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후 인도태평양을 계산한 미국의 ‘현장집행 전략(AFIB)’
트럼프는 승리할 수 있었는데도 왜 멈췄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트럼프, 승리할 수 있었는데 왜 멈췄는가
2026년 2월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중동전은 109일 만인 2026년 6월 17일, 양측이 14개 조항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전자 서명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이후 협정 이행과 후속 조치가 진행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역시 단계적인 정상화 절차에 들어가고 있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었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국제 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와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렸다. 미국은 대규모 해상·공중 전력을 투입해 질서 회복에 나섰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활용해 국제사회에 지속적인 비용과 불확실성을 강요했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김태준 소장 제공
전쟁의 결과만 놓고 보면 전장의 주도권은 분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전쟁이 이란의 붕괴나 정권교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전쟁을 확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재개방과 핵위협 통제라는 목표를 확보하는 선에서 전쟁을 마무리했다.
왜 트럼프는 여기서 멈췄을까. 그 이유는 단순히 중동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트럼프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바라보는 세계는 이미 호르무즈를 넘어 그린란드와 쿠바, 대만해협과 인도태평양, 그리고 앞으로의 미중 전략경쟁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란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도 끝내 협상장에 남았다. 그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위협 유지전략(TIB)’과 중국·러시아의 ‘전략적 후견체계(Strategic Patronage System)’가 존재했다. 결국 이번 전쟁은 미국의 ‘현장 집행전략(AFIB·Active Force in Being)’과 이란의 ‘위협 유지전략(TIB)’이 충돌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느 한쪽의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전략적 교착(Strategic Stalemate)’이었다. 따라서 이번 종전 MOU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 이겼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트럼프는 승리할 수 있었는데도 멈췄는가. 그 답은 호르무즈 이후를 계산한 그의 전략 속에 숨어 있다.
군사적 승리와 정치적 타협의 차이점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Ⅰ. 전장에서 보면 사실상 승부는 끝나 있었다
2026년 6월 17일 체결된 종전 MOU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장의 현실부터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언론은 이번 전쟁을 미국과 이란이 모두 일정한 목표를 달성한 전쟁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핵위협 통제라는 목표를 얻었고, 이란은 체제를 유지한 채 협상장에 남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군사적 관점에서 전장의 결과를 평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트럼프는 3개의 항모강습단과 2개의 상륙강습단, 전략폭격기와 ‘정보·감시·정찰(ISR)’ 체계를 중동에 집중 전개했다. 이는 현재 세계에서 미국만이 수행할 수 있는 규모의 군사작전이었다. 그 결과 이란은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방공망과 지휘통제체계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정유시설과 발전시설, 항만 등 국가기반시설 역시 타격을 받았으며 경제적 부담도 크게 증가했다.
무엇보다 이란은 전쟁 기간 미국의 공중·해상 우위를 뒤집지 못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활용해 국제사회에 비용을 강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미국의 군사력을 전장에서 밀어내지는 못했다. 이러한 점에서 전장의 결과는 결코 대등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가는 핵심 군사시설과 국가기반시설이 지속적으로 공격받는 상황에서 내부 균열이나 조기 협상 압력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란은 달랐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약 47년 동안 유지돼 온 신정체제는 체제 생존을 국가적 손실보다 우선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후견체계(Strategic Patronage System)가 더해지면서 이란은 완전한 고립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위협 유지전략(TIB)’은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국제사회와 시장에 끊임없는 불확실성과 비용을 강요했다. 결국 이란은 전장에서 우위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체제를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다.
결국 이번 전쟁은 승리한 미국과 생존한 이란이 만들어낸 전쟁이었다.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승부는 사실상 끝나 있었다. 그러나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하나의 질문이 등장한다. 왜 트럼프는 승리할 수 있었는데도 멈췄는가. 그 답은 전장의 승리보다 더 큰 전략적 계산 속에서 찾아야 한다.
트럼프가 전쟁을 멈춘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Ⅱ. 트럼프는 왜 정권교체를 선택하지 않았는가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전장의 승부는 사실상 결정돼 있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이 제기된다. 왜 트럼프는 승리할 수 있었는데도 멈췄는가.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내 여론과 국제사회의 반대 그리고 인도주의적 고려를 이유로 설명한다. 그러나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보다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트럼프에게 중동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에서 그가 압도적인 군사력을 동원하였지만, 그러한 전력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따른다. 더욱이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 상대는 이란이 아니라 중국이다. 미국의 장기적 관심은 중동보다 인도태평양에 있으며, 대만해협과 서태평양의 해양질서는 앞으로 미국 국가전략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 정권 붕괴를 목표로 전쟁을 확대하는 것은 새로운 부담을 초래할 수 있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경험이 보여주듯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과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만약 이란 체제가 붕괴한다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뿐 아니라 이란 내부의 불안정과 핵물질 관리, 지역 안보 문제까지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있었다.
트럼프는 경제적·정치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었다. 호르무즈 위기가 장기화할수록 국제 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가 상승했고 이는 세계경제와 미국 국내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MAGA 진영 내부에서도 장기 해외개입과 전쟁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으며, 2026년 11월 중간선거 역시 고려해야 할 변수였다.
