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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가안보 핵심축 부상···농업은 이미 전쟁터

또한 전술한 농업법안은 미국 빅테크기업의 농업 진입 허용, 농업기술 표준·가이드라인 설정의 기업 위임 등 빅테크기업 지향의 파격적인 변화도 담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2025년 9월, 22대 국회에서는 농업을...

국가안보 핵심축 부상···농업은 이미 전쟁터

[한국농어민신문]

트럼프, 국가안보급 전략자산으로 격상

농업 중심 글로벌 영향력 생태계 구축 속도

지지부진 우리나라, 이대로 있을 때 아냐

트럼프 2기 미국 농업의 위상변화가 심상치 않다. 미국에서 농업은 국가 중추산업이고, 농무부(USDA, 한국의 농식품부)는 링컨 시절부터 국민의 부처로 인식되어 왔다. 시대별 공식명칭과 무관하게, 통칭하여 ‘농장법(Farm Bill)’이라고 불리는 법은 농민지원, 농촌개발, 식품지원, 환경보전 등 미국 농업·농촌을 위한 대표적인 패키지 법이다. 그런데 2026년 3월 5일, 미국 하원 농업위원회는 새로운 농업법안을 가결했다. 공식명칭은 ‘농장·식품·국가안보법(Farm, Food, and National Security Act of 2026)’. 미국의 농업 입법 사상 처음으로 ‘국가안보’라는 단어가 법안명에 포함된 순간이다. 식량안보가 아니라 무려 국가안보다. 농업을 둘러싼 예산 우선순위, 부처간 권한 배분과 협력구도, 외교협상의 지렛대 모두가 바뀌는 신호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농업은 먹거리 생산수단을 넘어 국방·지정학 도구로의 대전환을 맞게 된다.

사실 이 농업법안은 농업을 국가 전략자산이자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격상시킨 최근 조치일 뿐이다. 일련의 움직임은 이미 8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첫 발걸음은 2025년 7월, 미국 농무부 장관이 국방부·법무부·국토안보부 장관들과 함께 초부처협력전략인 ‘국가 농업안보 실행계획’(National Farm Security Action Plan)을 발표한 순간이다. 미국 농지 보호, 공급망 회복력, 영양 안전망 보호, R&D 방어, America First, 동식물 방역, 농업·식품 인프라 보호의 7대 기둥(pillars)을 위한 초부처 국가안보 프레임을 공표한 것이다. 외국인(특히 적대국)의 미국 농지 매입 제한,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연계한 농업기술 연구개발, 농업 바이오테러 대응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농업을 국방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어 2026년 2월, 농무부-국방부 양해각서(MOU) 체결에 따라 우주·반도체·군사기술 등을 다루던 국방고등연구계획국과 농업연구자 간의 공식적 연구파트너십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이 지금의 인터넷, GPS, 자율주행기술 등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연구파트너십이 가지는 의미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전술한 농업법안은 미국 빅테크기업의 농업 진입 허용, 농업기술 표준·가이드라인 설정의 기업 위임 등 빅테크기업 지향의 파격적인 변화도 담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2025년 9월, 22대 국회에서는 농업을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인식하는 기본이념을 담아 2개 법안(식량안보법안, 식량안보 기본법안)이 발의되었다. 아직 국회 상임위 문턱은 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농식품부는 2026년 연내 통과를 목표로 정부제출 방식으로 식량안보법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가안보, 전략산업이 수사로 사용되었을 뿐, 결국은 식량안보가 핵심이고 생산성, 수급 균형, 가격 안정 등 농정현안대응이 주된 요지라는 것이다. 부처간 협력체계,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언급하고 있지만 예산 칸막이, 부처 책임·권한·주도권 논쟁이 매년 반복되는 정책적 경직성 하에서 농업이 국가안보급 전략자산으로 격상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방부·국토부·외교부·산업부 등과의 협력의무조항을 법에 명문화하는 것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대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처럼 한국도 농업과학기술에 첨단제조, 국방, 우주 등 타분야 고도 혁신역량을 결합·결집하는 농업R&D 확대거버넌스 구축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쉽게 말하면 농업현장애로 해결과 미래대응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농식품부·농진청에 모든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지 말고, 타부처 또는 빅테크·딥테크기업을 농업 기술혁신의 원천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처간 협력이 다부처패키지사업 형태에 고착되고 예산 칸막이, 조직 칸막이, 공공·민간 칸막이 논리가 어떤 예외도 없이 지속되는 한, 이미 시작된 글로벌 농업 전쟁터에서 우리는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미 농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영향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입각한 농업 보호를 위해 방어전략(국가안보), 공세전략(무역패권), 실리원조전략(ODA), 미래전략(기술혁신) 등 전방위적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그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한국이 농산물(곡물) 수입의 80%를 의존하는 미국·중국이 농업을 국가안보로 취급하는 순간, 앞으로 닥칠 위협은 참으로 상상하기 불편하다.

농업은 숨겨진 국가 전략자산이다. 평시에는 백약무효의 비용처럼 보여도, 위기 시에 농업은 강력한 창과 방패가 된다. 미국은 농업을 국가안보라는 언어로 재정의하고 제도화하는데 이미 8개월을 소요했고, 곧 강력한 창과 방패를 만들어낼 것이다. 방향은 같아도 속도가 다르면 전략이 다른 것이고 결과도 달라진다. 아직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한국 농업과 식량안보, 그리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 국가안보. 우리의 속도와 전략에 대한 진지한 고민, 그리고 관점의 확장과 발상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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