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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글로벌AI, 아날로그 저물다] 선광 시인, 계곡에 내려놓다

글로벌 AI가 세계를 장악하는 지금, 코드와 로직이 없어도 피어날 수 있는 그것, AI는 아직 갖지 못한 그것을 시인은 노적봉에 올라 쫓고 있다. 선광(本名金鐘國) 시인은 2022년 문예지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첨단 자본...

[글로벌AI, 아날로그 저물다] 선광 시인, 계곡에 내려놓다

<들어가는 글>

퇴근길 교통지옥, 경적과 분노가 여기저기 튀어 나온다.

그때 시인은 오래전 스승과의 만남을 떠올린다.

그는 우리 존재가 길가에 핀 한 포기 풀과 같다고 했다.

길가에 풀, 들판의 꽃은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이 없다.

잘난 체, 못난 체 할 필요도 없어 그저 주어진 여건대로 살아간다.

애당초 잘났네 못났네 욕하고 싸우질 않는다.

그는 일어나지 않은 일, 일어 난 일, 일어 날 일에 대한 머리 속 영상도 돌리지 않는다.

영상을 돌리지 않으니 회환과 분노, 불안이 엄습하지 않는다.

삶이, 생명이 원래부터 특별하지 않았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안다.

우리 위에 1천억 인류의 시체가 쌓여 있고, 80억 인류가 지금 숨 쉬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우리도 곧 갈 것(死)을 너무 잘 알기에, 삶에 큰 의미 부여나 해석의 강박에서 벗어나 있다.

그저 존재하면서 들풀처럼 만물과 열어 놓고 닿는다.

그렇다고 체념이나 포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존재로만 존재를 100% 채운다.

글로벌 AI가 세계를 장악하는 지금, 코드와 로직이 없어도 피어날 수 있는 그것, AI는 아직 갖지 못한 그것을 시인은 노적봉에 올라 쫓고 있다. 선광(本名金鐘國) 시인은 2022년 문예지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첨단 자본 속 고(苦)의 관점에서 물질과 정신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퇴근길 교통체증. /=善光

<계곡에 내려놓다>

-선광-

이번 인연은 다했다 벗이여

여기까지 하자 벗이여

이제 소환은 멈추고 깊은 계곡으로 향하자

골짜기 안쪽

깊은 사연 두 손에 모아 내려놓자

다음 인연에선 처음처럼 신실히

너두 참 고생 많았다

다음 육도윤회에선 도회지 말고

귀어귀촌해 막걸리 한 잔 걸쳐 놓자

먼저 내려간다 벗이여

너무 힘들어 하지 마라

상처 준 언행 있었다면

저간의 진심으로 오버랩해다오

그래, 체념과 냉소의 세계를 맴돈

내가 틀렸다 벗이여

굿바이 친구여

(*오버랩 : 한 화면에 다른 영상을 겹쳐 먼저 화면이 서서히 사라지게 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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