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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코스피 최고치가 만든 '조(兆)' 단위 재산 재편… 이재용 40조·정...

코스피가 지난 2월 세웠던 사상 최고치를 21일 다시 넘어서며 국내 재벌 총수들의 주식 재산 지형도도 동반 재편되고 있다.

[기획] 코스피 최고치가 만든 '조(兆)' 단위 재산 재편… 이재용 40조·정...

삼성家 합산 91조·현대차家 20조 돌파… 지수 하나에 재벌 지형도가 뒤집혔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을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분야로 거듭 강조하며, 이 분야에 대한 2028년까지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

[공감신문] 신선미 기자=코스피가 지난 2월 세웠던 사상 최고치를 21일 다시 넘어서며 국내 재벌 총수들의 주식 재산 지형도도 동반 재편되고 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종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주식 부호 순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상 처음으로 40조 원대를 돌파했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생애 첫 '10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가 한 번의 흐름이 오너 일가의 장부상 자산을 수십조 단위로 바꾸는 이 현상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증시 랠리의 가장 가시적인 결과물이다. 취임 시점인 지난해 6월 4일 대비 268일 만에 이 회장의 주식 재산이 26조 원 이상 불어난 것은 개인 단일 종목 기준 국내 사상 최고 증가 폭이다. 이번 전고점 재돌파 국면에서는 40조에서 50조 사이의 새로운 이정표가 추가로 세워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순위 변동의 중심축은 역시 삼성가다. 한국CXO연구소 집계 기준 이재용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E&A, 삼성화재, 삼성전자 우선주 등 7개 종목의 합산 평가액은 지난 2월 26일 종가 기준 40조 5986억 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개인 주주가 단일 종목으로 보유한 주식 가치가 20조 원대에 진입한 것도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최초다. 9741만여 주의 삼성전자 주식 가치만 20조 원을 웃돌고, 삼성물산 보유 지분 평가액은 12조 8479억 원에 달한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17조 9336억 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16조 1991억 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13조 9079억 원을 합산하면 삼성가 4인의 주식 재산은 91조 원을 넘어선다. 오너 일가 한 가문의 상장주식 평가액이 '100조 시대'를 사정거리에 두는 구도는 국내 자본시장 역사에서 전례가 없다. 이번 전고점 돌파와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각각 1230조 원, 810조 원을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이 계산 눈금은 더 올라갈 여지가 남아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도 사상 첫 기록이 동시다발로 나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주식 재산 10조 3024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 원대에 올라섰고, 정의선 회장의 주식 재산은 9조 9973억 원으로 10조 원 진입까지 약 30억 원만 남겨둔 상황이다. 두 부자의 합산 평가액은 20조 원을 돌파했다.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가 20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현대차 이외에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16조 7744억 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13조 492억 원으로 주식 재산 10조 클럽을 지키고 있다. 주식 부호 '10조 클럽' 구성원은 이재용·홍라희·이부진·이서현·정몽구·서정진·조정호·정의선(도달 임박) 순으로 늘어나면서, 사실상 8인 체제로 확장되는 국면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21년 말 단 3명에 불과했던 10조 클럽이 불과 4년여 만에 2.5배 이상 확장된 셈이다. 지수 상승이 일부 상위 오너에게 집중되는 구조적 효과가 어느 시기보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 같은 수직 상승은 정책·시장 양 축의 합작품으로 해석된다. 시장 측면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와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끌어올렸고, 정책 측면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 자사주 소각 유도 등 '밸류업' 기조가 오너 지배력이 높은 지주형 기업의 주가 재평가에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이재용 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평가액이 취임 시점 5조 3462억 원에서 12조 8479억 원까지 140.3% 급등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 격 기업이어서, 지배구조 개혁 수혜주로 분류돼 왔다. 오너 지분이 집중된 지주형 종목의 재평가 속도가 지수 상승률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가 이번 국면의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지수 상승이 상위 오너에게 레버리지처럼 작용하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다만 장부상 자산의 가파른 증가가 곧바로 사회적 합의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너 일가의 주식 평가액이 수십조 원 단위로 불어나는 상황에서 상속세, 증여세, 최고세율 구간의 실효성을 둘러싼 제도 논쟁은 이미 재점화된 상태다. 삼성가는 이건희 선대 회장 별세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12조 원대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주식 담보 대출과 지분 매각을 병행해왔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세제·승계 이슈는 올 상반기 국회 논의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주식 평가액 급등은 오너 일가의 배당금 수령액도 끌어올려, 주요 그룹 오너의 연간 배당 수령액이 수백억 원대에서 천억 원대로 진입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증시 호황의 과실이 실적 개선에 기반한 것인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효과인지에 따라 제도 개편의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정 가문의 재산 증가 속도가 국민소득 증가 속도를 압도하는 국면이 이어진다면, 한국형 주주환원 정책의 설계 방향은 정교한 재조정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코스피 최고치 경신은 단순한 지수 이벤트가 아니라 재벌 지형도의 가격표를 다시 쓰는 재평가 작업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발표와 하반기 삼성전자 HBM 양산 본격화가 반영되면 오너 일가의 평가액이 또 한 차례 상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형 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임원은 "오너 주식 재산의 증가 자체보다, 그 증가 속도가 기존 세제·상속제도의 가정을 초과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며 "밸류업 효과가 지속될수록 지배구조·세제 논의는 동반해서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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