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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국군사관학교, ‘성골 공룡 카르텔’ 위험성…“나쁜 건 北 따라 하고, 北조차 지키는 상식은 내팽개쳐”

지난 22일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신속추진 촉구 범국민결의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당대표는 ‘국군사관학교설치법’의 연내 제정과 관련 예산 편성을 집권 다수당 차원에서 강력히 주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이라는 위험한 역주행

북한조차도 초급 장교 양성만큼은 군종별로 철저히 분리

정치적 私兵化와 초거대 카르텔의 뇌관을 당길 수 있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전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육군 신지식인. 오상봉 예비역 대령 제공

지난 22일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신속추진 촉구 범국민결의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당대표는 ‘국군사관학교설치법’의 연내 제정과 관련 예산 편성을 집권 다수당 차원에서 강력히 주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뼈아픈 교훈을 받들어 군내 폐쇄적 사적 카르텔을 척결하고, 헌법 가치와 미래전에 부합하는 정예 장교를 양성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그러나 법제사적 본질과 조직사회학적 메커니즘을 한 꺼풀만 벗겨보면, 이는 군의 개혁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파괴하는 위헌적 입법 독단이다. 개혁이라는 미사여구 뒤에 정치가 장교 양성을 직할하려는 ‘정치적 사병화(私兵化)’의 위험을 숨기고 있어 우려된다. 정국 불안 시 과거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고 은밀한 ‘전군(全軍) 차원의 쿠데타 뇌관’을 국가가 3조 원을 들여 합법적으로 깔아주는 위험천만한 역주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장교 양성을 직할하는 순간, 군의 정치적 중립은 끝장난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엄중히 명령하고 있다. 이 헌법적 가치를 법률로 구현한 것이 바로 국군조직법과 각군사관학교설치법(육사·해사·공사설치법)의 분립 체계다.

국군조직법상 국방부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전군의 정책과 군령을 감독하는 정무직 공무원이자 ‘정치인’이다. 반면 장병의 인사, 군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교 양성 및 교육’이라는 군정권(軍政權)은 제10조 제2항에 따라 각군 참모총장에게 법정 고유 권한으로 분산 위임돼 있다. 80년간 3개 사관학교 설치법이 각각 독립된 법률로 존재해 온 이유는, 군의 뼈대가 될 정예 장교의 요람만큼은 정권의 부침과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철저히 격리해야 한다는 헌법적 방파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허물고 정무직 장관 직속의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장교의 선발, 교수진 채용, 훈육 지침, 사상 교육의 전권이 정치권력의 입맛대로 교체되는 장관 1인의 손아귀에 고스란히 종속된다는 뜻이다. 헌법 제74조 제2항이 국군의 조직과 편성을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은 군을 헌법 가치에 부합하도록 정예화하라는 취지이지, 정치인 장관 1인에게 군의 미래 장교단을 사유화하라고 백지위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군정권의 핵심인 장교 양성권을 정치관료 직속으로 몰아주는 것은 헌법이 명령한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짓밟는 ‘실질적 위헌이자 중대한 입법권 남용’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모순은, 입으로는 ‘군의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요구하는 정치권력이 정작 군 인사와 교육 제도에서는 스스로 그 중립 원칙을 짓밟고 함부로 개입하는 위선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가 군을 흔들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제도를 강요하는 순간, 군의 정치적 중립은 외부 권력의 침탈 앞에 가장 먼저 허물어지고 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관의 정치적 이념과 정파적 잣대가 사관생도 양성 과정에 무방비로 투입될 것이며, 이는 군을 국민의 군대가 아닌 특정 정권의 ‘사병(私兵)’으로 길들이는 합법적 통로를 열어주는 꼴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군정(軍政)을 3분할해 정치적 외풍을 막는 선진국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실전을 치르는 민주주의 군사 강국 중 어느 나라도 최고 정치관료인 국방장관 직속으로 사관학교를 일원화해 쥐여주지 않는다. 미국은 건국 이래 군이 특정 정권이나 정파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중·삼중의 법적 방파제를 구축해 왔다. 연방공무원과 군인의 정치 활동을 엄격히 금지한 ‘해치법(Hatch Act)’과 미 국방부 훈령(DoD Directive 1344.10)을 통해 군의 정치적 불개입을 절대 원칙으로 못 박았을 뿐만 아니라, 장교 양성 기구의 법적 지위 자체를 최고 정치권력으로부터 분리해 뒀다.

미 연방법(Title 10)은 국방장관(SECDEF)에게 통합 사관학교를 설치할 권한을 원천 차단하고, 웨스트포인트(육사), 아나폴리스(해사), 콜로라도스프링스(공사)의 설치 근거와 감독권을 육·해·공 각 군청(Department)으로 철저히 3분할해 법제화했다. 1986년 군제 개혁의 금과옥조인 ‘골드워터-니콜스법(Goldwater-Nichols Act)’ 역시 작전지휘(군령)는 합참과 통합전투사령부로 일원화하되, 장교 양성과 훈련 등 군정(軍政) 기능만큼은 각 군으로 분산 잔류시켰다.

