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쇼크에 꺾인 기업 심리…제조업 BSI,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
유가·운임 동반 폭등에 공급망 비상…자금사정 2년 10개월 만에 최악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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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지난달 4년 만에 긍정 전망을 나타냈던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중동 사태가 길어지면서 추락했다. 제조업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이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BSI 조사에 따르면 4월 BSI 전망치는 85.1을 기록했다. 지난 3월(102.7) 기준선인 100을 돌파하며 긍정 전망을 보였으나 중동 사태로 한 달 만에 17.6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제조업의 타격이 두드러졌다. 제조업 전망치는 85.6으로 전월(105.9) 대비 20.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020년 4월(24.7포인트 하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비제조업 전망치도 84.6에 그치며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지난 2025년 1월 전망 이후 1년 3개월 만에 동반 부진에 빠진 모습이다.
기업 심리를 악화시킨 핵심 요인은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의 가파른 상승이다. 지난 6일 배럴당 100.4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지난 20일 기준 158.9달러까지 올랐다. 보름 만에 60%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중동-중국 노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운임 지수도 중동 사태 직전인 2월 27일 224.7에서 3월 20일 413.9로 1.8배 올랐다.
부문별 전망도 전방위적으로 부진했다. 내수(90.8), 수출(94.3), 투자(95.4), 고용(94.8) 등 재고(102.6, 100 상회 시 부정 전망)를 포함한 7개 주요 부문에서 모두 기준선을 밑도는 부정 전망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실물 경기 위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업의 유동성을 나타내는 자금사정 BSI는 89.7로 내려앉으며 2023년 6월(89.1)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실물 경기 침체로 전이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생산 차질 등 기업 경영 활동의 위축을 방지할 수 있는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위기를 대하는 산업계의 태도는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기록적인 BSI 폭락이라는 수치적 공포 속에서도 단순히 절약하는 수동적 방어를 넘어 중동 리스크를 상시 변수로 상정한 에너지·공급망 자립이라는 정면 돌파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탈(脫)중동을 향한 에너지 공급망의 근본적 재편이다. 정유·화학 업계는 중동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과 아프리카산 도입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폐플라스틱에서 원료를 뽑아내는 열분해유(도시유전) 공장을 조기 가동하며 나프타 자립도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은 i-SMR(소형모듈원전) 연계 전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고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실증 등 차세대 에너지 주권 확보를 위한 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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