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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경한의 상경이론] 소모품에서 '창의적 설계자'로...AI 인재 혁신의 출...

과거에는 효율을 극대화할 소모품이 필요했던 반면, AI(인공지능) 시대에는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을 창의적 설계자가 필요하다. 이들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 LG AI대학원이다. 과거와 달리 AI 시대에는 창의적...

[김경한의 상경이론] 소모품에서 '창의적 설계자'로...AI 인재 혁신의 출...

[업다운뉴스 김경한 기자]

E=mc², 상대성이론의 그 유명한 질량(m)-에너지(E) 등가성 공식이다. 솔직히 상경계를 나온 입장에선 평생을 두고도 이 이론의 깊이를 알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나오는 버스 안의 시계는 바깥에서 보면 더 느리게 간다는 의미는 문과적 사고로도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면 같은 사건이나 현상, 사물을 보고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성 경영이론(상경이론)’은 이 관점에서 출발해 업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시각을 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프레더릭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론’이라는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던 경영이론을 발표했다. 이는 현대 경영학과 산업공학의 효시가 되는 이론이기도 하다. 스톱워치로 노동을 측정하는 이 방식은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와 만나 조립 시간을 10분의 1로 단축했다. 하지만 효율의 이면에는 기계 부품으로 전락한 노동자의 비명이 상존했다. 찰리 채플린은 영화 ‘모던 타임즈’를 통해 톱니바퀴 속에 빨려 들어가는 인간의 소외를 날카롭게 풍자했다. 과거에는 효율을 극대화할 소모품이 필요했던 반면, AI(인공지능) 시대에는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을 창의적 설계자가 필요하다. 이들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 LG AI대학원이다.

과거와 달리 AI 시대에는 창의적 설계자가 필요하다. [사진=영화 '모던타임즈', 구글제미나이 합성]

191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철강회사 기술자였던 테일러는 공장 노동자들이 적당히 요령을 피우는 조직적 태업을 확인하고 소위 스톱워치로 노동을 측정해 최적의 효율을 찾아내는 이론을 정립했다. 이 이론을 현실에 적용한 인물이 포드 자동차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였다. ‘사람은 가만히 있고 물건이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면서 T형 포드의 조립시간을 12시간 8분에서 1시간 33분으로 줄이는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 하지만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맞춰진 노동자는 일종의 기계 부품에 지나지 않았다. 포드 공장은 1913년 이직률이 370%에 달했을 정도로 노동자에게 악몽과 같은 직장이었다.

찰리 채플린은 이를 빗대어 1936년 영화 ‘모던 타임즈’를 제작했다. 영화 속 찰리는 컨베이어 벨트로 끊임없이 나오는 너트를 조이는 업무를 한다. 경영자는 점점 업무 속도를 높이지만, 찰리가 잠시 대화하거나 얼굴에 달라붙는 벌레를 떼어내다 보면 어느새 작업에서 밀리게 된다. 결국 찰리는 정신을 놓아버리고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공장의 톱니바퀴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톱니바퀴의 너트를 조이기까지 한다.

한 세기를 훌쩍 넘은 오늘날에도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보는 관점은 여전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AI) 시대다.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쫓아가기 바쁜 수동적 효율성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는 AI라는 가속기를 통해 물리적 제약을 벗어던지고,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설계자로서의 역량이 요구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며 등장한 것이 바로 LG AI대학원이다. 2025년 10월 1일 시행된 ‘첨단산업 인재혁신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이곳은, 국내 최초로 교육부의 공식 석·박사 학위 인가를 받은 사내 대학원이다. 지난 4일 개원에 맞춰 1기 입학생은 LG전자(박사 2, 석사 6), LG에너지솔루션(석·박사 통합 1, 박사 1, 석사 1), LG디스플레이(박사 2), LG이노텍(석사 2), LG화학(석사 2) 등 재직자 17명이 입학했다.

국내 최초인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기업이 정식으로 정부 인가를 받아 석·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미국 맥도날드 햄버거 대학은 사내 교육기관이나 학위가 아닌 수료증을 주며, 애플 대학은 학위가 아닌 내부 교육 차원이고, 나사의 싱귤래러티 대학은 학위가 아닌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국 다이슨 공과대학은 기업이 국가 공인 학위를 수여한다는 점에서 가장 유사한 교육기관이다. 다만 이곳은 원석 상태의 고교 졸업생을 선발해 기업에 최적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교다.

이와 달리 LG AI대학원은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수강생들에게 현업에 필요한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석사 과정은 문제 해결 중심의 실무 인재 양성을 목표로 1년(3학기) 과정으로, 박사 과정은 산업 현장의 복잡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독창적인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3년 이상 파견 과정으로 운영된다. 특히 박사 과정의 졸업 요건은 SCI(E)급 논문 1편 이상 게재, 또는 세계 정상급 학술 대회 발표가 필수로 포함된다.

하지만 LG AI대학원은 단순한 사내 교육을 넘어 국가 공인 학위 수여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기업 주도의 교육은 당장 돈이 되는 응용 분야에만 치중해 기초 학문의 깊이를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기업이 응용 연구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기초 연구의 성과 없이 성공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이어 “대학은 기초 연구를, 기업은 응용 연구를, 그리고 서로 파트너십을 맺어 산학협력이 이뤄질 때, 튼튼한 기초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성과가 제품이나 서비스로 연결돼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LG AI대학원은 역시 서울대학교, KAIST, DGIST, UNIST 등 여러 과학기술원과 협력해 산학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교수진 또한 이론적 깊이와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24명의 겸임교원과 1명의 전임교원을 배치해 학문적 성과와 실무적 해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전임교원은 교수 재직 경험과 산업체 경험을 모두 갖춘 전문가이며, 겸임교원은 LG AI연구원 소속 연구위원급 및 책임급 이상 핵심 연구진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2명의 전임교원을 추가로 영입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홍락 LG AI대학원장(두번째 줄 왼쪽에서 네번째)과 LG AI대학원 1기 입학생들이 4일 개원식이 열린 LG AI대학원 마곡 캠퍼스에서 구광모 LG 대표가 선물한 LG 그램 노트북을 들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LG 제공]

LG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교육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측면에서 대학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대학은 학생들이 AI 구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는 동시에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업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발맞춰 “LG AI대학원은 산업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학계에도 학문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고 첨언했다.

그동안 기업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며 대학을 질타해 왔고 대학은 “기업이 학문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경계해 왔다. LG AI대학원의 등장은 이러한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실질적 문제를 해결할 인재를 직접 키워내겠다는 선언이다.

구광모 LG 대표는 LG AI대학원 개원식에서 “기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사람들의 미소’를 설계하는 따뜻한 도구여야 하며, 이는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단순히 컨베이어 벨트를 쫓아가는 시대를 넘어 AI를 도구 삼아 창의적 상상력을 발휘할 때다. 기초 학문의 기반 위에 AI 시대를 주도할 응용학문을 얹을 때, 우리 경제를 이끌 국가 경쟁력은 폭발할 것이다. 테일러의 스톱워치가 멈춘 곳에서 AI와 인간이 함께 그리는 새로운 시공간의 경영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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