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전세보증금 위험 관리 강화 마련
투명성 갖춘 법인 임대사업자 비중 확대
정보 비대칭 해소·주거 선택권 다양화도
김진우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정책학과 교수
수도권 임대차 시장에 잔혹한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수도권을 휩쓴 전세사기 여파와 고금리 기조는 한국 특유의 주거 사다리였던 ‘전세제도’의 뿌리를 흔들어 놓았다. 연립·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서울 외곽 및 경기·인천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서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속출했고, 이는 대규모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이어졌다.
한때 내 집 마련으로 가는 가장 효율적인 중간 사다리로 여겨졌던 전세가 이제는 주거 불안의 한 요소로 전락한 셈이다.
전세제도가 가진 취약성은 임대인의 높은 레버리지와 임차인이 주택의 실제 가치와 임대인의 재무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에서 찾을 수 있다.
임대인은 세입자의 보증금을 주택 매입에 활용하는 일종의 무이자 대출처럼 이용하고, 임차인은 저금리 전세자금대출과 보증보험에 의존해 위험성을 망각한 채 시세보다 높은 보증금을 내주었다. 일각에서는 전세자금대출과 보증제도의 확대가 임차인의 보증금 조달 능력을 높이면서, 결과적으로 높은 전세가격을 뒷받침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기에 매매 시세 파악이 어려운 연립다세대 시장의 불투명성이 더해지면서 전세 시장은 자본주의의 경제 논리와 동떨어진 사각지대가 되었다.
그 결과 수도권 임대차 시장은 급격한 ‘월세화’와 ‘아파트 쏠림’이라는 왜곡 현상을 겪고 있다. 보증금 안전지대를 찾는 세입자들이 아파트 전세나 월세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연립·다세대 임대차 시장은 거래 절벽에 봉착했다.
이는 연립·다세대 공급 위축으로 이어져 미래의 서민 주택 공급난을 심화시킬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인 충격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을 넘어, 수도권 임대차 시장을 안정적으로 연착륙시킬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시급한 이유다.
첫째, 제도적으로 전세 시장의 전세보증금에 대한 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저자본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임대인의 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전세자금대출 및 보증보험 요건을 공시가격의 일정 비율 이하로 엄격히 관리하여 전세 보증금이 주택 가격을 상회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보증보험은 서민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되, 시장 가격을 부풀리는 왜곡 장치로 작동하지 않도록 보증 비율을 시장의 흐름에 맞게 유동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형 임대주택 육성과 전문화된 건설임대사업자 제도의 재정비이다. 서민 임대차 시장이 사적 영역의 개인 간 거래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리츠(REITs) 등 기관 자본이 주도하는 전문 건설임대사업자가 연립·다세대 시장에 안정적 공급자로 들어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투명한 관리 체계를 갖춘 법인 임대사업자의 비중이 늘어난다면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다.
셋째, 정보의 비대칭 해소와 주거 선택권의 다양화다. 수도권 연립다세대 및 신축 주택의 실거래가 및 임대인 신용 정보 연동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임차인이 계약 전 충분한 위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준전세(반월세) 및 장기 공공임대 등 전세와 월세 사이에 다각화된 주거 옵션을 확충하여, 시장이 유연하게 바뀔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전세제도는 한국 경제 성장의 역사와 함께해 온 독특한 주거 문화이지만, 이제는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와 제도 자체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전환점에 와 있다.
전세를 인위적으로 폐지하거나 방치하는 극단적 접근은 피해야 한다. 수도권 임대차 시장의 연착륙은 위험 요소의 철저한 관리와 투명한 시장 구조 개편으로부터 시작된다.
늦기 전에 정책 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효성 있는 제도와 안정적인 임대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김진우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정책학과 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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