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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네스 세계기록 2개 부문 인증...이랜드, 30년 모은 '100만점 보물창고' 공개

이랜드그룹이 30년 넘게 모은 100만점 이상의 문화·예술·스포츠 아카이브를 상품 개발과 전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여행가방 7816점과 북엔드 4674점은 세계 최대 규모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

기네스 세계기록 2개 부문 인증...이랜드, 30년 모은 '100만점 보물창고' 공개

이랜드글로벌R&D센터 사옥. 사진=신민성 기자

[주간한국 신민성 기자] 이랜드그룹이 30년 넘게 모은 100만점 이상의 문화·예술·스포츠 아카이브를 상품 개발과 전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여행가방 7816점과 북엔드 4674점은 세계 최대 규모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 지난 10월 28일 서울 강서구 마곡 이랜드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아카이브 공개 현장을 찾았다.

30년 모은 아카이브, 디자이너 ‘연구 자료’로

이랜드는 1992년부터 문화·예술·스포츠 관련 소장품을 수집해 왔다. 현재 보유한 소장품은 100만점을 넘었고 패션을 비롯해 음악·영화·스포츠·엔터테인먼트·예술 등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른다. 이랜드가 아카이브를 구축한 배경에는 ‘문화보국’이라는 비전이 있다. 단순히 희귀한 물건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의 변화와 문화를 기록하고 이를 전시와 상품 개발 등에 활용한다는 취지다.

특히 패션 분야에서는 아카이브가 디자이너의 상품 개발을 위한 연구 자료로 사용된다. 이랜드 패션 R&D센터에는 약 30만점의 패션 샘플이 보관돼 있다. 디자이너들은 상품 출시 약 1년 전부터 패션연구소를 찾아 과거 샘플을 직접 살펴보는 ‘행어링’ 작업을 한다. 행어링은 샘플실에 아이템별로 분류된 의류를 꺼내 디자인과 소재, 패턴 등을 비교·분석하는 작업이다. 현재 유행하는 제품만 참고하는 것이 아닌 수십 년간 축적된 샘플을 한번에 살펴보면서 특정 디자인과 소재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시티 재킷이다. 이랜드 디자이너들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등에 보관된 1980년대 바시티 재킷을 보면서 당시 제품의 디테일과 소재, 패턴, 그래픽 등을 분석했다. 이후 디자이너들은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후아유의 바시티 재킷 개발에 반영했다.

스파오의 케이블 스웨터도 아카이브 연구를 거쳐 상품화된 사례로 꼽힌다. 1800년대 후반 아일랜드 아란 제도 어부들이 입었던 스웨터에서 유래한 케이블 패턴을 분석, 역사적 의미를 살리면서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했다. 과거 상품을 비교하는 작업은 단순 디자인 참고를 넘어 상품 기획의 방향을 잡는 데 활용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경쟁사 상품만 살펴보는 방식으로는 현재 유행을 확인할 수 있지만, 과거 수백개의 동일 품목을 비교하면 디자인이 어떤 흐름으로 변화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랜드뮤지엄-고래문화재단, 장생포문화창고 5주년 기념 ‘퀸즈 컬렉션’ 특별전. 사진=이랜드뮤지엄

희소성 높은 소장품, 전시장으로 이동

이랜드는 패션 아카이브뿐 아니라 음악·영화·스포츠·예술 분야의 소장품을 외부 전시에도 활용 중이다. 2020년 이후 외부 기관과 협업해 진행한 전시는 25회 이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었던 ‘퀸즈 컬렉션’이다. 퀸즈 컬렉션은 영국 왕실 인물들이 실제 사용하거나 착용한 복식과 주얼리 등을 선보인 전시다.

해당 전시는 엘리자베스 2세가 1948년 무도회에서 착용한 드레스부터 다이애나비가 1981년 결혼식에서 착용한 웨딩 베일 등으로 이어진다. 서울에서 시작한 전시는 지역의 요청을 받아 익산과 울산으로까지 확대됐다. 익산 보석박물관과 울산 장생포 문화창고는 각각 누적 관람객 6만명을 넘겼다.

이랜드뮤지엄 관계자는 “협업 전시는 소장품이 관람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는 장점이 있다”며 “서울에서 선보인 퀸즈 컬렉션도 지역에서 전시를 열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익산과 울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전시 공간의 성격에 맞춰 소장품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협업 전시의 장점으로 꼽힌다. 서울디자인재단과 2024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 ‘RSVP: 위대한 유산으로의 초대’에서는 디자이너 21인의 의상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실제 의상을 통해 디자인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해외에서도 소장품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뮤지엄과 켄싱턴궁, 루이비통,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카데미 뮤지엄 등 해외 기관과 브랜드 전시에 소장품을 대여했다.

사진=신민성 기자

이랜드뮤지엄이 보유한 소장품 중에서는 대중문화사를 보여주는 자료도 있었다. 음악 분야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사용한 스콰이어 바이 펜더 기타와 친필 서명이 담긴 ‘RED’ CD가 대표적이다. 마이클 잭슨이 1983년 문워크 무대에서 착용한 재킷과 1984년 그래미 어워드 당시의 브로치·시상 카드도 보유하고 있다.

지미 헨드릭스가 초기 밴드 ‘더 캐주얼스’에서 연주했던 1959년산 호프너 세너터 일렉트로 어쿠스틱 기타도 주요 소장품이다. 기업이 수십만 점의 소장품을 장기간 보유·관리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이랜드가 30년 넘게 컬렉션을 이어온 배경에는 문화적 자산을 미리 축적해 두겠다는 장기적인 목표가 있었다.

한우석 이랜드뮤지엄 대표는 수집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국민 소득이 올라갈수록 문화예술 영역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을 보고 수집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카이브의 활용 범위도 전시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아카이빙 공간에서 과거의 의류와 소재, 디자인을 살펴보며 상품 기획에 활용하고 있다. 이랜드파크의 켄싱턴호텔앤리조트와 이랜드이츠의 애슐리퀸즈 등 그룹 사업 부문에서도 소장품을 고객과 공유하는 콘텐츠로 활용한다.

이랜드뮤지엄 관계자는 “소장품 자체의 희소성뿐 아니라 이를 시대적 배경과 결합해 콘텐츠로 만드는 역량이 전시 흥행을 이끄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역사적 의미가 있는 물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문화와 사회적 맥락을 함께 구성해야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랜드는 앞으로 여행가방과 북엔드 외에도 타자기·재봉틀 등 보유 컬렉션을 대상으로 최대 30개 분야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히 보유 규모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컬렉션의 역사적 가치와 활용 가능성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또 아카이브를 상품 개발과 전시뿐 아니라 그룹 사업장에서도 활용해 고객 접점을 넓힐 예정이다.

신민성 기자 tls353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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