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관련 법안 도입됐지만변화상 담는 틀로는 역부족민주적 통제·공동체 가치 등인간 중심 새 기준 마련해야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지난 1월 22일 '인공지능(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이 시행됐다. 고영향 AI를 포함해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AI 규제법이 시행된 것이다. 다만 고영향의 개념, AI 생성 사실의 고지 내지 표시 의무 범위 등 여러 적정성 논란으로 정부는 기업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현장에서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최소 1년 이상 사실 조사, 과태료 관련 계도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규제 자체가 기업으로 하여금 AI 기술, 서비스 개발이나 운용에 자기 검열 효과를 가져오면서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고 또한 AI는 개발·배포 주기가 짧아 규제 절차가 출시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계도기간 동안 규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개정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다만 더 중요한 개정 방향은 최근 AI 기술 발전에 따른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변화를 개정 작업에 담아내는 것이다. 변화의 핵심은 'AI로 인한 인간 대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상실을 넘어 인간 존재의 가치와 사회계약의 재정의라는 본질적인 이슈다.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가 결합하면서 인간의 지적·육체적 노동 거의 모두가 대체되고 있다. 상당수 AI 전문가는 2030년 범용 AI를 장착한 인류와 공존하는 새로운 AI 종(種)이 탄생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이에 AI기본법은 인간과 AI의 협업을 위한 역할을 구분하는 것을 시작으로 노동·조세·사회보장을 둘러싼 새 정책 방향을 담을 필요가 있다. 첫째, 이제 인간의 경쟁력은 속도·정확도가 아니라 의미 해석, 가치 판단, 감정, 관계 형성 같은 영역이 될 것이다.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 존립에 대한 결정은 인간이 해야 함을 선언하고, AI로 인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 민주적 의사 형성, 권력 분립 침해를 막으려는 시민의 통제를 위해 투명성·책임성 의무를 포함해야 한다.둘째, AI로 인한 생산성의 급격한 향상은 전통적 노동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이제 노동을 '생계 수단'에서 '자기실현·사회참여'로 재정의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노동의 형태를 발굴하고 지원해야 한다. 또한 일자리 상실에 대비해 사전·사후 재교육도 진행돼야 한다. 셋째, AI로 인한 이익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사회보장이 강화돼야 한다. AI·로봇세, 기본소득·기본서비스, 데이터 배당 등을 새로운 분배 장치로 설계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넷째, AI가 모든 지식과 정답을 즉시 제공하고 심지어 고도의 추론과 실행까지 대신하는 시대에 기존의 지식 습득 및 평가 중심의 교육 시스템은 의미가 없다. 비판적 사고와 질문 능력, 대면 평가와 토론, 육체성과 인간성 중시 방향으로의 전환과 함께 개인별 맞춤형 교육 원칙이 필요하다.결국 현행 AI기본법을 'AI와의 공존'을 전제로 인간이 원하는 삶의 형태를 우선 목표로 삼는 가치 체계를 합의하는 쪽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 개정안 마련 전에 이를 위한 사회적 담론을 공론화하는 작업부터 진행하고 이것이 완성되면 원칙은 기본법에, 구체적 권리와 의무는 개별법에 담는 개정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
[기고] 인간과 공존에 초점 … AI기본법 개정해야
규제관련 법안 도입됐지만 변화상 담는 틀로는 역부족 민주적 통제·공동체 가치 등 인간 중심 새 기준 마련해야 지난 1월 22일 '인공지능(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이 시행됐다. 고영향 AI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