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욕민국(禁慾民國)'
美 남녀 성관계 기피 최고치
AI 동반자 확산에 대면 단절
환경 독소 축적으로 생식 훼손
기술·환경 이중고에 인류 위기
‘성, 영어로 섹스(SEX)’라는 단어를 꺼내면 분위기가 굳는다. 10명 중 9명은 시선을 피한다. 말을 꺼낸 사람은 금세 자극만 좇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인간은 번식을 택해 영생을 이어왔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성은 다른 언어로 불린다. 범죄, 수치, 자극. 저출산 해법은 정책에 집중돼 있다. 돈, 집, 시간. 왜 만나지 않는지, 왜 이어지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은 보이지 않는다. 극단으로 흐른 성 인식, 위축된 여성과 남성, 서로를 경계하는 분위기. 여성경제신문이 묻는다.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를 피하기 시작했을까. 껍질을 벗기면 구조가 드러난다.
# 미국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마이클. 퇴근 후 데이팅 앱의 무한한 선택지에 피로감을 느낀 그는 인공지능(AI) 애인 만들기 플랫폼으로 위안을 얻는다. 동시에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분비계 교란 물질을 체내에 축적한다. 타인과 체온을 나누는 대면 교류는 알고리즘에 의해 소거되고 육체의 원초적 생식 본능은 환경 독소에 잠식당하는 마이클. 그의 모습은 현대 사회를 덮친 성적 멸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3일 여성경제신문 기획 '금욕민국(禁慾民國)' 첫번째 이야기는 미국 일반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가 미국 현지시각 12일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시작한다. 아울러 여성경제신문은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를 활용해 종합사회조사(GSS) 데이터·진화심리학·환경생물학적 지표를 교차 분석, 현대 사회를 강타한 성적 멸종 발생 기전을 입체적으로 추적했다.
핵심 요약 (Key Takeaways)
대면 접촉의 증발: 美 성인 남성 33%, 여성 20% 최근 1년간 성관계 전무… 역대 최고 수준의 물리적 고립 지표 도출.
진화적 신경망의 교란: 무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디지털 매체와 맞춤형 알고리즘이 뇌의 보상 체계를 우회, 대면 상호작용의 동력 상실.
통제된 가상 관계의 부상: 감정적 마찰이 소거된 AI 동반자 플랫폼 10여 개 이상 가동, 현실의 불확실한 인간관계를 빠르게 대체.
생물학적 재생산 구조 훼손: BPA 등 환경 독소와 잔류 의약품 성분이 내분비계를 교란, 3세대에 걸친 가임력 하락과 수생태계 변이 유발.
이중 억압의 병렬화: 가시적인 기술 포화 상태와 비가시적인 화학 물질의 중첩이 인류의 군집 생활 방식과 종적 유지 기반을 근본적으로 위협.
현대 사회는 비현실적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환경과 치명적인 환경 호르몬이라는 이중의 덫에 갇혀 '성적 멸종' 위기에 직면했다. AI와 데이팅 앱이 제공하는 편의성은 현실의 복잡한 관계를 대체하며 정서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일상 속 화학 물질은 세대를 거쳐 생식 본능과 가임력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결국 기술적 고립과 생물학적 퇴행이 결합하여 인류 생존의 근간인 물리적 유대와 번식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챗GPT 제작 이미지
미국 일반사회조사 통계에 따르면 미국 성인 남성 3명 중 1명(약 33%)·여성 5명 중 1명(약 20%)이 최근 1년간 성관계를 전혀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980년대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들이 제시하는 비현실적으로 상향된 외모 자본·경제력 기준이 대중의 심리적 척도를 현실 밖으로 밀어냈다고 분석한다. 현실 세계 교류 범위·시도 자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기술 진보가 생물학적 접촉 빈도를 역사적 최저점이라는 새로운 좌표로 이동시킨 셈이다.
진화심리학적 한계 초과: 초연결 매체·짝짓기 알고리즘
역설
<섹스팅션: 섹스의 쇠퇴와 친밀감의 미래>를 출간한 미국의 성 과학자 데브라 소는 "미국은 성적 멸종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디지털 화면을 통한 파트너 탐색 환경은 수십만년에 걸쳐 형성된 인류의 진화심리학적 정보 수용 범위를 심각하게 초과한다"고 덧붙였다.