결국 트럼프는 군사적 우위가 확보된 상황에서 전쟁을 계속할 이유보다 전쟁을 마무리할 이유가 더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필요로 했던 것은 이란의 완전한 붕괴가 아니라 호르무즈 재개방과 핵위협 통제,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해상질서의 복원이었다.
따라서 2026년 6월 17일 체결된 종전 MOU는 단순한 휴전 문서가 아니다. 그것은 중동에서 일정한 목표를 달성한 뒤 미국의 전략적 관심과 군사력을 다음 전장으로 재배치하기 위한 전환 문서에 가깝다.
트럼프가 멈춘 이유는 승리할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미 그 시선이 호르무즈 이후의 세계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동에 미국의 ‘현장집행 전략(AFIB)’을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Ⅲ. AFIB는 왜 중동에 오래 머물 수 없는가
이번 전쟁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압도적인 군사력 자체가 아니라, 그 군사력을 실제 현장에서 질서 유지와 집행에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를 ‘현장 집행전략(AFIB·Active Force in Being)’이라고 부른다.
AFIB란 단순히 강한 전력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전개된 전력이 필요할 경우 즉시 행동해 질서를 집행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전쟁에서 트럼프는 3개의 항모강습단과 2개의 상륙강습단, 전략폭격기와 정보·감시·정찰(ISR) 체계를 중동에 집중 전개함으로써 이러한 능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점에서 AFIB는 전통적인 ‘현존함대전략(Fleet in Being)’과 차이가 있다. 현존함대전략이 전력의 존재 자체를 통한 억제(deterrence)에 초점을 둔다면, AFIB는 전개된 전력에 최고 통수권자의 사용 의지가 결합돼 실제 행동과 질서 집행을 수행하는 현장집행력(Operational Enforcement Capability)에 기반한 전략이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공중과 해상에서 작전 우위를 유지했고, 이란 역시 이를 뒤집지 못했다.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AFIB는 충분히 작동했다.
그러나 AFIB에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강력한 전력일수록 유지 비용이 크고 장기간 특정 지역에 묶여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항모강습단과 상륙강습단, 전략폭격기와 ISR 체계는 막대한 예산과 보급, 정비 체계를 필요로 하며, 전개가 길어질수록 다른 지역에서의 전략적 유연성은 감소하게 된다.
특히 미국은 하나의 지역만 관리하는 국가가 아니다. 유럽에는 러시아 문제가 존재하고, 중동에는 이란이 있으며, 인도태평양에는 중국이라는 더 큰 전략적 경쟁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미국에게 전력은 한 지역에 고정되는 순간 다른 지역에서의 선택권을 잃게 되는 자산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이 AFIB의 핵심이다. AFIB의 목적은 특정 지역을 영구적으로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를 회복하고 정치적 목표를 달성한 뒤 필요에 따라 다른 전략 공간으로 이동하는 데에 있다. 이번 전쟁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선택 역시 이러한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이란의 완전한 붕괴보다 호르무즈 재개방과 핵위협 통제라는 핵심 목표 달성에 집중했고, 목표가 확보되자 종전을 선택했다.
결국 트럼프의 선택은 군사적 한계 때문이 아니라 전략적 우선순위의 문제였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질문이 등장한다. 중동에서 임무를 마친 AFIB는 이제 어디로 향하게 되는가. 그 답은 이미 대만해협과 인도태평양, 그리고 앞으로의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호르무즈 이후를 계산한 트럼프 전략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Ⅳ. 호르무즈 이후를 계산한 트럼프의 전략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 해상 원유 거래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해상교통로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이곳의 불안정은 단순한 중동 문제가 아니라 국제 유가와 물류,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문제로 이어진다.
이번 전쟁에서 트럼프가 추구한 핵심 목표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과 핵위협 통제,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해상질서의 복원에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략적 시야는 호르무즈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트럼프와 MAGA 진영이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공간은 인도태평양이다. 미국의 국가전략 역시 중동 관리보다 중국과의 장기 전략경쟁에 더욱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대만해협은 단순한 지역 분쟁의 공간이 아니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이자 서태평양 해양질서의 균형점이며, 미중 전략경쟁이 가장 첨예하게 충돌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트럼프 입장에서 중동은 중요한 전장이지만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항모강습단과 상륙강습단, 전략폭격기와 ISR 자산은 계속 중동에 묶이게 된다. 이는 인도태평양에서의 전략적 유연성을 감소시키고 중국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넓은 전략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2026년 6월 17일 체결된 종전 MOU는 단순한 휴전 문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중동에서 일정한 목표를 달성한 뒤 AFIB를 보다 중요한 전략 공간으로 재배치하기 위한 전환 문서에 가깝다.
실제로 트럼프와 MAGA 진영의 시선은 이미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인도태평양, 그리고 앞으로의 미중 전략경쟁으로 향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는 이란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보다 미국의 전략적 선택권을 유지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래서 트럼프는 승리할 수 있었는데도 멈췄다. 그리고 그 결정은 하나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다음 전장을 준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전략적 교착의 시대, ‘한국의 TIB’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Ⅴ. 전략적 교착의 시대, 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번 전쟁은 승자와 패자를 단순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전쟁이었다.
