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시설 광주 유치 본궤도…역량 결집이 성패 가른다
역사박물관 광주관 건립 가시화…입지 확정 사업 우선순위 확보가 관건
국회도서관, 후보지 옛 보훈병원·송암공단 중 남구 내 의견 조율 시급
현대미술관 분관 전국 지자체 경쟁 치열…국가문화 거점 전략 제시해야
2026년 10월 25일(일) 19:17
전남광주시청.<전남광주시 제공>
전남광주시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국회도서관 등 3대 국립문화시설 유치를 위한 중대 분기점을 맞았다.
정부의 국립문화시설 확충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그동안 지역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온 대형 문화시설의 유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중심도시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3대 문화기관 유치를 위해 전남광주시는 물론 지역 정치권이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5일 지역 정치권과 문화계 등에 따르면 광주가 추진하는 3대 국립문화시설은 사업별로 정부 정책 반영 여부와 추진 단계가 달라 각각 차별화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신속한 입지 확정으로 정부의 건립 우선순위를 확보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전국 경쟁에서 호남권 문화거점으로서의 차별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국회도서관은 지역 내 후보지 조율을 통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단일한 추진 방향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유치에 청신호가 켜진 시설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주관이다.
정부가 검토하는 지역 분관 가운데 광주가 민주역사관 건립 대상지로 포함된 만큼 실제 사업을 얼마나 빨리 추진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광주와 함께 구미, 경주 등에 지역 특성을 반영한 박물관 분관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국가 재정투자 과정에서 어느 지역의 사업을 먼저 추진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한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중심지라는 역사적 상징성과 기존 민주·인권시설의 집적 효과를 내세워 사업의 시급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건립 순서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입지 합의와 사업 추진 여건 확보가 중요하다.
현재 서구 상무지구를 중심으로 후보지가 검토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 정치권에서는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문제는 옛 교도소 부지가 2019년 기획재정부의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 대상지로 지정됐으며, 아직 공식적인 사업 제외 결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도사업 제외가 쉽지 않은 이유는 해당 부지가 국가 소유인 데다 이미 정부 심의를 거쳐 개발계획까지 승인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존 계획을 철회하거나 전면 변경하려면 국유재산 관리와 개발 방식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
자칫 추가 후보지 검토 자체보다 행정적 실현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입지 논의가 장기화할 경우 사업 추진에 필요한 지역 합의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의 검토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역 정치권이 조기에 현실적인 입지를 정리하고 사업 추진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의 경우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달리 광주 건립이 사실상 정해진 단계가 아니어서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경기 고양과 인천, 강원 원주, 전북 전주·부안·진안 등 여러 지역에서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나 지역 거점 미술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광주는 비엔날레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비롯한 문화예술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한 국립미술관 분관을 넘어 호남권 전체의 미술작품 수집·보존·연구·전시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 문화거점이라는 구체적인 발전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건립 후보지의 건축 제약과 접근성 문제 등을 해결하고 시설 운영의 실효성까지 입증해야 하는 것은 과제다.
국회도서관 광주분관 역시 지역 내 의견 조율이 선결중요한 시점이다.
현재 남구에서는 옛 보훈병원 부지를 선호하는 지역 정치권 및 유치추진위원회와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대체 부지를 검토하는 자치구 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옛 보훈병원 부지는 자산가치가 1000억원 상당으로 평가되지만 국회사무처가 검토하는 토지보상비는 50억원 수준이어서 부지 제공 방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남구 공무원노조까지 사실상 무상 제공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6일 주민토론회에서 후보지 지지자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21일 남구와 지역 정치권이 협의를 재개하면서 조정 가능성도 열렸다.
다만 남구에서 단일 후보지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다른 자치구와의 유치 경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광주가 추진하는 3대 국립문화시설은 각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르지만 지역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전문가는 “국립문화시설은 특정 자치구의 성과를 넘어 광주 전체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국가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의 검토 절차가 속도를 내는 지금이야말로 지역 정치권과 행정기관, 문화계가 개별적인 유치 경쟁보다 공동의 목표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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