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수주잔액 4600억달러
AI 투자 1900억달러까지 확대
메타·앤스로픽은 외부자본 의존
블랙록 TCPC 가치평가 조사 직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깁스에 응원 사인을 하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SNS
구글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서 메타·앤스로픽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메타와 앤스로픽이 사모펀드·사모대출·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AI 데이터센터와 서비스 확장에 나서는 반면, 구글은 클라우드 수주잔액과 자체 현금흐름, 회사채 발행 능력을 앞세워 정면 돌파하는 구조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의 클라우드 자신감도 이 숫자에서 나온다.
23일 빅테크업계 등에 따르면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1분기 200억달러 수준까지 뛰었고, 클라우드 수주잔액은 전분기 대비 거의 두 배인 4600억달러 규모로 불어났다. 알파벳은 2026년 자본지출 전망도 1800억~190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AI 인프라 투자를 단순한 미래 기대가 아니라 이미 쌓인 클라우드 수요와 현금흐름 위에서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미다.
구글의 구조는 메타·앤스로픽식 사모자본 의존 모델과 결이 다르다. 메타는 AI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해 사모자본 조달을 추진했고, 하이페리온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도 민간 신용·사모 구조가 동원됐다. 앤스로픽도 블랙스톤·헬만앤프리드먼·골드만삭스와 기업형 AI 서비스 회사를 띄우는 방식으로 월가 자본과 손잡았다. AI 인프라 경쟁이 기술 경쟁을 넘어 금융 구조 경쟁으로 번지는 흐름이다.
구글도 블랙스톤과 AI 클라우드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자금난을 메우기 위한 의존 구조라기보다 용량 확장용 파트너십에 가깝다. 구글은 TPU와 클라우드 고객, 자체 AI 서비스 수요를 갖고 있다. 모델도, 칩도, 고객도 없이 돈을 구하러 다니는 처지가 아니라, 이미 확보한 수요를 더 빨리 처리하기 위해 외부 자본을 일부 활용하는 구조다.
반대편에는 블랙록 TCPC 사태가 있다. 미 연방 검찰은 블랙록의 상장 사모대출 펀드인 TCP 캐피탈의 가치평가 관행을 들여다보고 있다. TCPC는 자산가치 하향 가능성을 알렸고, 순자산가치는 직전 분기 말 8.71달러에서 7.07달러로 떨어졌다. 비유동 자산을 내부 모델로 평가하는 사모대출 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난 장면이다.
구글의 AI 투자는 검색·광고·클라우드에서 나오는 현금흐름과 클라우드 수주잔액을 바탕으로 한다. 실패하면 과잉투자 비판을 받겠지만, 투자와 손익의 연결 경로는 비교적 직접적이다. 사모대출형 AI 인프라 투자는 연기금·보험사·사모펀드 자금을 모아 비유동 자산에 넣고, 내부 모델로 가치를 매기며, 미래 임대수익과 전력·데이터센터 수요를 장기 담보로 삼는다.
블랙록식 구조의 문제는 여기서 커진다. 사모대출 자산은 공개시장처럼 매일 가격이 찍히지 않는다. 내부 모델이 자산가치를 지탱하는 동안에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하향 조정이 시작되면 투자자 손실과 신뢰 훼손이 동시에 드러난다. TCPC의 순자산가치 하락과 검찰 조사는 AI 인프라 투자 전체가 아니라 사모대출식 가치평가 구조의 취약성을 겨냥한 경고에 가깝다.
헤르메스(Hermes), 오픈클로우(Openclaw) 등 에이전틱 AI 띄우기와 일부 일반인공지능(AGI) 선동도 여기에 맞물린다. 투자금을 끌어모아 거대한 AI 인프라를 짓기 위해서는 단순한 클라우드 수요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곧 인간 노동을 대체한다”, “에이전트가 기업 업무를 자동 처리한다”, “초지능 경쟁에서 뒤처지면 끝난다”는 서사가 필요하다. 기술 전망이 자금 조달 논리로 바뀌는 지점이다.
[기자수첩] 클로드 코드의 2만원 짜리 README는 지능일까?
