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울산대학교 초빙교수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장·공학박사
사람의 몸은 65~80%가 수분으로 구성돼 있다. 갓난아이는 90%, 일반 성인은 70%, 노인은 50~60% 정도다. 매일 물을 마시지 않으면, 몸에서 여러 가지 불편함과 이상 신호들이 나타난다. 음식은 상당 기간 먹지 않아도 견딜 수 있지만, 물은 며칠만 마시지 못해도 버티기 힘들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살 곳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물을 찾았다. 대부분의 인류문명 발상지가 큰 강이나 물줄기를 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은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좋은 물을 마시는 것은 건강한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물 부족 현상과 환경오염 문제는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물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선진국일수록 좋은 물 확보와 관리에 지대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집중호우와 가뭄이 반복되고 녹조 등 수질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수(淨水) 공정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밀한 대응이 필요해졌다.
정수장은 강이나 댐에서 끌어온 원수를 침전·여과·소독 등의 과정을 거쳐 우리가 매일 마시고 사용하는 수돗물로 바꾸는 핵심 시설이다. 취수장이 물을 확보하는 출발점이라면, 정수장은 각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이어진 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물 관리의 ‘심장’과 같다. 이곳에서 수질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마시는 물의 안전성이 결정된다.
정수 공정은 강과 댐에서 물을 끌어오는 취수(取水) 단계부터, 미세 불순물을 뭉치게 하는 응집, 이를 가라앉히는 침전, 남은 불순물을 걸러내는 여과,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소독, 그리고 정수된 물을 각 가정과 학교, 병원, 공장으로 보내는 송수(送水)까지 전 공정이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최근 정수장은 전 과정을 인공지능(AI)이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팩토리형 정수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4시간 정수장을 가동하지만, 실제 근무인원은 많지 않다.
AI 정수장은 자율운영 기술을 포함해 에너지관리, 예지보전, 영상안전 등 네 가지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가동된다. 이 과정에서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에너지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자율운영 성과가 뚜렷하다. 국내의 한 정수장은 AI 도입 이후 인력 운영 효율이 42% 개선됐고, 정수처리 약품비는 19%, 전력 소비량은 10%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관리 기술은 시간대별 물 사용량을 예측하고 실시간 전력 소비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가압펌프의 적정 용량을 산출해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또한, 예지보전 기술은 정수장 주요 설비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이나 이상징후를 사전에 파악해 예방정비 시점을 판단하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영상안전 기술은 기존 감시 센서에 AI 기반 영상 분석과 CCTV 자동추적 기능을 결합해서, 화재와 누수, 감전 등 위험 상황을 신속히 인식해 정수장 내 근로자 안전을 확보한다.
아직 AI 정수장이 완전한 자율운영 체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정수장을 3단계로 구분해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자율운영’ 단계에서는 평상시 근무자와 AI가 함께 정수 공정을 운영하고,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근무자가 직접 대응한다. ‘고도 자율운영’ 단계로 넘어가면, 설비 장애나 수질 변화와 같은 이상 상황에도 AI와 근무자가 공동 대응한다.
‘완전 자율운영’ 단계에서는 AI가 대부분의 정수 공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근무자는 대화형 AI 시스템을 통해 전체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수처리장도 마찬가지다. 울산의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비철금속, 발전 산업 모두 안정적인 공업용수 없이는 절대 유지될 수 없다. 울산이 ‘AI 수도’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도 물은 여전히 핵심 기반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면, 산업단지의 용수 운영 효율을 높이고 도시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며, 새로운 미래 도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이동구 울산대학교 초빙교수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장·공학박사
경상일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