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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대한민국 통신 보안 붕괴 리포트 〈1〉 SKT 해킹 사태, 과징금...

조사 결과, 침입 시점은 2021년 8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획〉 대한민국 통신 보안 붕괴 리포트 〈1〉 SKT 해킹 사태, 과징금...

박철성 기자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 〈기획〉 대한민국 통신 보안 붕괴 리포트 〈1〉 SKT 해킹 사태, 과징금 1인당 5870원 그마저 불복 중!

■ 당신의 유심이 4년간 털리는 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나

조사 결과, 침입 시점은 2021년 8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2025년까지 아무도 몰랐다.

그 사이 가입자 기준 약 2300만 명이 털렸다.

해커는 SK텔레콤 관리망에 조용히 들어왔다. 흔적도 없이.

2021년 12월엔 가입자 관리 핵심 시스템(HSS)까지 파고들었다. 여전히 아무도 몰랐다. 2025년 4월 18일 오후 6시 9분. SKT 네트워크인프라센터가 트래픽 이상 징후를 처음 감지했다. 4년이 지난 뒤였다.

2300만 명의 유심 정보가 이미 빠져나간 다음이었다. 이 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회수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용자는 그 사실조차 모른 채 계속 사용한다.

▲25년 5월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 SUPEX홀에서 유심 해킹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SKT는 1조2000억 원을 투입했지만 그 대부분은 수습 비용이었다.

감독기관은 뭘 했나 — "몰랐다"가 말이 안 되는 이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있다. 둘 다 통신망 보안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둘 다 4년 동안 몰랐다.

그냥 몰랐던 게 아니다. 처음부터 '못 보게 만든 구조'였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통신사는 보안 점검 결과를 정부에 "자율 보고"한다. KISA가 SKT 내부 서버에 직접 접근해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사실상 없다. 침해 사고가 발생해야 비로소 현장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 들어오기 전엔 못 본다. 들어온 뒤엔 이미 늦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한다. SKT는 2022년 2월, 특정 서버에서 비정상 재부팅이 발생해 점검하는 과정에서 악성코드 감염 서버를 발견했다. 민관합동조사단 발표에 따르면 이 사실은 즉각적인 신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신고 의무 위반 여부는 법적 판단 영역이다. 그러나 그 시점 이후에도 감염은 계속됐다. 정부 조사는 그제야 시작됐다. 순서가 이미 틀려 있었다.

해커가 사용한 악성코드는 BPFDoor다. 서버에 숨어 탐지를 피하도록 설계된 리눅스 기반 백도어 프로그램이다. 보안 장비 눈에 잘 안 띈다는 게 핵심이다. 2021년 이미 보안업계에 알려진 코드다. 보안업계에서는 이 수법이 특정 중국계 APT 그룹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해 왔다. 다만 공식적으로 특정된 바는 없다. 중동과 아시아 통신사를 수년간 공격해온 패턴이다. 2024년 7월과 12월. 한국 통신사들이 이미 같은 공격의 타깃이 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민간 보안업계는 경고를 보냈다. 과기부와 KISA는 통신사에 대응 지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SKT 서버엔 그 지침이 적용되지 않았다.

지침을 내린 것과 지침이 지켜졌는지 확인한 것은 다른 일이다. 감독기관은 전자만 했다.

따로 짚어야 할 게 있다. SKT 서버에서 발견된 취약점 'DirtyCow'. 2016년에 공개된 리눅스 보안 결함이다. 공개된 지 9년 된 취약점이었다. 그 취약점이 실제로 방치됐는지, 왜 탐지되지 않았는지는 설명이 필요하다. 아직 그 설명은 없다.

"사전 감시"를 한다는 기관들이 사실상 "사후 수습"만 하고 있었다.

▲SKT 대리점 유리창에 내걸린 사과문.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문구 아래 유심 무상 교체와 유심보호서비스 안내가 적혀 있다. 사고 이후 2411만 명이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

■ 최종 조사 결과 — 숫자가 말한다

민관합동조사단이 최종 발표한 숫자를 보자.