데브라 소 박사는 ‘섹스틴션’을 통해 현대인의 성관계 감소 원인을 진화 생물학적으로 분석했다. 소셜 미디어와 포르노 등 디지털 요소가 관계를 단절시키고, 환경 호르몬과 성인용 로봇이 인류의 생식 본능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다다. 저자는 이러한 ‘섹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현실에서의 진정한 연결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튜브
데브라 소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매칭 알고리즘은 남녀가 짝을 찾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검색처럼 바꿔버렸다"면서 "화면을 쓸어넘기며 끝없이 나타나는 후보들을 보다 보면 사람들은 오히려 누구도 선택하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소수 매력적인 사람에게만 관심이 쏠리면서 평범한 사람들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기회조차 얻기 힘들어졌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면서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졌고 결국 가장 매력적인 집단조차 제대로 된 만남을 갖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극적인 영상 매체에 무방비로 노출된 젊은 세대 뇌는 온라인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변하고 있다"면서 "가상 세계가 주는 무제한적 쾌락 탓에 사람들은 진짜 현실에서 타인과 체온을 나눌 때 느끼는 섬세한 감정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게 됐다. 직접 만나서 몸을 부대끼고 감정을 교류하던 자리를 이제는 스마트폰 속 프로필 사진을 고르는 행위가 대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감정 마찰 없애는 AI, 대면 관계를 대체하다
인공지능(AI) 동반자는 현실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사용자가 좋아하는 목소리 톤·외모·심리 상태에 완벽하게 맞춰주는 맞춤형 가상 연인 서비스가 현재 영미권을 중심으로 10여개 이상 운영 중이다.
AI 동반자는 갈등 없는 완벽한 맞춤형 관계로 현실 연애의 피로감을 대체하며 현대인을 고립시킨다. 여기에 일상 속 환경 호르몬과 하수 처리가 안 된 의약품 성분은 인체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해 생물학적 번식 본능마저 감퇴시킨다. 결국 기술적 편의와 화학적 오염이 결합해 인류의 현실적 유대와 생식 능력을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AI 친구 만들기 앱 화면 /레플리카
AI의 가장 큰 무기는 사람을 직접 만날 때 생기는 피곤한 갈등·불확실성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AI는 사용자 지시에 즉각 반응하고 어떤 불만도 제기하지 않는다. 때문에 복잡한 감정 소모·갈등 해결이 필요한 현실 연애는 우리 뇌에 너무 피곤하고 비효율적인 일로 인식된다.
감정싸움이 없는 편안한 가상 세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갈수록 현실 연애를 피하게 된다. 완벽하게 통제되는 AI와 결점이 있는 현실 사람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 결국 누군가와 직접 관계를 맺는 일 자체가 현대인에게는 큰 감정적 부담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브리검영대(Brigham Young University) 휘틀리 연구소가 2025년 발표한 보고서 <Counterfeit Connections: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Emerging Crisis of Human Relationships>에 따르면, AI 동반자와의 상호작용은 인간 연애와 유사한 도파민 반응을 유발하며 일방향 정서적 애착을 빠르게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관계가 실제 인간 관계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스위스 취리히대(University of Zurich)와 공동 연구진이 2026년 발표한 논문 <It’s Her! Investigating Relationship Development with Social AI Chatbots>에서는 AI 챗봇의 ‘인간 유사성’과 ‘즉각적 반응성’이 강할수록 사용자 정서적 애착이 급격히 증가하며 실제 인간 관계 대신 AI와의 관계가 일상 속 상호작용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미국 카네기멜론대·스탠퍼드대 공동 연구진이 2025년 발표한 <The Rise of AI Companions: How Human-Chatbot Relationships Influence Well-Being> 연구에서는 AI와의 관계에 몰입할수록 현실 인간 관계 만족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고, 특히 사회적 연결망이 약한 집단일수록 AI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이들 연구는 공통적으로 AI 관계가 즉각 반응·갈등 없음·높은 통제 가능성이라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인간의 보상 체계를 빠르게 장악하고, 그 결과 현실 연애를 더 피곤하고 비효율적인 선택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사람과의 관계보다 인공지능을 통한 관계에 익숙해진 현대인 상상 이미지 /챗GPT 제작 이미지
일상을 덮친 환경 호르몬, 내분비계를 망가뜨리다
사람들이 직접 만나는 것을 꺼리는 현상을 기술 발달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우리 주변 생태계에 퍼진 치명적 호르몬 교란 물질(환경 호르몬)도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든 각종 화학 물질은 인간 신경망·호르몬 분비 체계를 근본적으로 망가뜨리고 있다.
