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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들만 아는 비밀리스트 〈2〉 편의점 사장이 피하는 손님

■ 본사는 모른다, 그러나 현장은 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점주들끼리 운영하는 익명 커뮤니티다. 특정 손님 유형이 올라오면 댓글이 쏟아진다. "저도요." "우리...

그들만 아는 비밀리스트 〈2〉 편의점 사장이 피하는 손님

박철성 기자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 그들만 아는 비밀리스트 〈2〉 편의점 사장이 피하는 손님

■ "또 왔다" 점주만 아는 그 얼굴, 5만5천 매장의 공통된 기억

■ 팔수록 손해 나는 사람들… 본사는 모른다, 그러나 점주는 기억한다

"또 왔다."

점주만 안다.

그 얼굴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을.

웃으며 맞는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다.

오늘도 뭔가 생긴다는 것을.

대한민국 편의점은 5만5,000개가 넘는다.

그 매장마다 웃는 얼굴의 점주가 있다.

그리고 그 웃음 뒤에는

절대 말하지 않는 리스트가 있다.

본사는 모른다.

그러나 점주는 기억한다.

▲“팔수록 손해다… 점주들이 말 못하는 손님들”

“또 왔다.”

점주가 먼저 기억하는 얼굴, 매장은 이미 대응을 시작한다.

고객은 왕이다.

다만 그 왕의 비용은 점주가 낸다. 일러스트=AI생성

■ 영수증 전문가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

자정이 넘은 시각, 40대 남성이 들어왔다.

캔맥주 두 개를 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점주 A씨(51·남)는 계산을 하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단골이었다.

그러나 반가운 단골은 아니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7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B씨(58·여).

그가 가장 피하는 손님 유형은 이른바 '영수증 전문가'다.

물건을 사고 나간 뒤 반드시 돌아온다.

"이거 1+1 아니었나요."

"어제 가격이랑 다른데요."

"행사 상품인데 왜 정가 찍혔어요."

틀린 말이 아닐 때도 있다.

문제는 반복이다.

"100원 차이로 세 번 오는 분이 있어요.

설명하고 환불하면 30분이 지나갑니다.

그 시간에 다른 손님 열 명을 받을 수 있는데."

지난해 여름, B씨는 그 얼굴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잠깐 창고로 피했다.

알바 직원이 혼자 응대했다.

그날도 20분이 걸렸다.

팔았지만 남는 게 없다.

■ 본사 신고형

인천 부평구의 한 편의점.

유통기한 하루 지난 상품 하나.

손님 D씨(30대 추정·남)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본사 고객센터를 찾았다.

점주 C씨(44·남)는 즉시 사과하고 교환을 제안했다.

돌아온 말은 하나였다.

"이미 신고했습니다."

본사 조사가 나왔다.

시말서를 썼다.

인센티브 일부가 깎였다.

"유통기한 관리 잘못한 건 제 잘못이에요. 그건 인정합니다.

근데 그 손님은 그 뒤로도 세 번 더 왔어요.

올 때마다 뭔가 찾아요.

이제 그분 얼굴 보이면 직원들이 먼저 긴장해요."

그 손님은 손님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 됐다.

■ 체류형 손님

서울 관악구, 고시촌 인근.

점주 E씨(39·여)의 매장에는 '체류형 손님'이 있다.

음료 하나를 산다.

그리고 두 시간을 앉아 있다.

콘센트를 찾고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을 펼친다.

편의점은 카페가 아니다.

회전율이 수익이다.

"한 자리를 두 시간 차지하면

그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매출이 사라지는 거예요."

점주는 정중하게 요청했다.

두 번은 통했다.

세 번째는 항의로 돌아왔다.

"손님 차별입니까."

그 뒤로 E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 반품 연속 사용자

경기 성남시의 점주 F씨(47·남).

삼각김밥, 컵라면, 음료.

사고 나간 뒤 다시 돌아온다.

"맛이 이상하다."

"뚜껑이 찢어져 있었다."

환불은 가능하다.

문제는 횟수다.

한 달 동안 다섯 번.

제품 이상이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

반품은 본사 시스템으로 올라간다.

횟수가 쌓이면 불이익은 점주에게 온다.

"그분이 오시면 솔직히 아무것도 팔기가 싫어요."

F씨는 그 얼굴을 외웠다.

이제 그가 들어오면 카운터를 직접 지킨다.

팔수록 손해가 된다.

거절할 수 없을 때, 리스트는 생긴다.

■ 그 외 점주들이 꼽은 유형들

잔돈 확인형도 있다.

거스름돈을 받고 나서 반드시 손가락으로 한 장씩 센다.

뒤에 줄이 밀려도 개의치 않는다.

G씨(54·남)는 말한다.

"한 번도 틀린 적 없어요.

그래도 매번 세요.

이제 그분 오면 미리 딱 맞춰서 드려요."

유통기한 전수조사형도 있다.

뭔가 사러 온 게 아니라 점검하러 온 것 같은 손님.

냉장고 맨 뒤 제품을 꺼내 날짜 보고 다시 넣고, 또 꺼내고.

정작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이건 차라리 낫다."

점주들의 중론이다.

■ 본사는 모른다, 그러나 현장은 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점주들끼리 운영하는 익명 커뮤니티다.

특정 손님 유형이 올라오면

댓글이 쏟아진다.

"저도요."

"우리 매장에도 있습니다."

본사는 존재조차 모르는 공간이다.

그러나 거기서 비공식 블랙리스트는 매일 업데이트된다.

이 취재에 응한 점주 다섯 명 모두

한 가지를 공통으로 요청했다.

"제발 본사가 모르게 해주세요."

편의점 본사와 점주의 관계는 명확하다.

매뉴얼은 본사가 만든다.

비용은 점주가 낸다.

그래서 점주는 말하지 않는다.

피한다.

웃으면서 응대하고

속으로 기억한다.

얼굴을 외우고

패턴을 쌓고

피하는 방법을 만든다.

기록은 없다.

그러나 리스트는 남는다.

전국 5만5,000개 매장.

그 매장마다 웃는 얼굴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리스트가 있다.

고객은 왕이다.

그 문장은 맞다.

다만 그 왕의 비용을

누가 내는지는 쓰여 있지 않다.

과연 당신은 어떤 손님일까?

※ 다음 편에서는 배달기사들이 절대 말하지 않는 '기피 주소'의 실체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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