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6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6300선을 돌파했다. 코스닥 역시 비슷한 시기 장중 1200선을 넘어서며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피 5000과 코스닥 1000이 일시적 고점을 넘어 ‘뉴 노멀’로 자리 잡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대한금융신문은 민관 전문가들의 혜안 속에서 자본시장의 역할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증권사는 기업공개(IPO) 같은 딜 수임 때 기업의 거버넌스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대한금융신문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개인 투자자도 IPO에 참여하는 만큼 증권사가 딜 수임에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의 IPO 사례를 거론하며 주관사(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파두는 기술특례 제도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코스닥 상장 당시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를 1202억원으로 추정했지만, 상장 이후 공개된 2분기와 3분기 매출액이 5900만원과 3억20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집단소송)을 당했다.
외국에선 기업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으면 IPO 딜 수임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글로벌 IB가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의 IPO 주관을 포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위워크 정관에는 대표 유고 시 부인이 후계자를 지명할 권리가 있는 내용이 담겼었다"라며 "당시 IPO 주관사를 시켜달라고 한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은 딜 수임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스스로 거버넌스를 강화할 수 있도록 운용사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국 기업은 20~30%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오너'로 회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사회 견제 장치인 사외이사 역시 자체 풀 안에서 입맛대로 고른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그는 "미국 기업의 경우 이사회 내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가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서치펌과 컨설팅 회사를 활용한다"라며 "운용사 등도 투자한 기업 이사회가 적절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영입할 수 있게 목소리를 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DB손해보험 사외이사 추천 등 권리행사를 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는 그가 꼽은 모범 사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2명을 분리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이 외에도 DB Inc. (DB FIS)와 내부거래 해소, 의결권 사유화 방지, 사내기금에 자사주 출연 중단 등 거버넌스 정상화 방안도 제시했다.
의결권을 행사하는 운영사와 증권사가 큰 고민 없이 찬성표를 던지는 행태에 문제도 꼬집었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모펀드 의결권 행사율은 79.6%(2023년)에서 91.6%(2024년)으로 12%포인트 증가했지만, 반대 의견 비율은 6.8%에 불과했다.
이를 위해선 의결권 행사 이유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모든 운용사가 안건에 찬성과 반대 이유를 밝히고 최소한 두 세줄은 적어야 책임이 명확해진다"라며 "기록을 남기는 순간 행동이 바뀐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사가 거버넌스 퀄리티를 포함해 기업분석 리포트를 작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이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일례로 오너의 상속이 5년에서 10년 사이로 예상되는 기업은 주가를 누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운용업계에선 이런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반면 이를 모르는 운용사나 개인은 모르고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는 "한국 기업은 전반적으로 거버넌스가 매우 안좋고, 지배주주가 있는 대기업일수록 더 그렇다"라며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 가치 평가를 할 때, 목표 주가를 정할 때 거버넌스의 퀄리티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최석범 기자 csb@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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