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지난달 31일 방문한 '2026 국제물류산업대전' 전시장에선 놀라움과 씁쓸함의 감정이 교차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의 거대한 전시장 안에는 수십 대의 물류 로봇이 일사불란하게 기계음을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무거운 팔레트와 짐을 옮기는 지게차에는 더 이상 사람이 없었다. 이날 현장에는 노동자들의 외침으로 가득했던 물류센터의 풍경이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로 뒤바뀔 것이란 메시지로 가득했다.
국제물류산업대전의 핵심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은 '지능화'였다. AI 기반의 자동 상하차 로봇과 디지털 트윈 솔루션 그리고 유수의 기업들이 선보인 로보틱스 기술은 대표 노동 집약 산업인 물류센터의 다가올 혁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이미 아마존, DHL과 같은 글로벌 물류 기업들은 물류센터 속 사람의 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농담처럼 얘기하던 영화 속 모습이 현실이 되고 있다.
물류 기업에 로봇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된다. 장기적인 비용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 그리고 고질적인 현장의 인력난 해소 등을 위해 AI와 로봇은 가장 매력적인 답안지로 꼽히는 까닭이다. 현장에서 만났던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AI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인간의 판단력마저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로봇의 확산세도 만만치가 않다.
피지컬AI로 대표되는 로봇 기술은 현재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이 집중 육성하는 분야 중 하나다. 그러나 국제물류산업대전에 참가한 유수의 중국 로봇 기업들은 현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력과 로봇 하드웨어를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중국 회사들의 거센 공세는 국내 기업들로 하여금 '더 빠르고 완벽한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듯하다.
더욱 고민되는 부분은 이러한 지능형 혁명이 물류 현장 노동자들과 공존을 고민하는 속도보다 빨라지고 있단 점이다. 기술이 물류 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만능열쇠'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기존 물류산업을 이끌던 인력들의 목소리는 점점 구석으로 밀리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과의 대화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비용을 줄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건 이미 줄어들고 있는 갈등의 도화선을 외면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기술 도입은 이미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은 더 빠르고 정확한 물류 환경을 원할 것이고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고 문제없이 돌아가는 물류센터는 물류회사들의 숙원 사업으로 격상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기술 이면에 남겨진 사람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나와야 할 시점이다. 인력 중심 사업의 판이 바뀔 때 기존 산업을 일궈왔던 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혁신을 위한 변화, 대를 위한 소의 희생, 거스를 수 없는 흐름 등으로 이를 포장하고 감추려 할 수 있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처는 더 큰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물류산업뿐만 아니라 현 산업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큰 변화에 대해 회사와 노동자 모두가 한 테이블에 모여 이성적으로 대화하고 합당한 답을 도출하는 건 모두가 엄중히 견지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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