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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자의 시각] 혁신본부장의 초스피드 대작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혼자 1시간 반 만에 개발한 점도 놀라웠지만, 더 화제가 된 것은 차관급 고위 인사가 실무의 최전선에 나섰다는 점이었다. 한 과기부 공무원은 “윗사람이 앞질러 가니 실무진은 많이 당황했다”며...

[기자의 시각] 혁신본부장의 초스피드 대작전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AI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으로 1시간 반만에 개발한 온라인 국가 전략기술 분류체계 현황맵. /국가 전략기술 분류체계 현황맵 스크린샷

“혁신본부장이 1시간 반 만에 정부 국가기술 체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 줬다.”

최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X(옛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이 관가를 흔들었다. 정부가 513개에 달하는 국가 전략기술을 통합 관리하기로 의결한 지 하루 만에,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이를 반영한 현황판을 직접 구현한 것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혼자 1시간 반 만에 개발한 점도 놀라웠지만, 더 화제가 된 것은 차관급 고위 인사가 실무의 최전선에 나섰다는 점이었다.

한 과기부 공무원은 “윗사람이 앞질러 가니 실무진은 많이 당황했다”며 “부지런히 따라가야 할 자극이 됐다”고 했다. 다른 부처 공무원은 “할 수 있는 일이어도 실무진에 맡기는 게 공직 사회에선 일반적”이라며 “우리 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진땀 날 만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 조직에서는 윗사람은 방향만 제시하고 하부에서 실무를 처리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이번엔 차관이 먼저 움직였다. 외주에 용역을 맡겼다면 한두 달은 족히 걸렸을 일을 하루도 안 돼 해치운 셈이다.

공교롭게도 현황판이 공개된 당일 박 본부장이 기자들에게 혁신본부의 올해 과제를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는 여러 법령과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전략 기술을 통합 관리하는 일과 함께 복잡하게 분리 운영되던 연구 지원 시스템과 로그인 창구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2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과기부 제공

이들 과제에는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선뜻 손대기 어려운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처와 기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이용자들의 관성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공하더라도 눈에 띄는 성과로 평가받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일은 흔히 ‘기피 과제’가 된다. 혁신본부는 그럼에도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으로 필요한 일에 먼저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35조원이 넘는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방향을 총괄하는 혁신본부는 그동안 현장보다는 ‘책상 앞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이번 행보는 기업가 출신 장관과 교수 출신 차관이 만들어낸 새로운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관이 실무를 건드리고 장관이 이를 공개하면서 전통적 위계질서에 익숙한 공무원 조직의 불문율을 깬 것이다. 난도는 높은데 ‘광’ 내기는 어려운 과제에 힘을 주는 것도 이례적이다. 기존 성공 방정식에 익숙한 관료 출신이라면 꺼렸을 선택들이다.

하지만 혁신본부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이런 시도는 오히려 필요한 일이다. 기술 패권 경쟁 시대일수록 국가 경쟁력은 과학기술 정책에 달려 있다. 과기부에서는 ‘혁신’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지만 여러 차례 혁신 시도는 대부분 기성 논리 앞에서 타협하거나 무너졌다. 혁신본부가 이번엔 이름값을 할지, 아니면 관성에 머물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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