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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자의 눈] 장관의 말, 2주를 못 넘겼다

이달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밝힌 ‘수도권 7만 3000가구 공급’ 발언은 12일 만에 무색해졌다. 분명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이미 끝나 올해 안에 공급 가능하다던 물량이었다.

[기자의 눈] 장관의 말, 2주를 못 넘겼다

이달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밝힌 ‘수도권 7만 3000가구 공급’ 발언은 12일 만에 무색해졌다. 분명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이미 끝나 올해 안에 공급 가능하다던 물량이었다. 하지만 26일 지자체와의 협의 여부를 다시 묻는 질문에는 “추후 답변하겠다”는 답만 되돌아왔다. 상당 부분 협의가 됐지만 완료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뒤늦게 따라붙었다. 2주도 안 돼서 ‘완료’가 ‘진행 중’으로 바뀐 셈이다.

정부는 투기 수요 차단을 이유로 세부 지역과 물량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정부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넷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 0.22%에서 0.29%로 확대됐다. 경기도 역시 0.15%에서 0.23%로 오름폭이 커졌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투기 수요를 우려하는 동안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트리플 상승’ 속에 서울 외곽 집값마저 치솟았다. 장관의 발언은 시장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정부 신뢰도만 갉아먹었다.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급한 불부터 끄려 했던 것이라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신중했어야 할 사안이다. 숫자를 서둘러 내놓았다가 채 2주도 안 돼 말을 번복하면 다음에 내놓는 대책은 의심부터 받게 된다. 시장이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게 되는 순간, 정책의 효과는 절반도 채 발휘되지 못한다.

실효성 없는 ‘말뿐인 대책’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비롯해 태릉 골프장, 과천 경마장 등 굵직한 공급 계획들은 주민 반발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여전히 진전이 없다. 발표는 요란했지만 삽을 뜬 곳은 드물다. 정책이 선언에 머무르는 사이 부동산 시장은 이미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정부를 바라보던 국민은 등을 돌리고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김 장관은 14일 간담회에서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숫자가 아니라 공급 정책의 실행력과 속도라고. 그 말이 진심이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물량 발표가 아니라 이미 내놓은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백주연 기자. 서울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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