정무직 국방장관 1인이 전군 장교단을 단일 학연과 인사권으로 장악해 군을 정치화하는 것을 법률로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미 헌법 제1조는 사관학교의 정원, 커리큘럼 기준, 감독 권한을 행정부가 아닌 ‘의회의 법률(미 연방법 Title 10)’로 통제하도록 규정하여, 정권 교체에 따른 자의적 개입을 차단하는 헌법적 견제와 균형을 완성했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장교 양성 권한을 정치적 국방장관이 아닌 각 군 위원회와 각 군 총장의 법적 고유 권한으로 못 박아두고 있다.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은 이러한 서구 선진 강국의 문민통제와 권력분립 원칙, 그리고 엄격한 정치적 중립 보장 법제를 정면으로 짓밟는 입법 독단이다.

국방부가 생성형 AI로 급조한 대전 자운대 국군사관학교 조감도. 국방부 제공

반은 북한을 닮았고, 반은 북한조차 하지 않는 기괴한 역주행

역설적이게도 주적(主敵)인 북한의 군관 양성 체제는 이번 사관학교 통합안이 얼마나 반(反)헌법적이고 비(非)군사학적인 궤변인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번 통합 추진은 ‘반은 북한의 악습을 그대로 빼닮았고, 나머지 반은 독재국가 북한조차 감히 하지 않는 기괴한 짓’에 불과하다.

첫째, 북한을 그대로 빼닮은 반쪽은 ‘당군(黨軍)화 모델’이다. 정무직 장관 1인이 3군 사관학교를 통합 직할하겠다는 발상은 다름 아닌 북한식 당군화의 복사판이다. 의회의 법률적 견제와 각 군 참모총장의 군정권을 거세하고 정무직 관료가 장교 선발과 사상 교육을 독점하겠다는 것은, 조선노동당이 군을 정권의 사병(私兵)으로 예속시켜 통제하는 전체주의식 통치 방식과 무엇이 다른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대를 특정 정파의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위험천만한 퇴행이다.

둘째, 북한조차 하지 않는 나머지 반쪽은 ‘전장 전문성의 말살’이다. 1인 독재 체제인 북한조차도 초급 장교 양성만큼은 군종별로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북한은 강건군관학교(육사), 오진우포병종합군관학교(포병), 김정숙해군군관학교(해사), 김책공군군관학교(공사)를 엄격히 쪼개어 운영한다. 독재 권력이라 할지라도 파도와 조함 감각을 익혀야 하는 바다, 초음속 비행 생리를 체화해야 하는 하늘, 진흙과 산악을 기동해야 하는 지상의 전장 특수성을 인위적으로 뭉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는 북한의 전체주의 사병화 방식을 부끄러움 없이 모방하면서, 군사학적으로는 독재 국가인 북한조차 시도하지 않는 기괴한 단일 캠퍼스 통합을 감행하려 한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 위험천만한 퇴행을 대한민국 국방개혁의 미래인 양 포장하는가? 이는 군사학의 ABC조차 팽개친 문외한들의 무모한 안보 자해극일 뿐이다.

메기 잡겠다고 바다를 통째로 집어삼킬 ‘향유고래’를 키우는 격

더욱 섬뜩한 것은 ‘사조직 방지’라는 주장의 기만성이다. 통합론자들은 한 기수 800명씩 대전에 몰아넣으면 서로 얼굴도 몰라 사조직과 쿠데타 모의를 못 할 것이라 강변한다. 이는 범죄학과 조직사회학의 상식을 완전히 거꾸로 뒤집은 궤변이다.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가 규명했듯, 인간이 24시간 합숙하며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상호 감시망을 유지할 수 있는 인지 한계선은 150~250명 안팎이다. 현행 육사 250명 체제는 동기 전원의 성향과 집안 사정까지 훤히 아는 ‘완전 연결망’이다. 그 안에서 특정 무리가 은밀한 사조직을 꾸리려 들면 며칠 만에 교내에 소문이 퍼져 감시망에 걸려든다. 게다가 그들이 사고를 쳐봐야 해군과 공군이라는 거대한 제도적 외부 견제벽이 버티고 있어 전군을 장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한 학년 800명, 전교생 3000여 명이 한 캠퍼스에 모이면 거대한 ‘익명성의 바다’가 열린다. 3000여 명의 거대한 군중 속에서는 성적 상위권의 야심가 30~40명이 밤마다 비밀 모임을 가져도 동기들도, 훈육관도 감지할 수 없다. 거대한 군중이 사조직에게 완벽한 ‘스텔스 위장막’을 제공하는 셈이다.

