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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수첩] 삼성전자 노조의 생떼, 누가 미래를 책임지나

실제로 최근 일부 대기업과 IT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식 요구가 확산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이 같은 '보상 인플레이션'은 결국 중소·중견기업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대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어도...

[기자수첩] 삼성전자 노조의 생떼, 누가 미래를 책임지나

2024년 7월 삼성전자 파업 전경 [사진=라이센스뉴스 박창배 기자]

라이센스뉴스 = 박창배 기자 | 시골 건축현장에서는 종종 기묘한 풍경이 벌어진다. 공사가 시작되면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이 공사 차량 앞에 드러눕고, 소음을 문제 삼고, 이유를 붙여 공사를 막아선다. 정작 실질적 피해와는 무관한 경우도 많다. 결국 현장은 공사 지연과 손실을 견디다 못해 ‘합의금’ 명목의 돈을 건네고 상황을 정리한다.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생떼 민원’이라고 부른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간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을 바라보며 산업계 일각에서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전체의 현실은 외면한 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하라”는 노조 요구가 지나치게 경직되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 반도체 사이클 산업의 현실...고정 비율의 함정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입장에서는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기에는 천문학적 이익을 내지만, 불황이 오면 순식간에 수조 원 적자로 돌아선다. 실제 글로벌 메모리 업계는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실적 변동폭이 극심하다. 이런 산업에서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사실상 고정비처럼 성과급으로 묶어버리면 기업의 투자 유연성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초대형 설비투자가 필수인 기업은 더욱 그렇다.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 수십조 원이 들어간다. AI 반도체, HBM, 첨단 파운드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투자 타이밍을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고정 비율 모델은 기업의 현금 운용 능력을 제약해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회사 측 대안...“유연성 확보”가 핵심

삼성전자 측이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하되 초과 성과에 대해 특별 포상을 추가하는 방식을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적이 좋으면 더 지급하고, 위기 상황에서는 조정 가능한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 논리가 아니라 반도체 산업 특유의 변동성을 고려한 현실론에 가깝다.

반면 노조 요구안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글로벌 테크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무조건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제도화한 사례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성과급은 성과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데, 일정 비율을 구조적으로 보장하는 순간 사실상 ‘고정 임금화’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 삼성의 선례, 산업 생태계 전체를 흔든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임금 체계는 국내 산업계 전체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삼성에서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른 대기업 노조 역시 같은 요구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일부 대기업과 IT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식 요구가 확산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이 같은 ‘보상 인플레이션’은 결국 중소·중견기업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대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어도 협력사와 중소기업은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인력은 더 높은 보상을 주는 대기업으로 몰리고, 산업 생태계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 불확실성의 시대, 지금 싸울 때인가

노동의 권리는 중요하다. 정당한 보상 요구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요구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산업 전체의 현실을 외면한 채 ‘무조건 더 달라’는 방식으로 흐른다면 사회적 공감은 얻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의 한복판에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AI 투자 확대,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기업들은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시기에 한국 대표 기업의 노사가 미래 투자보다 성과급 비율 싸움에 매몰되는 모습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 성숙한 노조 문화를 묻는다

무엇보다 많은 국민이 의문을 던진다.

“성과를 나누자는 노조가 왜 기업의 미래 투자 부담은 함께 고민하지 않는가.”

“성과급이 부족하다는 삼성전자 노조의 외침이 정말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질문이 남는다.

”지금 시대에 어린아이처럼 드러눕고 생떼를 쓰는 노조 문화가 과연 지속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존중은 책임과 균형 위에서 가능하다. 산업의 미래와 노동시장의 건강성까지 함께 고민하는 성숙한 노조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라이센스뉴스 박창배 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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