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커 최나리 기자] K-뷰티가 존재감을 키우는 동안 소비자의 질문도 달라졌다. 어떤 성분을 썼는지, 어디에서 재배했는지, 생산 과정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묻는 목소리가 잦아졌다. 화려한 문구보다 원료와 데이터, 책임 있는 운영을 따지는 분위기다.
충북 괴산에서 재배한 금화규(錦花葵)를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여리여리 김열 대표는 피부트러블을 겪던 자신 경험에서 출발해, 원료를 직접 확인하고 농가를 찾아다니며 제품을 만들었다. 여리여리 김열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여리여리 김열 대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쉽게 가라앉지 않는 피부 트러블을 오래 겪었다. 2022년 코로나 시기에는 자가격리까지 겹치며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다. 그 무렵 갱년기 증후군으로 금화규 차를 드시던 어머니가 한 번 발라보고 마셔보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큰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7~8개월 동안 꾸준히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며 피부 상태에 변화를 느꼈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열네 살부터 피팅모델 일을 시작해 뷰티 분야에 관심을 두고 살아왔지만, 직접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금화규를 직접 써본 경험이 계기가 됐다. 관련 논문을 찾아보니 성분에 관한 연구 자료는 일부 확인할 수 있었으나, 화장품 원료로 활용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이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여리여리’만의 비즈니스 모델과 경쟁력
브랜드의 핵심은 원물을 직접 관리하는 데 있다. 우리 땅에서 자란 식물성 원재료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충북 괴산 농가를 직접 찾아가 대표와 계약을 맺었다. 원료 재배부터 추출, 완제품 출하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챙긴다.
금화규는 식물성 콜라겐 성분을 함유해 골드 히비스커스로 불린다. 유기농 식품 원료로도 쓰이는 작물이어서 자극이 덜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창업의 어려움
프리랜서로만 일해 회사 운영을 배운 적이 없었다. 한글 문서와 엑셀도 처음부터 다시 익혔다. 창업 초기에는 거의 모든 일을 혼자 처리했다. 2024년 직원이 합류한 뒤에야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디자인과 패키지 작업을 팀원에게 맡기자, 결과물이 달라졌다.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일이 회사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판매에서도 예상과 다른 장면을 마주했다. 첫 제품인 금화규 차를 들고 킨텍스 메가쇼에 참가했을 때 170세트를 모두 판매했다. 그 기세로 온라인 스마트스토어에 제품을 올렸다. 한 달 동안 열 개도 판매하지 못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지나가던 사람이라도 제품을 집어 들지만, 온라인에서는 존재를 알리지 못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스토어로 사람을 모으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그 시간이 내게는 사업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2024년 와디즈 펀딩으로 1억 원을 달성한 직후였다. 정부 지원금을 더해 단가를 낮춰보려던 중 보이스피싱에 휘말려 그 돈을 모두 잃었고, 충격이 컸다.
나를 믿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먼저 떠올랐다. 남동생에게 돈을 빌려 직원 급여부터 지급했다. 그 일을 겪으며 알게 됐다. 사업은 순조로운 길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맞닥뜨릴 때마다 하나씩 해결해 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젊은 대표로서 제조 현장과 소통하는 노하우
공장에 처음 방문하면 대리나 신입 사원으로 오해받는 일이 잦았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시선도 따라왔다. 아는 척하며 권위를 세우기보다 솔직하게 다가가려 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믿고 도와주면 반드시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선급과 후급을 나눠 거래하며 신뢰를 쌓아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상 거래가 가능할 만큼 관계가 깊어졌다. 도리를 지키려는 태도가 현장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배웠다.
고객 소통과 관리 방법
주 고객층은 2030부터 40대 초반까지, 성분을 꼼꼼히 확인하는 소비자다. 지금도 고객 DM과 댓글에 직접 답한다. 제품 사용 후 좋아졌다는 긴 후기를 보내오면 그 글을 출력해 집 벽에 붙여둔다. 지칠 때마다 다시 읽는다.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더 많은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임상을 이어가며 데이터를 축적한다.
정부 정책이나 지원 사업에 바라는 점
청년 창업가와 고령 농가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 농촌 어르신들은 디지털 기기와 AI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 청년 창업가는 좋은 원료를 찾는 데 애를 먹는다. 직접 농가를 찾아 계약하고 로컬브랜드를 만드는 청년에게 기회가 더 주어지면 농촌 경제와 K-뷰티 산업 모두 힘을 얻을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
올해 4월 와디즈를 통해 미백 슬리밍 크림을 포함한 금화규 신제품 3종을 선보인다. 법인 매출 15억 원 달성을 올해 목표로 세웠다.
중장기적으로는 TIPS R&D 과제에 참여해 금화규 추출 공법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인도, 프랑스, 헝가리 등 이미 수출을 시작한 국가를 발판으로 해외 유통망을 넓히고자 한다. 여리여리를 세계 시장에서도 신뢰받는 투명한 뷰티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