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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나는 기회가 한 번밖에 없는 사람이다!"

바로 현재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 '이정효' 축구 감독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적혀 있다는 것.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의 수적천석, '귀를 기울여 들음으로 마음을 얻는다'는 이청득심, 그리고 '남몰래...

[기획] "나는 기회가 한 번밖에 없는 사람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적천석(水滴穿石), 이청득심(以聽得心), 음덕양보(陰德陽報). 이 세 개의 사자성어가 가지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현재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 ‘이정효’ 축구 감독의 프로필에 적혀 있다는 것.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의 수적천석, ‘귀를 기울여 들음으로 마음을 얻는다’는 이청득심, 그리고 ‘남몰래 덕을 베푸는 사람에겐 반드시 보답이 따른다’는 음덕양보... 이정효 감독은 이 세 가지 사자성어로 일과 삶을 향한 자신의 의지와 한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선수들을 대하는 원칙을 가슴 깊이 새기는 듯하다.

2026년 2월, 개막을 앞둔 K리그를 향한 국민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1부 리그만큼이나 큰 관심이 2부 리그에 쏠리는 기이한 상황도 펼쳐졌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신임감독이자 광주 FC의 전임감독 ‘이정효’의 힘이었다.

늘 익숙한 이름과 얼굴들만이 오가는 고루한 한국 축구판에서 이정효 감독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튀는 행동과 패션, 화려한 언변과 눈치 보지 않는 직설적 화법, 경기장에서의 불같은 제스처, 언더독 특유의 열정과 낭만... 이 모든 것이 한국 축구사에는 전례 없는 그만의 존재감이었다.

2026년 1월 2일,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감독 취임 기자회견장도 ‘이정효’ 신드롬의 장이었다. 마흔 명 가까운 기자들이 모였고, 공영방송에서 유튜브로 생중계 했으며, 평일 오후임에도 수만 명이 지켜봤다. 그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광주 FC 부임 당시에 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좌석이 감독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팀 벤치 뒤쪽 자리였다.)

한편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인 2021년 12월 28일, 그가 2부 리그로 강등된 광주 FC에 취임했을 때는 취임식도 없었다. 물론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는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조촐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축구 팬 이나 언론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4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놀라운 반전은 그간 이정효가 믿기 어려운 일들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감독 취임 후 바로 맞은 2022시즌에 광주 FC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K리그2 역대 최다 승점으로 우승하며 승격했다. 그리고 이듬해 K리그1에서는 3위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수원삼성블루윙즈 축구단 운동장.(사진=홈페이지 캡쳐)

또한 ‘AFC 챔피언스 리그 엘리트’에서는 그 시즌 한국 프로팀으로는 유일하게 8강에 진출했으며, 2025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코리아컵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거뒀다. 축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 성과들이 어떤 의미인지 가늠하기 어렵겠지만, 재정적으로 열악한 시민구단이 이런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정효 감독의 선수 시절을 기억하는 축구 팬은 많지 않다. K리그에서 12년을 성실하게 뛰었으나 국가대표 선수 물망에 오른 적도 없었고 특별히 주목받은 일은 더 없었다. 선수 시절에 언론과 인터뷰를 해본 적도 없다. 그렇기에 감독 이정효는 스타 선수 출신의 지도자들과는 다르게 보이지 않는 희망을 향해, 가장 낮은 곳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이정효는 자신의 책 『정답은 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40대 후반이 돼서야 처음으로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늘 기회가 있었던 스타 선수들과 달리 나에겐 인생에서 유일했던 그 결정적 기회를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는 길뿐이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출발이 늦었고 그래서 더 조급했다. 하지만 지름길을 꾀하진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족함을 치열하게 보완해 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지긋지긋한 길 위에서 그는 마침내 ‘정답은 언제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정효 감독에게는 그 기회가 40대 후반에 찾아왔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 절실하게, 성실하게 그 기회를 놓지 않았다.

그는 제2, 제3의 또 다른 이정효에게 고백한다. “난 줄곧 낭떠러지에 서 있는 것 같다. 한번 미끄러지면 다시는 여기 못 올라올 것이다. 화려한 선수 경력을 지닌 그들과 달리 나 같은 사람에게 패자부활전은 없다. 그래서 더 죽기 살기로 하는 것이다.”

고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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