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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 마산YMCA 80주년, 시민과 함께 걸어온 정의와 평화의 길

올해 마산YMCA가 설립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80년 전인 1946년 5월 8일, 해방 직후의 격동과 혼란 속에서 마산YMCA는 첫발을 내디뎠다.

[기고] 마산YMCA 80주년, 시민과 함께 걸어온 정의와 평화의 길

굴곡진 마산 현대사의 동반자

앞으로 100년 향해 동행 다짐

올해 마산YMCA가 설립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80년 전인 1946년 5월 8일, 해방 직후의 격동과 혼란 속에서 마산YMCA는 첫발을 내디뎠다.

시민단체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오늘날의 척박한 사회적 여건 속에서, 당시의 선각자들이 어떤 목적과 비전으로 이 운동을 시작했는지 되짚어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한국YMCA의 태동과 마산YMCA의 변천사를 돌아보며, 80주년이 갖는 역사적 책무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한국YMCA 운동은 1903년 ‘황성기독교청년회’의 창립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초기에는 기독교계 학교와 교회 내부의 개화청년운동 조직으로 출발했으나, 결정적으로 대중에게 확산된 계기는 독립협회 해산 과정에서 투옥되었던 이상재, 윤치호, 김규식 등 민족 지도자들이 합류하면서부터다. 이로써 YMCA는 단순한 종교 단체를 넘어 민족운동의 중심체로 거듭났다.

초창기 YMCA가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교육과 계몽이었다. 야학을 개설해 근대식 기술과 상업을 가르치는 실업교육에 중점을 두었으며, 이는 ‘교육을 통해 나라를 부흥시키겠다’는 구국 비전의 실천이었다. 또한 강연회와 토론회를 개최해 시민들의 사회의식과 민족의식을 고취했는데, 이 빛나는 전통은 오늘날 마산YMCA의 대표적 공론장인 ‘시민논단’으로 도도히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체육·종교 사업을 통한 근대화 여정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최초의 야구단을 시작으로 농구, 유도, 배구, 수영 등을 잇달아 보급하며 이 땅에 근대적 스포츠 문화를 정착시킨 주인공이 바로 YMCA였다. 그러나 1930년대 후반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하면서, 1938년 한국YMCA는 세계연맹 탈퇴를 강요받았고 전국의 조직은 완전히 폐쇄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해방 이후 활동을 재개하는 과정 역시 가시밭길이었다. 특히 항구도시였던 마산은 귀환 동포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주거와 실업 등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 암담한 시기에 초대 이순필 이사장을 비롯한 7인의 발기인과 71명의 회원들이 뿌린 작은 씨앗이, 오늘날 지역사회의 버팀목이 된 ‘마산YMCA’라는 거목으로 성장했다.

초대 이사장인 이순필 선생(1892~1952)은 창원 동읍 본포리 출신으로,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한 의사이자(1921년 마산 동성동 ‘학산의원’ 개원) 문창교회의 장로였다. 학창 시절 경험한 YMCA 운동을 해방된 조국에서 꽃피우고자 뜻을 품었던 인물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거점이었던 북간도 동흥중학교를 후원하고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등 항일의 길을 걸었던 지도자였다. 그와 뜻을 같이한 하태봉 초대 부이사장, 김병우·김병기 창립 총무, 김복록 창립 부서기, 이창우 창립 회계, 한윤동 창립 부회계 등 일곱 선각자의 이름을 오늘 다시 한번 경건하게 새겨본다.

이후 마산YMCA가 걸어온 길은 마산의 현대사이자 굴곡의 역사 그 자체였다. 해방 직후 문맹 퇴치를 위한 ‘마산어린이집’ 운영과 문화 영화 상영을 시작으로, 1950~60년대의 혼란기를 극복해 냈으며, 1970~8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랑 속에서는 청소년과 시민들의 든든한 대변자가 되어주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본격적인 시민사회운동에 주력하며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왔다.

이 담대한 80년의 역사는 결코 홀로 이룬 것이 아니다. 시대를 앞서간 지도자들의 헌신, 현장에서 발로 뛴 실무자들의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 마산YMCA를 믿고 지지해 준 회원들과 시민들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산YMCA의 역사에 동참한 시민 모두가 이 위대한 여정의 주인공이다. 올해 2026년은 지역사회와 동고동락한 80년을 기념하는 해인 동시에, 다가올 100년을 향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출발점이다. 시대의 흐름이 바뀔지라도 YMCA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고, 지역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서 정의와 평화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을 다짐한다. 그 길에 시민 여러분의 따뜻한 동행을 기대한다.

/신삼호 마산YMC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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