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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3高 비상인데…K-산업 '내부 전쟁'에 시름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5월 총파업을 예고한 것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0%가 넘는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고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기획]3高 비상인데…K-산업 '내부 전쟁'에 시름

노란봉투법 이후 노사 갈등 확산…경영 판단까지 ‘쟁의 대상’

기술·경영권 분쟁 겹치며 산업 전반 불확실성 확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안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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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發) 유가 상승, 글로벌 통상 압박 등 대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확대되며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 갈등과 기업 간 분쟁까지 겹치며 국내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9일 동안 하청 노조 683곳이 원청 사업장 287곳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수만 12만7000여명에 달한다. 다만 실제 교섭 절차에 들어간 사업장은 13곳에 그쳤고 나머지 기업들은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둘러싼 법리 검토와 노동위원회 판단을 기다리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갈등의 범위가 단순한 임금·근로조건을 넘어 경영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 투자, 사업 구조 개편, 신기술 도입 등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까지 노사 협상의 대상이 되면서 기업 내부는 물론 원·하청 간 이해관계까지 충돌하는 ‘내부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에서도 이같은 변화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화오션과 포스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등 주요 기업에서는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이어지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둘러싼 법적 해석과 절차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노사 리스크가 불거진 곳도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5월 총파업을 예고한 것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0%가 넘는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고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창사 이래 두 번째 대규모 파업으로 반도체 생산 차질과 글로벌 공급망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시장 점유율 경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 등 생산 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가 고용 문제를 이유로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현대모비스 역시 사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하청 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에 직면했다. 기업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 의사결정까지 노사 협상 대상이 되면서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기업 간 갈등 역시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전선, 방산, 비철금속 등 주요 산업에서 기술 유출 공방과 사업자 선정 경쟁,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며 ‘내부 충돌’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기술 유출 공방, HD현대와 한화의 KDDX 사업 경쟁,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 태광과 롯데 간 갈등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업종 전반에서 분쟁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 여력도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현재를 ‘복합 위기’ 국면으로 진단하고 있다. 자동차·철강·조선처럼 협력사 구조가 복잡한 산업일수록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과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의 부담이 한층 가중되는 양상이다. 노동 리스크 확대는 국내 투자 위축은 물론 생산 거점 해외 이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와 생산을 확대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노사 갈등과 기업 간 분쟁까지 동시에 확대되면 산업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혼선을 줄이고 기업들이 미래 투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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