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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세종호텔 해고자들의 복직 염원하며, 다시 길 위에 서다

저를 다시 길 위에 세운 건 기사 하나였습니다. ‘김승하’.

[기고]세종호텔 해고자들의 복직 염원하며, 다시 길 위에 서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저를 다시 길 위에 세운 건 기사 하나였습니다. ‘김승하’.

KTX승무지부장이었던 사람. 12년을 함께 싸운 동지를 잃고도 소리 내 울지 못했던 사람. 20대에 정규직 약속을 믿고 승무원이 됐지만 그 약속을 지키라고 싸우다 해고된 사람. 30대에 마침내 정규직으로 돌아가 기어이 KTX 열차팀장이 된 사람.

그들이 어떻게 싸웠고, 얼마나 절망했으며, 또 어떻게 다시 일어섰는지 지켜본 저는 그 기사를 읽으며 울었습니다. 의지를 품은 인간은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 생각했습니다.

복직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5년을 버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아직 싸우고 있음을, 외롭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음을 알리고 싶어 다시 머나먼 길을 갑니다.

노조를 하라셨던 대통령님. 세종호텔은 민주노조 조합원만 해고했습니다. 철도노조 위원장 시절 승무원 동지들의 복직에 앞장섰던 노동부 장관님.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세종호텔 투쟁에 함께했던 김영훈 장관님. 승무원 동지들의 복직처럼 세종호텔 동지들의 복직도 정치적으로 열어야 합니다.

약속을 믿고 고공을 해제한 뒤, 옵티칼과 세종호텔의 투쟁이 끝났다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투쟁은 더 어려워졌고, 더 고립됐습니다.

해고자를 복직시키면 회사가 망할 것처럼 난리 치며 용역을 사고 CCTV를 달고, 담장을 높이는 데 해고자 연봉 3년치 넘게 쓴 한진중공업도 잘 돌아갑니다. 34명의 목숨이 희생돼서야 탄압의 시계가 멈춘 쌍용차도 여전히 차를 잘 만듭니다.

왜 쓸데없는 비용과 시간, 눈물을 이 나라는 쓰는 걸까요. 세종호텔도 제자리로 돌려보냅시다. 37년 해고자로 살며 다시는 억울한 해고가 없기를 바랐습니다.

아직도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쳐야 하는 현실을 통탄하며 한 걸음, 감옥에서 단식까지 해야 했던 고진수의 투혼을 생각하며 한 걸음, 택시노동자 고영기 동지가 고공에서 겨울을 맞지 않기를 바라며 한 걸음, 노조 만들자마자 혹독한 시련을 겪고도 민주노조 깃발을 포기하지 않은 리노공업 동지들을 생각하며 한 걸음, 4년 전 제 복직 희망뚜벅이에 함께하고도 투쟁 중인 대우버스 동지들 생각하며 한 걸음, 하라는 공부 다 하고도 비정규직과 백수로 살아가는 청년들을 생각하며 한 걸음, 장애인·여성·이주노동자·성소수자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길 바라며 한 걸음,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자유를 빼앗긴 해초를 기억하며 한 걸음, 새만금과 가덕도엔 비행기가 아닌 새들이 날기를 바라며 한 걸음. 그렇게 한 걸음씩 걸어 이 가을의 끝에 청와대에 닿겠습니다.

암병동에서 사위어가다 KTX 승무원 동지들의 복직 소식을 듣고 벌떡 일어났던 그날처럼, 걸음들 끝에 고진수·허지희·김란희·민병준·이치호·이주형의 복직에도 물꼬가 트이길 간절히 바라며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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