구적 평화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보는 확률이 60%에 달한다. 오는 30일까지 협정 완료를 예상하는 확률인 38%보다 22%포인트 높다.
물론 이번에도 협상은 깨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염려와 달리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가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라 미국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전쟁에 기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1787년 헌법 회의에서 55명의 대표에 의해 제정됐다. 지금까지도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당시 헌법은 7개 본문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는 연방정부 구조를 설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 후 1791년부터 1992년까지는 수정헌법 27개 조항이 새로 추가됐다. 다만 전쟁과 관련된 핵심 규정은 초기 헌법에 나와 있다.
입법부인 의회의 권한을 명시한 헌법 본문 제1조 8항 ‘연방의회에 부여된 권한’에서 의회는 전쟁을 선포하고, 나포 허가증을 수여하며 지상 및 해상에서의 나포에 관한 규칙을 정할 수 있다. 이를 이번 중동 상황에 적용하면 형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할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헌법에 근거해 이란 공습을 수행할 수 있다. 헌법 본문 제2조 2항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미국 군대와 민병대의 총사령관으로서 규정한다. 다만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과 절차적 당위성 측면에서 대통령은 의회와 협의를 해야 한다. 만약 합의가 어렵다면, 군사 행동 개시 후 48시간 이내에 의회에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 이후 의회는 전쟁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데, 의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 군대는 60일 내로 작전 지역에서 작전을 끝내야 한다. 단, 철군 기간으로 추가 30일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준을 토대로 현재 중동 전쟁을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공습한 지난 2월 28일에서 이틀 후인 지난달 2일에 관련 사실을 의회에 보고했다. 따라서 전쟁권한법의 일반적인 해석에 의하면 의회 추가 승인 없이 군사 행동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오는 30일이 된다. 철군 목적으로 30일을 더해도 다음달 30일이면 더 이상 이란 공습은 가능하지 않다.
물론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의회가 대통령의 군사 권한을 확장한 무력사용권(AUMF)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무력사용권을 고려하되 제한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지도부가 중동 전쟁 장기화가 초래할 경제적 부담과 정치 리스크를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공습을 제한적으로 진행하는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도 앉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으로 전쟁을 종식할 수 있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선택이고, 금융 시장도 환호할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돼 전쟁권한법에 따른 철군을 고려해도 ‘의회 반대’라는 명분을 활용해 출구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미국이 자극한 전쟁 불확실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 시장은 긍정적 분위기를 미리 조성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전쟁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뒤로하고, 법에 기반한 의도된 퇴로를 확보하는 순간 주식 시장은 중동 불확실성을 털어내며 안도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주식 시장은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했고, 실체가 불명확한 불확실성에 과도한 경계심을 보인 적이 많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말이면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되는 환경을 맞이할 수 있다.
다만 중동에서의 포성이 줄어든다고 할지라도 실물 경제가 바로 회복되는 건 아니다. 전쟁이 남긴 상흔으로 경제 환경이 장밋빛으로 바로 전환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존과 달라진 고유가·고환율·고금리에 대비하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다.
반도체는 전쟁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강력한 실적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기에 주식 시장 랠리를 계속 이끌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 코스피의 상승 기울기가 더 가팔라질 것이다. 여기에 고환율을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출 주도 지수 상승에 한몫 거들 것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조선, 방산, 원전, 전력기기, 음식료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전쟁 불확실성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면, 앞으로는 아픔을 참고 시장에서 버틴 투자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도래할 수 있다. 법률이 정한 제도적 장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면 주식 시장의 안도 랠리는 일정 기간 더 이어질 여지가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weeklyhk@hankooki.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