구글의 에이전틱 AI팀을 맡고 있는 데미스 허사비스와 달리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지난 22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구글의 현주소를 솔직하게 밝혔다. 에이전틱 코딩 영역에서 “우리는 현재 약간 뒤처져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클로드 코드와 같은 경쟁사 제품을 언급하며 추격자 입장임을 시인했다.
에이전틱 AI 시대의 비용 구조를 풍자한 인포그래픽이다. 사용자는 “README 만들어줘” 한 줄만 입력하지만, 내부에서는 에이전트 루프 머신이 코드 분석·툴 호출·메모리 주입·재시도·컨텍스트 확장을 반복하며 토큰과 연산량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킨다. 결국 수백만 토큰과 우주적 GPU 연산 끝에 돌아오는 결과물은 README.md 한 장뿐이며, 작품은 이를 통해 “지능을 산 것인가, 토큰 증폭기를 산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 GPT-5.5
에이전틱 AI는 거품 조달용 연료
지능 혁명의 승부처는 돈의 성격
또한 RSI(재귀적 자기 개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묘사하는 방식으로는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라며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약점을 드러낸 발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SF 소설 기반 빅테크 거품과 AI 인프라에서 구글이 가진 근본적 강점을 고려하면, 피차이의 솔직한 인정은 오히려 구글이 서 있는 위치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다만 구글도 블랙스톤과 미국 기반 AI 클라우드 회사를 세우기로 했지만, 이는 자금난을 메우는 사모펀드 의존 구조가 아니다. 구글 TPU를 더 넓게 공급하기 위한 우회 유통망에 가깝다. 블랙스톤이 데이터센터 자본을 대고, 구글은 TPU 연산 자원을 서비스형 컴퓨트로 푸는 구조다.
샘 올트먼은 이 구도에서 중간 지대에 있다. 오픈AI는 검증되지 않은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범용 인공지능의 제품화와 생태계 확장을 밀어붙여왔다. 챗GPT, API,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코딩 도구, 멀티모달 모델을 통해 AI를 일상 업무와 개발 환경에 깊숙이 넣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오픈AI 역시 사모펀드 투자에 의존한 거품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결국 구글과 LLM사의 차이는 누가 어떤 돈으로 AI 인프라를 짓느냐다. 물론 구글의 턴키 방식 AI 투자가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1900억달러의 지출은 그 자체로 큰 부담이다. 수요 예측이 틀리면 감가상각과 전력비, 데이터센터 과잉투자가 한꺼번에 돌아올 수 있다. 다만 구글은 최소한 자기 장부 안에서 싸우기 때문에 사모대출 그림자 금융과는 다른 선 위에 서 있다.
블랙록·골드만삭스·JP모건 등 월가 자본이 데이터센터와 GPU 기반 AI 금융 구조를 떠받치는 모습으로 형상화한 이미지. 중앙의 거대한 AI 버블은 앤스로픽과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상징하며, 주변의 ‘사모대출’, ‘그림자 금융’, ‘연기금·보험사 자금’ 구조가 AI 거품과 연결돼 있음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 GPT-5.5 이미지
☞사모대출
= 은행 대출이나 공개 채권시장을 거치지 않고 사모펀드·운용사·보험사·연기금 등이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금융 방식이다. 공개시장에서 매일 가격이 형성되는 주식·채권과 달리 거래가 드물고 자산가치 평가가 작전 세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겉으로는 안정적인 장기 투자처럼 보이지만, 경기 둔화나 사업 차질이 발생하면 가치 하락이 뒤늦게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
트럼프, '블랙록'에 칼 빼들어···떨고 있는 AI 주변의 검은 파리떼
미국에선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중심으로 AI 인프라 투자에서도 사모대출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GPU·서버 구축에는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래 임대수익과 AI 수요를 담보로 현재 자금을 끌어오는 구조라는 점이다. 수요 예측이 빗나가거나 자산가치 평가가 흔들리면 투자자 손실과 유동성 위험이 동시에 터질 수 있다. 블랙록 TCPC 가치평가 논란은 이런 사모대출식 AI 투자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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