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사진) 일본은행(BOJ) 총재가 물가가 더 이상 상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금리 인상을 이어갈 방침을 거듭 밝혔습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전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2%에 근접했고, 이 이상 오르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우에다 총재는 9월 금리 인상 이후에도 금융 환경이 완화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정책금리 인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8월 3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났던 우에다 총재는 이와 관련해 그 이후로 “특별히 소통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당시 베선트 장관은 우에다 총재를 만나 일본 엔화 가치가 저평가돼있다며 이에 대한 일본의 단호한 조치를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죠.
이 밖에도 우에다 총재는 원유 가격 상승,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 엔화 약세 등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중립 금리와 관련해서는 “확실히 그 부근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이 누적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보면서 판단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정책금리를 연 1.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다음 금융정책결정회의는 29∼30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달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그다음인 오는 12월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지가 주목된다고 닛케이는 전했습니다.
한편, 에린 브라운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같은 날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밝힌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일본에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5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임시국회 소신 표명 연설에서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강조하며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죠. 이에 대해 브라운 차관은 “우리는 총리를 높이 평가하며, 총리와 일본 정부에 강한 신뢰를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닛케이는 이 같은 브라운 차관의 발언을 그간 일본의 완화적인 통화·재정 정책 기조를 우려해온 미국 당국과의 마찰이 수습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달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베선트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정부에 리플레이션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밝힌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미일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에게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등 일본의 완화 기조 중단을 압박해왔습니다.
브라운 차관은 베선트 장관의 리플레이션 발언이 “일본은행에 뭔가 금융정책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본은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으로, 일본 엔화의 안정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엔화 약세가 다시 진행될 경우 추가 외환시장 공동 개입 가능성에 대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과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엔화 가치 안정을 위해 일본 정부와 시장에 공동으로 개입할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죠.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정부는 엔화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대거 투매하게 됩니다. 시장에 미 국채 매물이 쏟아지면 국채 가격 폭락(금리 급등)으로 이어집니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미국의 시중 주택담보대출, 기업 대출 금리가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미 연방정부도 천문학적 재정 적자에 따른 이자 부담이 급증하게 됩니다. 이게 미국이 일본의 완화적인 통화·재정 정책 기조를 우려해온 이유입니다. 그런데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엔화 가치가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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