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채윤 경제산업부 기자
최근 국내 먹거리 유행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SNS에 언급되는 음식이 바뀌고, 품절과 재고 관리 곤란이 반복된다. 이른바 ‘트렌드 단명의 시대’다.
지난해 말 신드롬을 일으켰던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가 ‘17일 천하’에 머무른 이후, ‘봄동 비빔밥’, ‘상하이 버터떡’, ‘황치즈’, ‘사백어’, ‘호박인절미’ 등이 줄줄이 유행했다. 현재는 동남아 지역 참마의 일종인 ‘우베’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뜨고 지는 것을 반복하는 중이다.
실제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두쫀쿠 이후 등장한 봄동 비빔밥은 3월 2일 최고치를 기록한 후 검색량 추이가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버터떡은 3월 13일, 창억떡은 3월 19일을 기점으로 검색량 1위를 차지하는 등 약 15일 간격으로 ‘릴레이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유통업계와 현장에서의 부담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초단기 유행 먹거리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발빠른 트렌드 파악과 원재료 수급, 신속한 출시 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민한 대응으로 유행 먹거리를 판매한다 하더라도 원재료 가격 급등, 수요 급락으로 인한 재고 관리 곤란 등의 문제는 유통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으로 남는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두쫀쿠 유행 당시 핵심 재료인 카다이프 가격은 1만8900원에서 3만1800원으로 올라 약 68.3% 급등했으며, 완제품 가격도 2배 이상 뛰었으나 수요 급감 후에는 SNS 상에서 ‘두쫀쿠 가격 인하’ 등과 같은 게시물이 잇달아 업로드 되는 등 반전된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초단기 유행으로 인한 피로감은 업체뿐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버터떡, 호박 인절미 등 최근 유행 음식에 대해 억지 바이럴이 아니냐는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오며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유행이 청년층의 사회 불안감을 표상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젊은 세대 소비자들이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고, 그 과정을 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언론을 통해 “스스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 인식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는 유행을 좇는 경향이 강하다. 이색적이고 자극적인 음식을 소비해 당장의 만족감을 채우려는 행동”이라고 짚었다.
또한 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유행에 뒤처지기를 두려워하는 대중 심리가 음식 트렌드 주기에 반영되고 있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한국외식산업학회지 제21권 6호에서는 SNS가 ‘포모(사회적 소외에 대한 두려움)’를 자극해 비합리적이고 과시적·충동적 외식 소비를 조장한다는 조사 결과가 실렸다.
또한 유럽의 음식 어플리케이션인 ‘더포크’는 음식(food)과 포모를 결합해 탄생한 신조어인 ‘FOODMO(푸드모)’를 올해의 외식 키워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포모 심리로부터 비롯한 단기 유행 흐름이 소비자들과 유통 기업 모두에게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최근 소비는 ‘경험’이 아닌 ‘소모’로 치환되고 있다. 짧은 주기로 반복되는 유행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만족보다 피로를 느끼고, 기업 역시 불안정한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트렌드를 즐기고 공유하는 행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과시와 충동에 기반해 소모적인 소비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판매하는 사람도, 구매하는 사람도 소비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있다면 이제는 한 걸음 물러나 그 흐름과 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무엇을 소비할지보다, 왜 소비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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