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책임 공방 본격화
재판부, 대법원·검찰 기록 확보···국민연금 손해·이재용 책임 쟁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사진=연합뉴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부당승계 의혹’이 민사 법정에서 다시 다뤄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합병 관련 형사 사건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은 가운데, 국민연금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합병으로 인한 기금 손해 발생 여부와 경영진의 민사 책임을 따지는 판단이 이뤄질 전망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는 국민연금공단이 이 회장과 삼성물산 법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오는 19일 연다.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리한 합병 비율로 손해를 입었다며 2024년 9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가 넘는 최대 주주였지만 제일모직 1주 대 삼성물산 0.35주의 합병 비율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이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보유 지분 가치가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
사건은 당초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에 배당됐다가 재배당을 거쳐 민사21부에서 심리가 진행중이다. 소 제기 이후 주소보정과 소장 송달 등 절차가 진행됐고, 지난해 11월부터 피고 측 답변서가 제출되며 서면 공방이 본격 시작됐다. 재판부 재배당 이슈 등으로 기일이 변경되기도 했다.
이 기간 형사 사건 기록 확보 절차도 진행됐다. 원고 측은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고, 법원은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기록관리과에 관련 기록 송부를 요청했다. 삼성 합병 형사 사건 관련 자료를 민사 재판에서 참고하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국민연금의 실제 손해 발생 여부와 피고들의 책임 범위다. 형사 재판에서는 합병 과정에서의 시세조종과 회계부정 등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이 회장이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다만 형사 재판이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한 절차였다면 민사 재판에서는 국민연금 손실과 인과관계, 책임 범위를 별도로 따지게 된다.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외부 영향이 있었는지 여부도 재판에서 다시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각각 징역형이 확정된 바 있다.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분쟁은 국내 재판뿐 아니라 국제 투자 분쟁으로도 이어졌다.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분쟁(ISDS)을 제기했고, 국제중재재판소는 정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해 배상을 명령했다. 또 다른 투자자인 엘리엇 역시 같은 합병을 문제 삼아 ISDS를 제기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소 제기 당시 청구 금액을 5억100만원으로 설정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감정을 통해 손해액을 산정한 뒤 청구 금액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과거 국회 보고에서 합병으로 인한 손실 규모를 약 6815억원 수준으로 추정한 바 있다.
반면 이 회장과 삼성물산 측은 당시 합병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와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합병 과정의 위법성이 형사 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와 이 회장 개인 책임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주요 방어 논리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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