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PwC가 18일 개최한 ‘AI 공급망과 2026년 M&A 시장 전망’ 세미나. (사진=중기이코노미)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2025년 ‘메가딜 중심 회복’ 흐름이 뚜렷해진 가운데, 2026년에는 거래 규모보다 자본 배분전략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경수 삼일PwC M&A센터장은 삼일PwC가 최근 개최한 ‘AI 공급망과 2026년 M&A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AI를 중심으로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2026년에는 대형 거래 중심의 양극화와 자본배분 전략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5년 M&A 시장…거래 규모가 본질 바꿨다”
정 센터장은 2025년 M&A 시장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메가딜 중심 회복’을 제시했다. 글로벌 시장은 2023년을 저점으로 점진적인 회복세에 진입했지만, 회복의 양상은 과거와 달랐다. 거래건수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50억달러 이상 대형 거래가 급증하면서 전체 거래금액이 전년 대비 약 36% 증가한 것이다.
국내 시장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거래건수는 감소했지만 대형 거래가 늘어나며 전체 거래금액은 약 20% 확대됐다. 이는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기보다는, 구조적으로 ‘소수의 대형 거래가 시장을 견인하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 센터장은 “2025년 M&A 시장의 본질은 거래가 많았던 시장이 아니라, 거래 규모가 커진 시장”이라며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향후 전략 수립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AI·금융환경·국가개입…M&A를 움직이는 3대 동인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최근 M&A 시장이 다시 움직이는 배경에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 번째는 AI 대전환이다. AI는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에 적용되는 범용 기술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최대 8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글로벌 M&A 시장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향후 기업 간 결합과 투자 확대를 촉진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조달 환경의 완화다.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조와 함께 사모 크레딧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통 금융기관 외에도 다양한 자금 공급원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대형 거래를 추진할 수 있는 재무적 기반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세 번째는 국가 자본주의의 확산이다. 각국 정부가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면서 시장에 대한 개입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역시 AI, 반도체, 바이오, 방산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정책자금과 제도적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M&A 시장은 구조적 재편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AI 투자 슈퍼사이클’과 ‘양극화’…M&A 시장의 두 축
정 센터장은 현재 M&A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테마로 ‘AI 투자 슈퍼사이클’과 ‘K-커브(양극화)’를 제시했다.
AI는 이미 M&A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기준 AI 투자 규모는 2023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M&A 거래 중 약 3분의 1이 AI를 전략적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테크, 제조, 전력·유틸리티 산업에서 AI 관련 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기업들은 AI 역량 확보를 위해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인수합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시에 시장의 양극화도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메가딜이 전체 거래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기준 약 39%까지 상승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 거래는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이어지며 회복 속도가 제한적이다.
특히 AI와 데이터,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테크, 금융, 제조, 제약, 전력·유틸리티 등의 산업에 메가딜이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M&A 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산업과 대형 거래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전망…“거래량보다 자본 배분이 중요해진다”
정 센터장은 올해도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은 운영비 증가와 동시에 대규모 투자 부담을 떠안게 되고, 이에 따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핵심 경영과제로 부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 카브아웃(Carve-out), 전략적 제휴 등 구조 재편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제한된 자원을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융복합이 가속화되고, AI 밸류체인 전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결국 2026년 M&A 시장은 ‘얼마나 많이 거래하느냐’보다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전략…“AI 중심 확장과 리밸런싱 병행해야”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M&A 전략 역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정 센터장은 우선 AI 중심의 전략적 확장을 강조했다. 전력, 데이터센터, 반도체, 소프트웨어로 이어지는 AI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한 투자와 인수합병이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로보틱스, 디지털 헬스, 모빌리티, 콘텐츠 등 AI 생태계와 연계된 신성장 분야로의 진출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저수익·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그룹 차원의 구조 개편과 통합형 M&A를 통해 사업 구조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소형 거래 회복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형 거래 실행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 사모펀드, 정책 자본이 결합된 컨소시엄 기반 거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정 센터장은 “AI 대전환과 대형 거래 중심의 구조 속에서 M&A 시장은 이미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며 “지금은 관망이 아니라 전략적 준비와 선제적 실행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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