사람들이 흔히 먹는 항우울제·피임약 성분은 하수 처리 시설로도 완전히 걸러지지 않은 채 자연으로 흘러 들어간다.
국제 학술지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은 강과 바다의 물고기들이 집단으로 암컷으로 변하거나 짝짓기 방식이 비정상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했다. 인간이 배출한 환경 독소가 자연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악순환이 확인된 것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에 과하게 노출되면 동물 생식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바뀐다. <국제 분자 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따르면 콩(Soybean) 성분이 수컷 뱀장어 성별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원숭이 대상 실험에서도 이 성분이 몸에 들어간 뒤 무리에서 고립되거나 비정상적으로 공격성이 커지는 모습이 관찰됐다. 특히 아기들이 먹는 콩 원료 분유가 환경 호르몬이 녹아 나올 수 있는 플라스틱 젖병에 담겨 공급된다는 사실은 발달 초기부터 아이들 몸에 위험 물질이 쌓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상 속 환경 호르몬과 하수 처리가 안 된 의약품 성분은 인체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해 생물학적 번식 본능마저 감퇴시킨다. 결국 기술적 편의와 화학적 오염이 결합해 인류의 현실적 유대와 생식 능력을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비가시적 독소의 저주
영수증·플라스틱 용기 등에서 나오는 환경 호르몬인 비스페놀A(BPA) 위협은 더욱 치명적이다. 데브라 소의 <섹스팅션: 섹스의 쇠퇴와 친밀감의 미래>에 따르면 체내로 들어온 BPA는 몸속에서 여성 호르몬처럼 작용하며 세대를 거쳐 유전적 영향을 미친다.
화학 물질에 직접 노출된 당사자뿐만 아니라 2세대·3세대 후손에 이르기까지 가임력이 계속해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무척 충격적이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데이비드 크루즈 교수와 워싱턴 주립대학교 마이클 스키너 교수팀은 환경 호르몬의 '세대 간 전이'를 입증한 연구에 따르면 환경 호르몬은 장기적으로 인류가 자손을 낳을 능력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 세대를 거듭하며 혈관에 쌓이는 화학 물질이 인류 고유의 짝짓기 본능마저 서서히 메말라가게 하는 것이다.
기술과 환경, 두 가지 덫에 갇힌 인류
데이비드 크루즈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기술이 사람들을 촘촘하게 연결해 준다는 믿음과 달리 오히려 우리를 철저히 혼자로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은 스마트폰 화면 속 자극적 영상이나 일방적 소통에 잘못 소비되고 있다"면서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를 거스르는 행동이 쌓이면 결국 이전보다 10배 이상 더 큰 외로움·심리적 압박감으로 돌아온다. 서로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들으며 체온을 나누는 직접적 만남이 사라진다는 것은 인류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는 뜻"이라고 제언했다.
환경 호르몬과 기술 만능주의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이중의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스페놀A(BPA)는 체내에서 호르몬계를 교란하며 후손의 가임력까지 파괴하는 '세대 간 전이'를 일으킨다. 동시에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본능적 유대감을 차단해 심리적 고립을 심화시킨다. 결국 인류는 생물학적·사회적 존립 기반을 동시에 잃어가는 위기에 직면했다. /구글 제미나이 캔바스 제작 이미지
오늘날 인류는 비현실적 온라인 세상의 기준과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 호르몬이라는 이중의 덫에 갇혀버렸다. 소셜미디어가 사람 눈높이를 비현실적으로 높여놓는 동안 환경 호르몬은 우리 몸의 생식 능력을 근본적으로 망가뜨렸다.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사람들이 직접 만나고 교류하는 횟수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망은 오히려 옅어지고 있다. 현실을 피해 디지털 화면 속으로 숨어버린 인류는 여전히 치명적 환경 호르몬 위협 한가운데 놓여 있다. 문명은 눈부시게 발전하지만 사람들은 갈수록 더 철저히 고립되는 지금, 편리함을 위해 만든 파생 기술이 오히려 인류 생존 본능과 신경계를 망가뜨리고 있는 이 역설적 상황을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성적 멸종= 데이팅 앱 등 디지털 매체 포화와 일상 속 호르몬 교란 물질이 겹치면서 사람들이 직접 만나 교류하는 빈도가 줄고 인류 재생산 구조 자체가 위협받는 현상을 뜻한다.
☞내분비계 교란 물질= 생물체에 흡수돼 호르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화학 물질이다. 영수증이나 플라스틱에 쓰이는 비스페놀A(BPA)가 대표적이며 생식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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