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쟁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아온 건 아닐까?
쿠데타가 두렵다며 사관학교 체계를 마구 흔들어대
정치 개입 우려해 방첩 조직도 공중분해시켜
전장 복잡해질수록 각 군의 전문성은 더욱 중요
북,핵·미사일 고도화, 러 실전경험 쌓는데 전작권 서둘러선 안돼
‘북한은 전쟁을 준비하는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기습 남침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전쟁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국군은 북한군의 전차와 병력에 밀려 후퇴했고, 서울은 사흘 만에 함락됐다. 3년 여의 전쟁으로 국군은 전사·부상·실종 등 62만여 명의 피해를 입었고, 남한 민간인 피해도 사망·학살·부상·납치·행방불명 등 99만여 명에 달했다. 전쟁미망인 20만 명, 전쟁고아 10만여 명이 생겨났다. 국토는 폐허가 됐다. 6·25전쟁이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전쟁은 준비하지 않은 나라에 참혹힌 대가를 요구한다.
그로부터 76년이 지난 오늘, 전쟁은 더욱 치명적으로 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이 전장을 뒤덮고 있다. 정찰 드론이 표적을 찾아내면 포병과 미사일, 자폭 드론이 즉각 공격한다. AI(인공지능)와 위성, 전자전, 정밀 유도무기가 결합하면서 적을 발견하고 공격하기까지의 시간은 크게 줄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서도 미사일과 드론, 정밀 타격 능력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현대전은 첨단화될수록 전장이 더욱 투명해지고, 병력과 장비가 살아남기 어려운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 상대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기 위한 공격으로 민간인의 삶과 기반 시설까지 파괴되는 참상도 되풀이되고 있다.
북한이 바로 이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은 100만 명이 넘는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고 7~10년의 의무 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제난 속에서도 핵무기를 개발하고 각종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끊임없이 고도화해 왔다. 이제 북한군은 러시아 전쟁터에서 실전 경험까지 쌓고 있다. 드론과 포병, 전자전이 결합된 현대전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상대할 북한군은 과거의 북한군과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군과 한국군의 전력 비교.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우리 군의 전쟁대비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군
상비 병력은 45만 명 안팎으로 줄었고, 육군 병사의 의무 복무 기간은 18개월이다. 입대 후 신병훈련과 병과별 주특기 교육을 받고 자대에 배치돼 실제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무기와 장비에 대한 숙련도가 채 쌓이기도 전에 전역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저출산으로 병역 자원마저 급감하면서 일선에서는 병력이 부족해 편제된 장비를 제대로 운용하기 어렵고, 운용 인원이 없어 유휴 장비가 늘어난다는 우려도 나온다.
병력이 줄어든다면 남은 병력을 더 강하게 훈련시키고, 부사관과 군무원 수를 늘려 전문성을 높이며, 첨단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 첨단무기가 병력 부족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는 있지만, 아무리 좋은 전차와 자주포, 미사일과 드론을 갖춰도 그것을 운용할 숙련된 사람이 없다면 전투력이 될 수 없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변의 심각한 군사적 위협에 노출돼 있는 이스라엘을 보자. 이스라엘은 작은 국토와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상비군과 예비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남성은 32개월, 여성 24개월의 병역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대규모 예비군을 신속히 동원해 상비군을 증강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인구가 적고 안보 위협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병역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의 안보 환경과 군사제도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안보 위협이 크고 병역 자원이 부족할수록 군사 대비태세를 느슨하게 할 것이 아니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이 전쟁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현실은 군을 위축시키고 있어 거꾸고 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우리 전쟁 대비 방향은 거꾸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오히려 군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전방부대 경계 병력의 총기와 탄약 운용마저 사고 발생을 지나치게 의식해 제한하고, 훈련도 안전 위주로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군의 안전은 중요하다. 그러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훈련과 작전의 본질까지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군인은 사고를 피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적의 도발을 막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존재한다.
사관학교 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현재 과거 일부 육사 출신 장교들이 쿠데타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육·해·공군 사관학교 폐교와 통합사관학교 설립을 졸속으로 서두르고 있다. 쿠데타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 책임은 쿠데타를 계획하고 실행한 사람에게 물어야지, 그것이 사관학교 폐교 및 통합의 사유가 돼서는 안된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대학이 아니다. 육군은 지상전, 해군은 해양전, 공군은 항공전을 책임질 전문 장교를 양성한다. 미래전이라고 해서 이러한 전문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드론, AI(인공지능), 우주·사이버전, 전자전, 미사일 방어 등 전장이 복잡해질수록 각 군의 전문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동성을 강화하는 것이 순서다.
국군
방첩사령부는 어떠한가. 과거 정치 개입이나 잘못된 행위가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간첩 활동과 군사 기밀 탈취, 사이버 침투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조직의 잘못을 고치는 것과 방첩 기능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잘못된 칼의 사용법을 고쳐야지, 적이 눈앞에 있는데 칼 자체를 버릴 수는 없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도 마찬가지다. 우리 군이 언젠가는 전시에 스스로 작전을 주도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은 정치적 시간표가 아니라 우리 군의 준비 정도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러시아 전쟁에서 실전 경험까지 쌓는 상황에서 전환을 서두르는 것이 과연 옳은가. 국가안보에 정치적 임기나 시간표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사 지휘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안보교수.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정리해 보면 이렇다.
북한은 핵무기를 늘리고 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다. 100만 명이 넘는 병력을 장기간 복무시키며 전투력을 유지하고, 러시아 전쟁터에서는 현대전의 실전 경험까지 쌓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병력은 45만 명 안팎으로 줄었고, 육군 병사의 복무 기간은 18개월에 불과하다. 병력이 부족해 장비 운용마저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도 사고를 우려해 경계 병력의 무기 운용을 제한하고 훈련을 위축시킨다는 논란이 있다. 쿠데타가 두렵다며 사관학교 체계를 흔들고, 정치 개입을 우려해 방첩 조직을 공중분해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마저 서두르는 모습이다.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도, 무인기를 침투시켜도 국민은 남의 일이거니 안보불감증에 젖어 있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6·25전쟁은 준비 부족이 어떤 대가를 가져오는지 보여줬다. 오늘날 전쟁은 당시보다 훨씬 빠르고 정밀하며 치명적이다. 그런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군을 위축시키는 개혁이 아니다. 더 잘 싸울 수 있게 만드는 개혁이다.
군 개혁의 목적은 분명해야 한다. 전쟁을 억제하고, 억제가 실패했을 때 싸워 이기는 군대를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에 필요한 군대는 국민이 믿고, 적이 두려워하는 군대다.
역사가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와 국방부장관, 그리고 국민에게 고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사 지휘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안보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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