과거 군을 농단했던 하나회가 육사 전원을 가입시켰는가? 아니다. 기수당 가장 똘똘하고 요직으로 갈 10여 명만 골라 뽑았다. 단일 학교가 출범하면, 야심만만한 선배 라인이 한 학년 800명 중 핵심 요직으로 갈 자원들만 핀셋으로 골라 육·해·공군으로 고르게 침투시키는 ‘전군 통합 비밀결사’를 결성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정국 불안 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전군 동시 마비형 쿠데타’의 위험

이 통합 사조직이 몰고 올 국가적 파괴력은 과거 12·12나 5·16과는 차원이 다르다. 과거에는 육군 내 사조직이 난동을 부려도 해군 함대나 공군 비행단, 해병대는 건드릴 수 없었다. 타 군 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이질적 집단이 버티고 있었기에 최소한의 군종 간 견제와 균형이 물리적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단일 통합 학교 출신 사조직이 잉태되면 어떻게 되는가?

동기 A는 육군 기동군단장, 동기 B는 해군 작전사령관, 동기 C는 공군 작전사령관, 동기 D는 국방부 정책실장, 동기 E는 방첩사령관을 맡아 전군의 지상·해상·공중 지휘망과 감찰망을 단 하나의 학연 그물망으로 일거에 엮어버린다.

여기에 단일 ‘국군사관학교 총동창회’라는 단일 성골 카르텔이 결합하면, 군사경찰도 동문, 방첩사도 동문, 참모총장도 동문이 돼 내부 비리와 줄세우기가 발생해도 “우리 동문끼리 좋게좋게 가자”는 ‘침묵의 카르텔’이 완성된다.

나아가 이 거대 카르텔의 출현은 군 내부의 인사 균형을 완전히 파탄 내고 출신 간 극단적 갈등의 지옥문을 열어젖힐 것이다. 지금까지는 육군 내부에서 소수의 육사 출신과 3사, 학군(ROTC), 학사 출신 간에 긴장과 갈등이 존재했을지언정, 각 군별·출신별 몫을 안배하는 견제 장치가 최소한의 숨통을 틔워줬다. 그러나 전군을 단일 학연으로 장악한 ‘초거대 국군사관학교 카르텔’이 들어서는 순간, 육·해·공군의 장성 진급과 주요 요직은 이 거대 동문회가 통째로 독식하게 된다.

그동안 묵묵히 야전의 허리를 지키며 출신별 안배로 그나마 상위 계급으로 진출하던 3사·학군·학사 등 비(非)사관 출신 우수 장교들은, 이제 거대 공룡 카르텔의 철벽에 막혀 찍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철저한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기득권 카르텔을 깨부수겠다는 통합 사관학교가, 도리어 군 장교단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사관 출신들의 희망을 짓밟고 군 내부를 ‘성골 거대 사관 vs 육·해·공 비사관’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내전 상태로 몰아넣는 것이다.

만약 향후 극심한 정국 혼란이나 통치권 위기가 닥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과거처럼 육군 부대 몇 개를 서울로 출동시키는 수준이 아니다. 단 하나의 통합 사조직 선후배 네트워크가 전화 몇 통화로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를 묶어두고, 해군의 군항을 봉쇄하며, 육군의 기동사단을 움직여 전군을 한순간에 장악하는 ‘완벽한 전군 단위 친위 쿠데타’가 가능해진다. 견제할 타 군 사관학교라는 외부 세력이 군 내부에서 완전히 소멸했기 때문이다.

고양이 세 마리가 싸운다고 해서 세 마리를 한 자루에 쓸어 담아 호랑이로 만들어놓고 “이제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는 것이 개혁인가? 메기 한 마리를 잡겠다고 온 바다를 집어삼킬 향유고래를 국가가 3조 원 들여 양식해 주는 꼴이다.

안보의 최후 보루를 파괴하지 말라: 위헌적 입법 폭주를 즉각 중단하라

사관학교 통합은 순혈주의 타파가 아니라, 전군을 하나의 거대한 ‘절대 카르텔’로 수직 계열화하는 국가적 자해 행위다. 정치 권력자가 군정권을 독점해 군의 정치적 중립을 난도질하고, 군 내부에서는 대규모 인원의 익명성을 방패 삼아 육·해·공군을 한 손에 틀어쥘 괴물 사조직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게 될 수 있다.

국회 다수당과 정부는 헌법 제5조 제2항이 천명한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짓밟고, 주적인 북한조차 하지 않는 비군사학적 단일 캠퍼스 통합을 강행하는 위헌적 ‘국군사관학교 설치법’ 입법 폭주를 지금 당장 전면 중단하는 것이 옳다.

입법부의 법률 제정권은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도구이지, 군을 정권의 입맛대로 재편하고 사병화하기 위한 전횡의 면허증이 아니다. 이 명백한 위헌성과 안보 자해의 경고를 무시한 채 입법 독주를 강행한다면, 훗날 전군을 마비시킬 안보 참사와 헌정 파괴의 모든 책임은 오롯이 이를 밀어붙인 정치권력에게 돌아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작전(군령)은 합동으로 묶되, 장교 양성(군정)은 각 군 총장의 책임 아래 분립시켜 정치적 외풍을 막고 상호 견제를 보장하는 것. 그것이 지난 80년간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국가 안보를 지켜온 가장 지혜롭고 위대한 법적 방파제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전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육군 신지식인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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