피해 서버 28대. 발견된 악성코드 33종. BPFDoor 계열 변종 27개, 타이니쉘 3종, 웹쉘 1종, 오픈소스 악성코드 2종이다. 유출된 정보는 휴대전화 번호, IMSI(가입자 식별키), 유심 인증키(Ki·OPc) 등 25종. 가입자 수 기준 약 2300만 명, 중복 포함 유출 건수는 2695만 7749건이다. 유출 데이터 총량 9.82GB.

처음 SKT가 발표할 때는 악성코드 4종이었다. 조사할수록 33종으로 불어났다. 처음부터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사고 직후 SKT가 국민에게 한 첫 설명이 사실과 8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걸 "정보 부족에 따른 초기 발표"로 봐줄 것인지. "축소 보고"로 볼 것인지. 독자 각자가 판단하면 된다.

■ 1347억 — 1인당 5870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8월 SKT에 과징금 1347억9100만 원을 부과했다. 위원회 스스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규정했다. 개보위 출범 이래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숫자를 나눠보자.

피해 가입자 2300만 명. 과징금 1347억 원. 1인당 5870원이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

SKT의 연간 영업이익은 1조 원대다. 1347억은 두 달도 안 되는 영업이익이다.

이 정도 처벌이라면 경영진 입장에서 냉정하게 따져볼 수 있다. 보안 투자를 수천억 쏟아붓는 것보다. 사고 나면 과징금 내는 게 더 싸게 먹힌다.

구조가 그렇게 돼 있다. 이 구조에서는 사고가 '리스크'가 아니라 '비용'이 된다.

■ SKT의 반응 — 불복, 그리고 법정

SKT는 과징금 처분에 불복했다. 지난 1월 19일 행정소송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김앤장이다.

SKT 측 논리는 세 가지다. 그리고 셋 다 핵심을 비껴간다.

첫째, 해킹 이후 보상과 정보보호 혁신에 1조2000억 원을 투입했다. 둘째, 실제 금융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셋째, 과징금 산정 기준이 과도하게 적용됐다.

하나씩 따져보자.

1조2000억 원 중 상당 부분은 유심 무상 교체, 요금 할인, 마케팅 비용이다. 피해를 막는 데 쓴 돈이 아니다. 이미 털린 뒤 수습하는 데 쓴 돈이다. 순서가 틀렸다.

"금융 피해가 없었다"는 논리는 더 위험하다. 유출된 IMSI는 복제폰 제작에 쓰인다. 2단계 인증 우회에 쓰인다. 향후 정교한 피싱 공격의 재료가 된다. 피해가 지금 안 나타났다는 게 피해가 없다는 증거가 아니다. 시한폭탄이 아직 터지지 않은 것뿐이다.

과징금 산정 기준 문제는 법정에서 가릴 일이다. 다만 이 소송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2300만 명의 개인정보를 4년간 방치한 기업이 국가와 다투는 그 장면 자체가 이미 답이다.

▲SKT 해킹 사태 직후 전국 휴대폰 판매점에 "해킹 대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SK에서 KT·LG U+ 이동 시 최대 70만 원 지원을 내세운 경쟁 마케팅이 쏟아졌다. 사고 공식 발표 후 2주 만에 25만 명이 SKT를 떠났다.

■ 이 나라엔 막을 구조가 없었다

감독기관은 4년 동안 몰랐다. 법 구조상 알 수 없게 설계돼 있었다. 알고 나서 때린 과징금은 1인당 5870원이었다. SKT는 그 처분에도 불복했다.

2300만 명의 개인정보가 털리는 동안. 이 나라의 통신 보안 감독 체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사후 처벌도 기업이 감수할 만한 수준이었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 사고는 이미 예고돼 있다.

법 개정. 과징금 상한 현실화. 감독기관의 실질적 점검 권한 확보. 이 세 가지가 없으면 SKT 사태는 유사 사례의 시작일 뿐이다.

▲SKT 유심 해킹 사태 전체 구조도. 2021년 8월 최초 침입부터 4년간의 감독 공백, 1인당 5870원의 과징금, 법무법인 김앤장을 앞세운 행정소송까지 한눈에 정리했다. / 인포그래픽=AI 생성

2300만 명이 털렸다.

그런데 시스템은 그대로다.

이미 한 번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다음 피해자는 아직 이름이 없을 뿐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누가 털릴지가 아니라 언제 털릴지가 문제다.

〈2편에서 계속 — 유심 교체 대란, SKT는 왜 준비가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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