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회의서 ‘속도 중심 AI 전환’ 주문
완벽보다 실행…성과 축적·확산 강조
제조·배터리 수익성 둔화 속 전략 전환
2026년 3월 25일 서울 중구 남산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구광모 ㈜LG 대표가 사장단에게 속도감 있는 AX 추진을 당부하고 있다./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인공지능 전환(AX)의 핵심 변수로 ‘속도’를 제시하며 실행 중심 전략을 강조했다. LG는 AX 적용 범위를 설계·생산·마케팅 전반으로 확대하고, 성과 창출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의 초점을 이동시키고 있다.
LG는 25일 서울 중구 남산리더십센터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고 AX 가속화 전략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AX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임팩트가 있는 영역에서 작은 단위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며 실행 중심 접근을 주문했다.
또 “AX는 특정 조직의 과제가 아니라 CEO(최고경영자)와 사업 책임자가 직접 방향을 잡고 이끌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AI에 대한 인식도 재차 확인하며 AX를 기술 도입이 아닌 경영 전반의 구조 변화로 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 회장은 “AI는 단순한 효율성 개선 도구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화”라며 “이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AX를 설계·생산·마케팅 전 과정에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사장단은 분임 토의 과정에서 LG AI연구원의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논의 내용을 요약하고 핵심 키워드를 도출했다. 회의 운영 자체를 AX 적용 사례로 구현한 셈이다.
LG그룹의 AX 전략 자체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LG는 그간 사장단 회의와 신년사 등을 통해 AX를 그룹 핵심 과제로 반복적으로 제시해왔다.
당시에는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 개선, 사업 구조 고도화를 위한 방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ABC)를 축으로 중장기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계열사별로 AX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2025년 하반기 이후에는 위기 인식이 더 강해졌다. 전자·화학·배터리 등 주력 사업에서 수익성 둔화가 나타났고, 중국 업체들의 생산 확대와 가격 경쟁력 강화로 기존 제조 경쟁력의 한계가 지적됐다. 일부 계열사는 희망퇴직과 사업 재편을 병행하며 구조 개선에 나섰다.
특히 가전과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주요 사업은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 동시에 발생하며 수익성 압박이 커졌다. 배터리 역시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 영향으로 단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번 회의는 AX의 ‘방향’보다 ‘실행 방식’을 구체화한 자리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필요성과 목표를 제시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실행 속도를 높이고 적용 범위를 빠르게 확장하라는 주문이 전면에 등장했다.
경쟁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그룹들은 AI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서면서 전략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중심으로 기술 주도권 확보에 집중하고 있고, SK그룹은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를 축으로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LG는 제조 기반 사업에 AI를 적용해 생산성과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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