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작가가 병아리 인형을 소재로 한 작품 ‘알로패런팅’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산, ‘무지무지한 어른들’
현실의 고통을 피해 숲속으로 몸을 숨기는 길리슈트. 자연에 자신을 감춘 채 존재마저 지워가는 위장복은 강산 작가에게 오늘날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전주우진문화공간에서는 오는 14일까지 강산 작가의 개인전 ‘무지무지한 어른들’을 열고 30호 내외 유화 작품 40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어린 시절 동경했던 ‘무시무시한 어른’이 되고 싶었던 기억에서 출발한다.
성장한 뒤 마주한 현실은 이상과 달랐고, 작가는 사회와 타인뿐 아니라 스스로도 책임을 외면하는 ‘무지무지한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강 작가는 길리슈트 연작을 중심으로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심리와 그 이면의 두려움, 책임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강산, ‘무지무지한 어른들’
길리슈트는 원래 군인이나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자가 숲속에서 몸을 숨기기 위해 입는 위장복이다.
그는 인간의 형체마저 자연에 동화돼 사라지는 모습에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사회 속으로 숨어드는 현대인의 모습을 길리슈트에 빗대 표현했다.
작품 속 차갑고 거친 시멘트벽과 바닥은 현실을, 부드러운 잔디와 흙은 도피하고 싶은 공간을 상징한다.
현실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허겁지겁 길리슈트를 입는 인물의 모습에는 무기력이나 게으름으로만 비춰졌던 이들의 두려움과 상처를 담아냈다.
그는 "길리슈트를 입는 모습은 단순히 몸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리는 것처럼 보였다"며 "현실에서 도피하며 사회 속 개인의 역할을 포기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길리슈트를 벗으려는 인물의 모습도 등장한다.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힘겹게 위장복을 벗지만 맨몸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길리슈트를 입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같은 순환을 통해 현실을 직면하려 하지만 끝내 무기력으로 되돌아가는 어른들의 내면을 그려냈다.
강산, ‘무지무지한 어른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병아리 인형도 중요한 상징이다. 병아리는 어린 시절 순수했던 자신을 의미한다.
현실을 견디기 위해 길리슈트를 벗는 과정에서 병아리는 점차 사라지고, 다시 도피를 선택하는 순간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일깨우는 매개체가 된다.
또한 고양이가 상처를 계속 핥아 덧나게 하는 '오버 그루밍(Over Grooming)' 현상을 차용했다. 치유된 상처를 다시 긁어내듯 과거의 상처와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를 반창고를 반복해 붙였다 떼는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강 작가는 화면마다 유화 물감의 유분을 달리 사용하며 거칠고 메마른 질감으로 인물의 불안과 혼란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강산 작가는 "왜 우리는 끝내 맨몸으로 현실을 버티지 못하는지 묻고 싶었다"며 "개인의 나약함만이 아니라 책임을 외면하는 사회 구조도 함께 들여다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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