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섭 한양대 특임교수 / 법무법인YK 고문
“규제의 벽을 걷어내는 규제 개혁 장관이 되겠습니다.”
지난달 취임한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취임 일성이다. 기업의 새로운 시도를 막고 성장판을 짓눌러온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다양한 규제로 발목이 잡혀온 기업들에는 반가운 일이다.
혁신적인 기술·서비스를 개발하고도 규제 때문에 시장 진입에 실패하고 좌절한 기업이 많다.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던 타다가 그랬고, 부동산 조각투자 유통 기업인 루센트블록도 비슷한 사례다. 규제 신설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거나 적용 기준·제도 부족으로 사업의 첫발조차 떼기 어려웠던 경우다. 특히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들에는 제도적 장벽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기술을 시험하고 시장성을 검증할 지역적 환경 조성은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2019년 지역 혁신을 뒷받침할 규제 프리존(Free Zone) 개념의 규제자유특구 도입은 그 신호탄이 됐다. 제도 도입 후 7년간 비수도권에 57개 특구가 지정돼 지역 전략산업에 규제특례를 통해 신기술·신사업의 현장 실증을 지원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규제특구 기업들의 매출이나 고용, 투자 유치 등 가시적인 경제 성과는 부진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신기술의 경우 실증 이후 관련 법령의 정비와 함께 인증, 양산, 시장 진입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의 실적보다 장기간에 걸쳐 도출되는 성과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제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다음으로 규제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흔히 규제 혁신이라 하면 불합리한 규제의 철폐를 떠올리지만 신기술·신사업은 적용할 법령·기준이 없어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따라서 규제특구는 당면한 규제 완화뿐 아니라 실증 결과를 토대로 안전 기준이나 가이드라인 제정 등 ‘착한 규제’의 역할도 함께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규제 소관 중앙부처의 인식 개선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지역에서는 중요도가 높은 신기술·신사업이지만 안전성이나 이해관계 충돌 우려 등으로 실증특례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신중한 접근은 필요하지만 단순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의 새로운 시도를 막거나 과도한 조건을 부여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특구 지정 초기부터 소관 부처와 함께 실증 요건과 제도 정비 방향을 정하고 새로운 기준 마련으로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증 단계에 적용되던 규제 지원이 사업 종료 후 중단되는 이른바 ‘규제 절벽’ 문제도 해결할 과제다. 기술 안전성을 확인했더라도 법령 정비가 지연되거나 자금과 판로가 부족하면 사업화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투자 유치와 공공 구매, 해외 진출 등 후속 지원을 연계해 신사업이 제대로 시장에 안착하도록 살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산업 생태계와 긴밀한 연계를 빼놓을 수 없다. 특구가 특정 지역에 한정되다 보니 구역 외부에 있는 앵커 기업이나 대학·연구기관 등과 다양한 협력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특구 구역을 광역권·글로벌 연계 등으로 확장해 공동 연구개발(R&D), 실증, 사업화가 연결된다면 지역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현지에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
올해로 일곱 살을 맞은 규제특구, 수많은 규제 샌드박스 중 유일하게 지역 개념이 적용돼 글로벌·광역 연계형으로 발전했지만 양적 규제 해소보다 신산업 기반 조성을 중심으로 성과를 돌아볼 때다. 규제는 혁신의 걸림돌이자 신산업의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규제특구가 활력이 저하되는 지역에 새로운 혁신 성장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