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 곁에 올 날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서울AI로봇쇼에서는 기술의 진전만큼이나 현장 적용이라는 과제도 뚜렷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옆에 휴머노이드가 있는가? 아직은 아니다. 로봇이 도입 비용에 걸맞은 효용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이 실제 작업을 맡길 만큼 능숙하게 걷고 물건을 다루게 되면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고되고 위험한 일은 로봇이 맡고, 사람은 로봇을 관리하고 가르치는 일로 옮겨갈 수 있다. 고령화로 일손이 모자란 물류와 제조 현장에는 숨통이 트일 것이다. 다만 로봇의 성능 못지않게 현장에 적용하는 능력이 이 산업의 주도권을 가를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휴머노이드 경쟁은 미국과 중국이 이끌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의 자본과 앞선 AI 모델로 로봇 지능 개발을 주도하고, 중국은 정부 지원과 촘촘한 공급망으로 생산 규모를 키우며 가격을 낮춘다. 자본과 규모만 보면 한국이 불리해 보인다. 그러나 한국도 로봇 지능은 물론 관절과 손 같은 핵심 하드웨어를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박수한 광운대학교 로봇학부 교수
무엇보다 한국의 승부처는 현장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배터리, 물류까지 수준 높은 제조와 물류 현장을 갖췄고, 산업용 로봇 밀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로봇을 도입하고 검증할 수요처가 가까이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현장은 단순한 시험장이 아니다. 지능은 현장 데이터로 정교해지고, 하드웨어는 현장에서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복잡한 서울 도심 역시 배송 로봇과 서비스 로봇을 검증할 실증 무대다. 그래서 수서 로봇 클러스터를 기대한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수서역세권에 연구개발과 실증 거점을 세워 양재와 함께 피지컬 AI 벨트를 만들고, 1000억원 규모의 기술사업화 지원도 펼친다.
이 사업에 더해 우리나라와 서울의 강점을 살릴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활용해야 한다. 공장 데이터에는 영업 비밀이, 로봇 카메라 영상에는 시민의 얼굴이 담겨 있어 그대로 공유할 수 없다. 실증 데이터를 안전하게 가공해 공동 AI 모델을 만들고, 기업이 이를 자체 데이터로 추가 학습해 현장에 적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맞춤 학습을 돕는 기술과 서비스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다.
둘째, 기업 지원만큼 대학 연구에도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창립자 마크 레이버트는 스마트라이프위크 기조연설에서 오늘의 성과가 15년 전 연구에서 나왔다며 인내를 당부했다. 이 회사도 MIT 연구실에서 출발했다. 서울의 대학들을 연구 거점으로 키워 인근 로봇 기업과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연구와 실증을 함께 경험한 인재가 기업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셋째, 안전을 확보하면서 도심 실증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규제샌드박스 절차를 간소화하고 명확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새 로봇을 서울에서 가장 먼저 시험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지능을, 중국이 규모를 내세운다면 한국은 현장에서 지능과 하드웨어를 함께 키워 추월할 수 있다. 로봇이 전시장에서 걸어다니는 데 그치지 않고 일터와 일상에서 제 몫을 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서울AI로봇쇼 이후 서울이 풀어야 할 과제다. 그 첫걸음을 서울에서 뗄 수 있도록 서울시와 기업, 대학이 함께 뛰기를 기대한다.
박수한 광운대학교 로봇학부 교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