트럼프는 ‘현장 집행전략(AFIB)’을 통해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확보했지만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키지는 못했다. 반대로 이란은 패배를 피할 수 없었지만 호르무즈 해협과 석유라는 전략자산을 활용한 ‘위협 유지전략(TIB)’을 통해 체제 생존에 성공했다.
결국 이번 전쟁은 AFIB와 TIB가 충돌한 결과였으며, 그 결론은 전략적 교착(Strategic Stalemate)이었다. 그러나 호르무즈 전쟁이 한국에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따로 있다. 국가의 힘은 더 이상 군사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란은 미국보다 훨씬 약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병목 공간(chokepoint)과 석유라는 전략자산을 활용해 국제사회에 지속적인 비용과 불확실성을 강요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TIB’는 무엇인가. 필자는 대한민국 역시 전혀 다른 형태의 전략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산들의 결합을 ‘한국형 전략적 지렛대체계(Korea Strategic Leverage System·KSLS)’라고 부르고자 한다.
KSLS의 첫 번째 축은 ‘지정학적 지렛대(Geopolitical Leverage)’이다. 한반도는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서북5도는 북한의 군사활동을 견제하는 전진거점이며, 제주해군기지는 남해와 동중국해, 인도태평양을 연결하는 해양전략 거점이다. 또한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군산 기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인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두 번째 축은 ‘군사적 지렛대(Military Leverage)’이다. 현무-5는 초고위력 재래식 타격체계로서 북한의 핵심 지휘시설과 전략거점에 치명적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여기에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K2 전차, 차세대 구축함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앞으로 확보하게 될 핵(원자력)추진잠수함(핵잠 또는 원잠)은 한국의 억제력을 한반도 주변 해역을 넘어 인도양과 서태평양까지 확장시키는 전략자산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축은 ‘산업적 지렛대(Industrial Leverage)’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선업과 자동차, 배터리, 철강, 첨단소재 분야에서도 세계 공급망의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은 상선뿐 아니라 미래 미 해군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 체계에서도 전략적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네 번째 축은 ‘전략 인프라 지렛대(Strategic Infrastructure Leverage)’이다. 원전과 건설산업, 스마트시티와 플랜트, 에너지 인프라 구축 능력은 한국이 세계 여러 국가와 장기적인 전략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 국가 간 상호의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전략자산이다.
다섯 번째 축은 ‘문화적 지렛대(Cultural Leverage)’이다. K-팝과 K-드라마, K-푸드, K-뷰티로 대표되는 한류는 단순한 문화현상을 넘어 글로벌 시장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자산으로 성장했다. 문화적 영향력은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경제적·외교적 영향력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결국 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은 단순한 군사력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지정학과 군사력, 산업과 기술, 공급망과 인프라, 문화적 영향력이 결합된 전략적 지렛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가 국가의 영향력과 협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과 석유를 활용해 TIB를 구축했다. 대한민국 역시 KSLS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TIB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경제안보와 해양안보, 공급망 안보와 국가경쟁력을 통합하는 ‘21세기형 국가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호르무즈 전쟁이 한국에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대한민국은 과연 KSLS를 국가전략으로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는가.
이란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을 위한 트럼프의 전략적 계산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전장이다
많은 사람들은 전쟁을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2026년 호르무즈 전쟁은 그러한 전통적 사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줬다.
트럼프는 군사적 우위를 확보했다. 이란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방공망과 국가기반시설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전장의 주도권 역시 트럼프가 장악했다. 반면 이란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체제를 유지했다.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 공간과 ‘위협 유지전략(TIB)’, 그리고 중국·러시아의 전략적 후견체계를 활용해 끝내 협상장에 남았다.
그 결과는 완전한 승리도, 완전한 패배도 아니었다. 트럼프는 승리할 수 있었지만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지는 않았고, 이란은 패배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생존에는 성공했다.
결국 이번 전쟁은 미국의 ‘현장 집행전략(AFIB)’과 이란의 ‘위협 유지전략(TIB)’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전략적 교착(Strategic Stalemate)’의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번 전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다른 곳에 있다. 트럼프는 승리할 수 있었는데도 멈췄다. 그 이유는 전쟁을 계속할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더 큰 전략을 계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요하지만 최종 목적지는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이미 인도태평양과 대만해협,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미중 전략경쟁으로 향하고 있었다.
따라서 2026년 6월 17일 체결된 종전 MOU는 단순한 종전 문서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전장을 정리하고 다음 전장을 준비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점에 가깝다. 21세기 국제정치는 더 이상 상대를 완전히 파괴하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제한된 승리와 제한된 패배, 그리고 지속적인 경쟁과 협상이 반복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호르무즈 전쟁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오늘날 강대국의 전략은 상대를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가보다, 언제 멈추고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에 의해 평가된다.
트럼프가 멈춘 이유도 바로 그곳에 있었다. 그는 전쟁의 끝이 아니라, 그 이후의 세계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 명예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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