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사회2부
영덕군이 최근 신규원전 건설 부지로 최종 선정되면서 지역사회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6·3지방선거 과정에서 선출직 인사들은 하나같이 “영덕의 답은 원전”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원전이 과연 영덕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해법일까.
희망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우려도 공존한다. 영덕보다 먼저 원전 산업을 품은 울진의 현실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내 최대 원전 단지인 울진에는 10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지만 여전히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이다. 원전 종사자와 협력업체 직원까지 모두 합쳐도 상시 고용 인원은 수천 명 수준에 머문다. 원전이 지역경제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구 감소를 막거나 지역 소멸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보여준다.
영덕의 여건은 울진과도 다르다. 울진과 경주 원전은 지역의 주요 상권에서 40~50km가량 떨어져 있는 반면, 영덕 석리 원전은 강구 대게거리와 축산 수산물 상권에서 10k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원전이 완공된 이후에도 관광객들이 지금처럼 영덕을 계속 찾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전과 관광이 공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면 지역의 또 다른 성장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더 아쉬운 점은 영덕이 원전 외에도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지역이었다는 사실이다. 동해안 관광자원과 수산업, 교통망 확충 등 여러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결국 원전이라는 국가사업에 기대게 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책사업 유치는 분명 성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지역 발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진정한 성과는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을 육성하며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서 나온다. 과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삼성전자를 평택으로 유치하기 위해 수백 차례 기업을 찾아다녔다는 일화는 지역 발전이 얼마나 치열한 노력 위에서 이뤄지는지를 보여준다.
영덕의 정치권 역시 원전 유치만을 성과로 내세우기보다, 원전 이후의 영덕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답을 제시해야 한다. 원전 지원금이 끝난 뒤에도 지역이 살아남을 산업과 인구 유입 대책, 관광 활성화 방안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원전을 찬성한 많은 군민들도 원전 자체를 원했다기보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싶다는 절박함이 더 컸을 것이다. 그 절박함을 단순히 ‘원전 찬성’이라는 결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군정이 시작됐다. 이제는 사람보다 지역을, 정치보다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내 편을 챙기는 군정이 아니라 군민 모두의 삶을 바꾸는 군정이 돼야 한다.
원전은 영덕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영덕의 미래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짜 과제는 지금부터다. leeti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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