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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 무인(無人) 점포, '양심의 실종'과 '공적 비용'의 화약고인가

무인 점포 운영으로 인건비를 절감하는 만큼, 그 이익의 일부를 AI 지능형 CCTV나 출입인증 시스템 같은 기술적 장벽에 재투자하여 '스스로 지키는 자위 방범'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치안이...

[기고] 무인(無人) 점포, '양심의 실종'과 '공적 비용'의 화약고인가

시골 길가에 놓은 투박한 농산물과 낡은 돈통. 과거 우리에게 ‘무인 판매’는 일손 돕기와 공동체의 신뢰가 어우러진 소박하고도 따뜻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도심의 무인 점포는 고임금 시대의 인건비 부담과 비대면 트렌드가 결합한 고도의 상업적 산물로 변모했다. 2020년 이후 폭발적으로 급증한 무인 점포는 2026년 현재 전국 1만여 곳에 달하며 도시의 상권지도를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이 ‘편리한 기술’은 우리 사회에 예기치 못한 ‘양심의 시험대’를 만들어냈다. 관리자가 없다는 사실은 “규칙을 어겨도 무사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가해자에게 보낸다. 특히 무인 점포 절도범의 52%가 10대 청소년이라는 통계는 범죄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에 취약한 청소년의 일탈 행위를 보여주는 뼈아픈 지표다. 소액 절도를 일종의 스릴 넘치는 게임처럼 즐기는 이 현상은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공동체의 신뢰라는 근간을 밑바닥부터 갉아먹고 있다.

업주의 현실 또한 모순과 고뇌로 가득하다. 생존을 위해 인건비를 제로(0)로 줄였지만, 실제로는 청소와 재고 보충, 키오스크 오류 대응 등 고단한 노동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출입인증 시스템을 도입하자니 매출 감소가 걱정되고, 방치하자니 절도의 표적이 되는 딜레마 속에서 업주들은 정신적 감옥에 갇힌 채 공권력이라는 공적 자산에 기대어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찰력의 낭비와 청소년 전과자의 양산은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지불 해야 할 혹독한 사회적 비용이다.

결국, 무인 점포 문제는 개인의 영리 활동과 공공의 책임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업주가 수익은 오롯이 취하면서 그 피해 비용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비용의 사회화’ 구조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무인 점포 운영으로 인건비를 절감하는 만큼, 그 이익의 일부를 AI 지능형 CCTV나 출입인증 시스템 같은 기술적 장벽에 재투자하여 ‘스스로 지키는 자위 방범’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치안이 개인의 이익에만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울타리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무인 점포 방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일정 수준의 보안 시설을 갖추도록 유도하고,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활성화를 통해 청소년들이 한순간의 유혹으로 범죄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선도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상습적으로 보안을 방치해 공권력을 낭비하는 점포에 대해서는 이익을 얻는 자가 비용도 부담한다는 원칙에 따른 행정적 조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양심의 실종을 방치하는 대가는 너무도 혹독하다. 기본적인 시민 의식조차 갖추지 못한 이들이 거리낌 없이 활개 치는 무인 점포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의 도덕적 근간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이제는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겨진 인간의 책임과 사회적 비용을 엄중히 되돌아봐야 한다. 지능형 보안이라는 책임의 옷을 입히고, 이익을 얻는 주체가 합당한 책임을 지는 합리적 질서가 확립될 때 비로소 무인 점포는 우리 곁의 진정한 미래형 인프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곽순기 경기북부경찰청 공공안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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